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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썹맨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네

- 자기 자신을 아는 것, 뱁새가 뱁새인 줄 아는 것

1.

다니던 교회가 규모가 꽤 컸다. 무려 05년도에 청년부에 ‘미디어팀’이 있었음. 나이 차이 얼마 안 나는 삼촌이 있는데 팀장이었다. 나는 집이 교회 근처였고 삼촌은 멀었다. 당장 다음날 예배시간에 나갈 광고영상 마감을 못해서 토요일 저녁엔가 내 방에 찾아와서 나는 자고 삼촌은 밤새 영상 만들고 다음날 같이 교회 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 알았지. 영상은 사람 갈려들어가는 무엇이구나. 삼촌이 그때 프리미어 막 배우기 시작한 때고 그랬지만, 광고영상 그거 길이 3분 내외였단 말야. 3분짜리 만드는데 8시간.


...ㅎㄷㄷ (영상쪽은 쳐다도 안봐야겠다는 생각을 진짜로 그때 했음)


2.

시대가 많이 변했다. 그때만 해도 ucc라고 전국적으로 온갖 공모전이니 뭐니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유튜브 전성시대.


뭐 말할 것 있나. 와썹맨=박준형은 이 시대의 상징같은 인물이 되었다. 와썹맨 이전의 박준형은 한때 지오디의 리더 -> 토크 프로그램 패널 -> 딱히 재미없고 편집당할 것만 많은 사람 -> 방송에서 보기 힘듦


그러나 새로 태어난 와썹맨은 시대가 바뀌었음을 알리는, 유튜브란 이런 것이다 설명할때 가장 쉬운 예. 공중파에서는 짤릴만한 박준형이라는 사람의 캐릭터가 유튜브에서는 물만난 고기처럼 훨훨 날아다니는 것이다.


얼마나 재밌어. 나도 즐겨본다. 구독자이자, 팬이다.


3.

와썹맨은 참 역동적이다. 영상에 텐션이 그냥 철철철철. 루즈한 지점이 전혀 없다. 그래서 한 번은 세어봤다. 내가 세본 바로, 와썹맨은 한 컷이 3초 이상 가는 적이 없다. 와우. (간혹 급진행되는 10~15초짜리 ppl이나 / 드론촬영샷 제외)


그말인즉슨, 자본과 인력이 그만큼 투입되니까 그렇게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봤자 한주에 몇 편? 한 편 꼴로.


4.

어젠가 유튜브 편집자가 만든 유튜브에 관한 영상 보다가 이런 말을 하더라. 미팅하고 하면 이렇게 말한다고. “와썹맨처럼 해주세요.”


그게 얼마나 웃긴 말인지.


와썹맨을 보면 박준형을 따라다니는 카메라만 몇 대다. 박준형 핸드캠 하나로 그 영상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작가들이 있겠지. 아이템 선정하고, ppl도 있으니까 그거에 맞춘 대본도 짜고 해야 하니까. (물론 박준형은 대본을 무시하고 그게 와썹맨의 재미 포인트지만)


편집자가. 한 명일까? 이건 잘 모르겠다만 최소한 편집에 대한 고민을 혼자 다하는 건 아닐 거다.


[팀]이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팀. 와썹맨은 jtbc에서 런칭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방송국 자본이 들어가니까 그런 팀을 꾸릴 수 있는거다. 그래서 그 퀄리티로 주 몇개? 1개.


5.

맨 처음에 말했듯이


영상이란 /

사람을 /

갈아넣는 것 /


편집자 한두명, 마케터 혹은 기획자 한두명에게 카메라와 꼴랑의 예산을 주면서 기업용 콘텐츠를 찍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영상만 그런건 아니고 다 그렇지만 특히 그렇다는 말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동네 구멍가게같은 회사 들어가면서 구글/애플/삼성같은 직원복지를 요구하는 입사지원자가 있다고 치자. 뽑히겠냐. 뽑겠냐. 현실인식이 안된 사람 아니겠나.


-

결론: 돈들어간만큼 좋은 것 나오게 되어 있다. (최소한 영상의 퀄은)


개인이 그렇게 해낼 수 있으면 회사 콘텐츠를 만들 이유부터 없고. 크리에이터로 자기 구독자 만들지 왜 회사 콘텐츠 만들겠어. 와썹맨은 황새다. (지금 말하는 새의 품종을 결정하는 요인은 자본력임) 개인이나 작은 회사는? 뱁새다. 황새와 뱁새의 생존 전략도, 생활 패턴도 다르다. 뱁새스럽게 만들거나 안해야 한다. 황새 따라가려고 하지 말고. 백전백승하려면 일단 나를 아는 것부터 선행되야 하지 않겠음?


가만 보면 저런 말을 하는 분들의 시계는 UCC 시절에 멈춰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덧: 콘텐츠가 어려운 것은, 와썹맨만큼 자본을 넣는다고 해서 와썹맨만큼 흥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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