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남 애길까? / 우차다 다쓰루 <사쿠라 진다>
인상깊었던 부분 요약
1.
전후 일본이 은폐한 것. ‘영속 패전’이라 불러야 할 체제.
분명한 패배를 패배가 아닌 것으로 속임. 전쟁을 이끈 자들이 계속 지배적 위치에 머물렀기 때문. 그래서 부인할 수밖에 없음.
그것이 가능한 이유. 미국이 원함. 냉전 구조에서 일본을 자유주의 진영에 붙들려면 좌익은 안됨. 차라리 전쟁 주도자인 파시스트들이 낫다고 생각.
일본에 민주주의가 있다는 것은 허구. 패전 세력이 지금까지 일본을 지배하고 있음.
2.
전쟁으로 미국에 진 세대는 '경제로는 이긴다'는 내면이 형성됨. 아주 암묵적인. 그것이 일본 경제부흥의 원동력.
그 세대가 일선에서 은퇴하자 경제 활력을 추진해온 르상티망이 사라진 것. 이에 세대교체 후 일본 경제는 척추 잃은 연체동물처럼 되어버림.
3.
전후 대미종속을 통한 떡고물을 받았음. 대표적인 것이 1972년 오키나와 반환. 이후 43년간 멍하니 손가락만 빨며 떡고물을 던져주길 바라는 수준이 됨.
어쩌면 미국은 줄 카드를 준비하고 있어도 일본이 달란 말을 할 정도의 주권국가성을 잃었기 때문에 줄 이유가 없음
4.
패전 직후의 일본은 ‘미일동맹’ 이 최선이라 선택한 것임. 그러나 2019년 시점의 일본 정치가, 관료, 학자는 ‘미일동맹 아닌’ 다른 것을 상상할 수조차 없게 되었음. 선택적으로 사고가 정지된 것.
5.
만주사변 등등 식민지 사람들에게 한 짓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기로 한듯한, ‘세대적인 결단’을 보인듯한 느낌.
더러운 일은 아버지 세대가 떠안고 간다는 듯이. 덕분에 ‘너희는 전쟁에 전혀 책임이 없다’는 말을 듣고 자란 다음 세대는 이웃 나라 사람이 과거사 문제를 제기할 때 깜짝 놀라게 되는 것.
부채가 전혀 없다고 들었으니까.
6.
원전 사고를 제대로 파헤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도쿄 전력의 이익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 아님.
사고를 대충 덮어 더 큰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높이는 것. 리스크를 키우는 것. 정말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이 되는 파국을 바라는 것임. 무의식의 욕망이니까.
원전을 겪고도 수도권 집중화를 해결할 생각이 없어보이는 무의식은 어쩌면 파국을 기다리는 것일지도.
7.
센카쿠 열도를 두고 중국과 일본의 군사적 마찰이 일어났을 때, 미국은 일본 편을 들 이유가 없음. 이 경우 일본인의 억눌러온 반미 감정은 한번에 분출할 수.
일본을 북한처럼 만들자고 하면? 북한보다 돈도 기술도 인구도 많은 나라기 때문에 더 두려운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할 것.
아베가 꿈꾸는 미래는 ‘남들이 두려워하는’ 일본이니까.
— 절취선 —
사쿠라=벛꽃=일본의 국화. 한국 버전이라면 <무궁화 꽃이 집니다> 정도 되려나. <곤란한 결혼> 읽고 난 후 '이 사람 책은 다 읽어봐야겠다' 생각하게 된 우치다 다쓰루의 책이다. 정확히는 <영속패전론>을 쓴 시라이 사토시와의 대담집.
불량배들의 애국주의가 끝을 모르고 창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로는 아베 총리부터 아래로는 혐오 발언을 일삼는 극우 성향의 시민 활동가에 이르기까지, … 악성 내셔널리스트들이 애국주의의 깃발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이들 무리가 애국자의 가면을 쓴 단순한 불량배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폭로해야 합니다.
이게 집필 동기다.
일본사회 전체를 '한 사람'으로 응축시켜 그를 정신분석한다면? 이라는 관점에서 읽으면 된다. 가칭 '재팬이'라고 하자. 그는 지금 극심한 아노미현상을 겪고 있다. 무의식의 욕망은 '파멸'같은 것이다. 에반게리온을 위시한 각종 일본 에니메이션에서 봤을법한 장면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읽으면서 느낀점
1.
옆집에 옛날에 나를 괴롭혔던 또라이가 사는데 점점 찐따취급 받는다. 얘가 자포자기하다가 폭주해서 불을 질러버린다거나.. 하면 골치아프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데.. 어떻하지.
2.
외교에서 다른 상상을 할 수 있는 힘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저자가 뭐라고 하냐면 가령 영국은 독립전쟁때 미국과, 독일은 프랑스와 철저하게 싸운 적이 있지만 국익을 위해 동맹중. 그들에게 다른 외교적 전략을 물어보면 이런저런 옵션들이 나올 것.
일본은 그런 상상력 자체가 세대를 거치며 완전하게 거세되어버림.
3.
운동권에 대한 다른 관점 하나 추가.
숭상되기도 하고 폄하되기도 하고 사람에 따라 왔다갔다 하긴 한데, 나는 긍정적 포인트 하나 추가. 왜냐하면 일본 근대에서 전공투로 대표되는 청년세력의 정치참여운동이 철저하게 와해된 것이 현재 일본 패망각의 주요 요인이 되기 때문. 대안 세력의 싹이 전멸해버린 느낌.
노론소론 박터지게 싸우면서 정권교체하는게 노론 홀로 몇십년간 해먹는 것보다 건강하단 말. 일본은 아시다시피 자민당이.. (민주당 집권기에 원전 터진게 정말 안습. 이치를 따지면 민주당이 질 책임이 아닌데 독박 써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