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감정 전반에 저항이 있다.

by 보로미의 김정훈

약 10여 년 전, 한 방송사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전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학교를 다니는 기분이나 상태는 어떠한지를 물었습니다. 조사 결과 약 70%의 학생들이 심한 불안감과 회의감에 압도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자퇴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를 '대2병'이라고 부릅니다.



대한민국은 대학교를 가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간주하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단 한 번도 대학교에 들어가면 대2병에 걸릴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대2병을 위한 예방 주사를 넣어준 사람도 없었습니다. 제 주변엔 이렇게 많은 대2병 환자들이 있는데 말입니다.



릴 때부터 감정에 대한 공부를 했다면 이렇게 대학교에 오자마자 패닉에 빠지진 않았을 겁니다. 아니, 최소한 이처럼 무기력하고 우울할 때 자신의 감정을 돌볼 줄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효과 좋고 약이 빠르게 드는 예방 주사를 놓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대2병에 걸린 학생들 외에도 이미 부정적인 감정에 압도되어 현실을 살아가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사건에 대한 감정 / 감정에 대한 감정 놓아주기"입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힘들어요'라며 공허함과 우울함에 압도당한 21살의 김정훈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는 공허한 감정을 느끼기를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자꾸만 다른 곳으로 회피하죠. 유튜브로 도망치고, 술자리로 도망칩니다.



우리는 사실 사건 그 자체보다 사건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두려워합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을 두려워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 상황에 대한 자신의 감정, 예컨대 공허함, 불안함, 분노, 무기력함 등을 무서워합니다.



자, 그럼 이제 한 가지 사실을 배웠으니 효과 좋고 약발 빨리 먹는 예방주사를 만들 준비가 되었습니다. 대2병 환자가 누가 있을까요. 언제나 우리의 21살 김정훈이 있네요. 이 친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을 무서워한다고 착각하고 있으나, 사실은 그 상황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예방주사를 만들기 위해 마지막으로 알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알아차림을 몇 번만 시도해 봐도 알게 되는 사실인데요. 바로, 우리는 감정을 갖는 것 자체를 두렵고 죄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해가 되시나요? 우리는 사건 그 자체보다 사건에 대한 감정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감정을 갖는 것 자체도 두려워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알아차림입니다.



우리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두려워합니다. 우리는 행복이라는 감정에 죄책감을 느낍니다. 우리는 귀찮고 무기력함이라는 감정에 죄책감을 느낍니다. 이런 감정은 지금 당장 뭔가를 '해야만 한다'라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낀다는 자체에 두려움이나 죄책감을 느끼곤 합니다.



예시를 위해, 저는 처음으로 말한 감정을 편하게 1번 감정, 감정에 대한 감정을 2번 감정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우리는 2번 감정을 너무 크게 느끼는 나머지 1번 = 2번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남들에게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거절을 해야 하는 순간에 어떤 감정이 들까요? 1번 감정은 미안함입니다. 거절을 해야 하니 미안하겠죠. 2번 감정은 죄책감입니다. 우리는 미안함이라는 감정을 갖는 것 자체에 죄책감을 느낍니다.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1번 = 2번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미안함과 죄책감은 다른 감정인데, 지금껏 이 두 가지 감정을 항상 동시에 느껴왔기에 둘을 동일시해 버립니다.



또 다른 예로, 열심히 살고 싶어 하지만 종종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떨까요? 이들은 '귀찮음'과 같은 감정을 느낄 때마다 죄책감을 느끼곤 합니다. 두려워하기도 하죠. 자신은 열심히 살고 싶은데 이런 감정이 찾아오면 겁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즉, '귀찮음'만 느껴도 죄책감이 귀찮음보다 더 크게 느껴져서 모질게 자기비난을 합니다.



따라서 감정을 놓아버리기 위해서는 먼저 감정에 대한 감정을 놓아버려야 합니다. 상황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상황 이면에 있는 감정을 먼저 놓아버려야 합니다. 이거야말로 정말 효과 빠른 예방주사입니다.



이제 아주 사소한 감정과 상황부터 놓아 버리면 우리는 서서히 '놓아 버림 모드'로 바뀝니다.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는 '놓아 버림 모드'로 바뀌면 우리의 의식 수준이 '용기'로 올라간다고 말합니다.



용기의 수준이 되면 새로운 경험을 통해 성장하려는 자발성이 생깁니다. 지금껏 부정적인 감정에 소모된 에너지를 모두 자기계발과 열정 만들기에만 쏟을 수 있습니다. 박사는 이 용기의 수준에서 "삶의 주요 문제들이 원활히 해결된다. 직업 면에서 만족과 성공을 경험한다. 물질 면에서 원하는 것들이 채워진다. 대인 관계 면에서 주요 문제가 바로잡힌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효과 빠르고 좋은 예방주사가 있을까요?



21살의 김정훈을 비롯해 감정에 압도당한 대2병 학생들은 사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지 않습니다. 상황에 대한 감정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런 감정을 알아차리고 어떠한 저항도 하지 마세요. 그저 놓아 버리면 됩니다. 감정에 대한 감정을 놓아버리고, 감정에 접근해 보세요. 감정에 저항하기 때문에 감정이 사리지지 않는 겁니다. 저항하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편안함 마음으로 상황을 바라보게 됩니다. 문제들이 알아서 해결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감정 놓아버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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