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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로미의 김정훈 Mar 13. 2024

인생책이란 무엇인가

내가 원하는 것, 나만의 길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인생책이란 무엇인가? 


재미있게 읽은 책은 아니다. 그런 책은 너무 많기 때문에 '인생'이 붙을 수 없다. 


내 인생을 바꿔준 책일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라고 느끼게 만드는 책, 나에겐 <사피엔스>가 그런 책이다. 읽자마자 인간 삶에 대한 거대한 회의감이 들더니, '난 앞으로 무얼 위해 살아야 하지?' 하는 질문이 들었다. 


하지만 사피엔스는 인생책이 아니다. 왜냐하면 책을 읽고 뭘 더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아웃라이어>를 쓴 말콤 글레드웰의 표현을 빌려 다르게 말해보자. 


“당신이 낮에 들은 것, 경험한 것, 생각한 것, 계획한 것, 뭔가 실행에 옮긴 것들 가운데 새벽 한 시가 됐는데도 여전히 이야기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것이 있는가? 그것이 당신에게 엄청난 성공을 안겨줄 것이다." - <타이탄의 도구들(블랙 에디션)>, 팀페리스 지음 / 박선령, 정지현 옮김 


사피엔스는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나에게 죽음과 새 삶을 선물해 주었다. 하지만 나는 유발 하라리를 새벽 한 시가 넘을 때까지 떠들고 싶어 했는가? 아니었다. 심지어 나는 책이 좋다는 생각보다도 이 책을 읽었다고 남들에게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좋았다. 이 책은 내 영혼에 닿지 못했다. 




그렇다면 인생책이란 무엇인가?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책들이 있다. 항상 내 책상 옆에 꽂혀있는 그 책들.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슈독》, 필 나이트

《마음챙김》, 샤우나 샤피로

《삶의 의미를 찾아서》, 빅터 프랭클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 아니타 무르자니

《놓아버림》, 데이비드 호킨스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믿지 말라》, 조세프 응우옌 

《어떻게 나의 일을 찾을 것인가》, 야마구치 슈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알랭 드 보통 

《습관의 디테일》, BJ포그

《해빗》, 웬디 우드 

《더 시스템》, 스콧 애덤스

《다시 책은 도끼다》, 박웅현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그 외에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책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스티븐 코비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읽다》, 김영하 

《독서 천재가 된 홍팀장》, 강규형

《슈퍼 해빗》, 케이티 밀크먼

《상처 받지 않는 영혼》, 마이클 싱어 



이 책들은 무엇인가. 단순히 '좋다', '이 책에서 많은 걸 얻었다'는 느낌을 넘어선다. 나도 이런 책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고, 내가 이 책이 되고 싶은, '나는 책이다'의 경지. 궁극의 경지다. 


따라서 머리로만 '아 좋네.. 나도 이런 책 쓰고 싶다'라고 생각한 게 아니다. 생각을 거치지 않고 정말로 깊디깊은 존재에서 나온, 내 존재 전체에 스며드는 '이거다'싶은 앎의 경지. 느낌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 그것이야말로 인생책의 경지다.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다'라고 생각한 책이야 저 리스트에 쓴 책 말고도 얼마든지 많다. 훌륭한 책이 얼마나 많은가! <사피엔스>도 분명 그런 책이었다. 하지만 정말 생각을 거치지 않고 바로 내 존재에서 직통으로 쏘아 올린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다'는 외침을 일으킨 책은 그리 많지 않다. 누군가는 저 리스트를 보고 인생책이 너무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5년 동안 500권이 넘는 책을 읽으며 나온 게 저거라고 생각하면 적게 보이기도 한다. 


예전에는 이런 책을 쓰려면 지식과 글실력만 늘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빈번히 넘어졌다. 내가 봐도 내 글이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나 스스로도 억지로 쓰는 느낌이 들었다.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다가 문득 깨달았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먼저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 내가 쓰는 글은 내 삶을 넘어서서 표현하지 못한다. 글은 내면의 표현이다. 유시민 작가는 말했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 <유시민의 글쓰기> 中


기업가 나빌 라비칸트는 말했다. “위대한 책을 쓰고 싶다면 자신이 먼저 그 책이 되어야 한다.” 


즉,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다'라는 말은 "나도 이런 삶을 살고 싶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이 말이 단순히 생각이 아니라 느낌보다 더 깊은 존재에서 나온 말이라면 그것은 영혼이 부르는 말이다. 소명이라는 뜻이다. 소명이란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표현이 있다. 


"뭔가가 되고 싶거나 뭔가를 하고 싶은 뜨거운 열망이 있다면 그것을 억누르지 마라. 그것이 당신의 소명이기 때문이다. 나는 꼭 내 미래의 자아가 나를 미래로 불러내는 것 같아서 이 '소명'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 아니타 무르자니


내 미래의 자아가 나를 미래로 불러낸다는 표현은 아름답다. 이미 그 책이 되어 있는 미래의 자아가 나를 불러내는 것만 같아서 뜨거운 열망에 작은 설렘이 더해진다. '너 재능 있어. 열심히 해.'


우리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강력히 원하는 게 있어서 그걸 이루기 위해 몇 년을 노력하고 나면 깨닫는다. 사실 내가 순수하게 원하는 게 아니었음을. 하지만 인생책이 차곡차곡 쌓이면 내가 보인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알게 된다. 


그대는 그대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 각자가 그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 나는 그대 앞에 모든 길들을 펼쳐놓아 그대가 보고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다. 올바른 길이 나타날 때면 그대는 즉시 그대 안에 커다란 기쁨이 일어나는 것을 알 것이다. 그것이 신호이다. 그것이 그대의 때가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이 그대가 기다려온 때라는 것을, 이것이 그대의 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 osho


인생책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만의 길이다. 아직도 나는 2021년 1월, "이것이 진정 '인생책'이다"라고 처음으로 느끼게 해 준 <두 번째 산>을 읽던 순간을 기억한다. 서문 첫 번째 페이지를 읽자마자 내 존재는 말했다. '아, 나도 이런 책을 써야겠다. 이게 나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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