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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로미의 김정훈 Apr 12. 2024

다시, BJ포그를 좋아하세요

습관의 디테일, BJ 포그 

“너무 오랫동안 사람들은 반복이 습관을 만든다는 낡은 신화를 믿으며 습관 형성까지 걸리는 시간에 집중해왔다. 인기 있는 습관 블로거 중에는 여전히 반복 또는 빈도가 습관 형성의 열쇠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낡은 생각을 재활용하고 있을 뿐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지 못한다.” - <습관의 디테일>, BJ 포그



저는 습관이 퍼즐 같은 건 줄 알았습니다. 조각을 하나하나 힘겹게 맞추다가 결국 모든 퍼즐이 맞춰지면 그때가 바로 습관이 탄생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습관에 관하여 말하는 과학자와 현자들은 말했습니다. 일상의 95% 이상은 습관대로 흘러간다고 말이죠. 그래서 처음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습관대로 살아야 한다면 좋은 습관으로 흘러가도록 살자', 뭐 이런. 그래서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애썼습니다. '노오력'했죠. 


그렇게 애쓰는 순간은 의식적인 5%의 순간이었을까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저는 이렇게 애쓰고 노력하는 것마저 무의식적인 습관임을 깨달았습니다. 난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보지도 않고 습관처럼 노력하는구나. 


습관을 대하는 방식마저 습관이라니. 무서웠습니다. 점점 내 거의 모든 행동과 감정이 습관임을 알아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이 습관들은 다 언제 생긴 거지? 난 지금 이렇게 매일 습관을 만들기 위해 악착같이 애써도 습관이 안 되는데, 이렇게 한 번도 애쓰지 않았는데 생긴 습관들은 도대체 뭘까?' 


저는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애쓰지 않아야 습관이 된다. 습관을 만들기 위해 하루종일 애쓰고 나면 저는 침대에 누워서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았으니까 보상을 줘야지'하며 습관처럼 유튜브를 켜고 있었습니다. 순간 알아차렸습니다. '아니, 왜 보상은 하필 유튜브지? 그래, 이게 중독적이고 편하잖아. 내가 아무리 유튜브가 비생산적인 습관이라고 믿더라도 결국 내 감정은 유튜브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하루 종일 해낸 노력들은 부정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BJ 포그는 말합니다. 


나는 인간 행동에 대해 가르칠 때 한 문장으로 아주 분명하게 요점을 전달한다. 감정이 습관을 만든다. 습관을 만드는 것은 반복이 아니다. 빈도도 아니다. 마법약도 아니다. 감정이다. 


습관을 만드는 것은 감정입니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습관을 잘 살펴보면 특정 감정과 깊게 결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저는 스무 살에 매일 밤마다 라면을 먹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라면이 좋았던 걸까요? 물론 그렇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매일 밤마다 허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걸 음식으로 풀려고 했던 거죠. 우리는 너무 습관처럼 그런 일을 하니까 '어떤 감정이 들면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습관을 알아차리고 해부하면 이렇게나 간단합니다. 감정만 놓아버리면 습관이 사라지죠. 


그러니 습관을 만들거나 고치기 위해서 '습관'을 건드리는 건 마치 상처가 곪아 터지고 있는데 반창고만 갈고 있는 꼴입니다. 빅터 프랭클 박사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증상 때문에 고통을 겪을 때, 단순히 '증상'에만 집중하여 치료를 하면 근본적인 치료 효과가 없어요. 하지만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면 증상을 빨리 없앨 수 있지요. 


습관의 근본적인 원인은 감정입니다. 제가 만약 라면 먹는 습관을 끊기 위해 라면을 사놓지 않는다거나, 남들에게 '라면 먹으면 너한테 만 원 줄게'라고 말하면서 애쓰기 시작했다면 습관을 없애는 데 1년은 걸렸을 겁니다. 반대로 허한 감정으로 바로 뛰어들었다면 라면 먹는 습관은 나도 모르게 사라져 있었을 테죠. 


저는 16살에 매일 쉬는 시간마다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게 습관이었습니다. 왤까요? 저는 진심으로 책과 공부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했죠. 그때는 '공부 다 하면 쉬는 시간에 게임해야지.'라는 생각도 안 들었습니다. 게임보다 공부가 재밌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하던 게임을 알아서 끊었습니다. 끊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단지 저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습관의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습관 만들기', '습관 고치기'라고만 하면 모두가 마치 습관을 처음 대하는 아이가 되어버립니다. 우리 모두 습관의 전문가인데 말이죠! 


BJ 포그는 감정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축하하기'를 제안합니다.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저는 감정을 활용하는 방법은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면 행동에 긍정적인 감정을 넣을 수 있나요? 저는 그 일에 나 스스로가 감동할 정도로 몰입하면 알아서 좋은 감정이 들기 시작합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그리고 그걸 활용해 보세요. 습관을 만드는 건 한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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