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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로미의 김정훈 Apr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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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디테일 

어제 친구가 저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연도는 좀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는데, 또 이렇게 풀어지네. 난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저는 예전만 해도 친구와 같이 생각을 했습니다. 인생을 바꿔보려고 여러 목표를 세워도 보고, 다이어트나 글쓰기 등 온갖 노력을 했지만, 금세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죠. 그럴 때마다 '난 왜 이럴까'하고 생각했습니다. 일종의 '내 탓'이죠. 


이게 비단 저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변하려고 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세상은 말합니다. 네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변하지 못하는 이유? '"Just do it"하지 않아서 그래." 사실일까요? 그냥 시작하지 않아서 실패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그냥 시작하는 사람 얼마나 많습니까. 1월 1일에 'Just do it'하는 사람들 얼마나 많아요. 중요한 건 시작이 아닙니다. 그걸 어떻게 지속하느냐의 문제죠.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시작하지 않아서 변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막상 시작하면 또 이렇게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온다며 낙담해하죠. 모든 실패의 원인은 항상 '내가 모자라서'였습니다. 그러니 결론은 언제나 '다음엔 내가 더 의지력을 불태워서 더 더 노력해야지'가 되죠. 하지만 그게 사실일까요? 이 분의 말을 들어보죠. 



원인은 당신이 아니다! 


변화에 실패하는 원인은 '내'가 아니라 '접근 방식'에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수납장을 조립하는데, 설명서가 잘못되었고 빠진 부품도 있다면? 결코 수납장을 완성할 수 없다. 누구의 잘못일까? 내 잘못은 아니다. 제조사의 잘못이다. 그런데 우리는 노력하다 실패했을 때 '제조사'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자신을 탓한다.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면 우리 내면의 비판자는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 "마음을 가다듬고 더 노력했다면 잘 됐을 텐데." 과연 그럴까? 결코 그렇지 않다. 


당신이 실패의 원인이 아니다! 변화에 대한 접근 방식이 문제다. 성격상 결함이 아니라 설계상 결함이 원인이다. 



그의 이름은 BJ 포그, <습관의 디테일> 저자입니다. 그는 행동이 마치 자전거와 같다고 말합니다. '자전거마다 모양은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핵심 메커니즘은 바퀴, 브레이크, 페달인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드디어 가짜 해결책인 '내 탓'에서 해방됩니다. 그리고 진짜 해결책에 가까워지죠. 


빌게이츠가 "내 가방에 넣어 다니며 읽는 책"이라며 극찬한 <룬샷>에 이와 비슷한 얘기를 합니다. 저자 샤피 바칼은 '시스템 사고'와 '결과주의 사고'를 나누며, 일 잘하는 사람들은 모두 시스템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결과주의 사고를 가진 팀원은 프로젝트가 왜 실패하는지 분석할 때, "스토리라인이 뻔하다" 등의 결론을 냅니다. 이런 분석의 결론은 당연히 "다음번엔 스토리라인을 더 잘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가 끝입니다. 


하지만 시스템 사고를 가진 팀원은 그 이면을 파고듭니다. '우리는 어쩌다 그런 의사결정에 이르렀나? 참여 방식을 바꿔야 하나? 앞으로는 비슷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기회 분석 방법을 바꿔야 하나? 지금의 동기부여 오소들이 우리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등등을 말이죠. 


<룬샷>의 기업 입장에서 시스템 사고를 알려준다면, <습관의 디테일>은 개인 입장에서 결과주의 사고가 아니라 시스템 사고를 알려줍니다. '다음부터 더 노력하면 된다'는 무의미한 결론이 아니라 실질적인 시스템 점검을 돕죠. 



뿐만 아니라 BJ포그는 많은 사람들이 습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해를 아주 콕 집어 줍니다. 예컨대 이런 것이 있습니다. 운동을 시작하려는 분들은 첫날에 2시간씩 해치웁니다. 다음 날은 근육통이 장난이 아니죠. 그래서 운동에 나가지도 못합니다. 만약 억지로라도 몸을 이끌고 운동을 다녀왔다면, 3일 차는 더 이상 운동을 나갈 의지도, 흥미도 없어집니다. 이건 어떤 믿음에서 온 걸까요? 습관을 만들기 위해선 '큰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진실은 정반대입니다. 아주 작은 노력이 오히려 습관을 만들기 쉽습니다. 하루 5분씩만 운동을 해도 습관은 잡힙니다. 강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애쓰지 않을수록 습관이 되기 쉽습니다. 지금 당장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그런데 의식도 하지 못하는 습관을 떠올려 봅시다. 그런 습관은 애써서 생겼을까요? 아니면 지금도 애쓰고 있나요? 아닙니다. 습관은 자연스러운 겁니다. 따라서 애쓰면 애쓸수록 멀어지죠. 


이렇게 말하면 또 다른 걱정을 하기 시작합니다. '고작 하루에 5분 운동하기 습관을 만들면, 이게 뭐 삶에 도움이 되나요? 저는 하루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해서 살도 빼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데요.' 중요한 사실은, 습관은 만드는 게 어렵지, 막상 만들어지면 습관을 키우는 건 쉽다는 겁니다. 그리고 하루 5분 운동을 성공해 내면 다른 일에서도 자신감을 갖게 되어서 나비효과가 생깁니다. 



성공은 성공으로 이어진다. (...) 성공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작은 성공이라도 이뤄낸다면 곧바로 자신감이  커지고 다른 유사한 도전을 하려는 동기가 높아진다. 이를 성공 모멘텀이라고 부르자. 성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에 의해 결정된다. - <습관의 디테일> 中



제가 군대에서 운동 습관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성공 모멘텀 덕분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팔굽혀펴기를 5개도 못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매일 5개씩 하고 조금씩만 더 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처음엔 운동을 그렇게 오래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매일 조금씩 더 하자'는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저는 자신감을 얻었고, 독서나 기타 다른 일에서도 힘을 얻었습니다. 이런 자신감은 다시 운동에 더 좋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나중에는 운동을 하루에 2시간씩 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이미 습관이 되어 있었고, '매일 5개씩 하고 조금만 더 하자'는 작은 성공은 '하루 2시간'이라는 큰 성공이 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BJ포그가 가장 강조한 '감정'에 대해서는 다 말하지 못했습니다. 다음번에는 이 주제에 관하여 말씀드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2024년이 어느덧 봄이 지나 점차 더워지고 있습니다. 새해에 세웠던 목표는 어느덧 잊혀가는 시기인데요. 여전히 목표를 잘 지키고 계신가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번 주 <습관의 디테일>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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