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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로미의 김정훈 Apr 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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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happy ever After" did exist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가 실제로 존재했다면 

I would still be holding you like this 

난 여전히 널 이렇게 안고 있을 수 있을 텐데 

All those fairy tales are full of shit

동화 속 이야기는 다 개소리야. 

One more fucking love song, I'll be sick

개 같은 사랑 노래 한 번만 더 들으면 난 미쳐버릴 거야 


- payphone, Maroon5 中



가수 이효리는 가수로 성공하면 평생 행복할 줄 알았다고 합니다. 뮤지션 이상순은 제대만 하면 모든 게 행복할 줄 알았다고 했죠. 공감이 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갔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수많은 고등학생들이 대학만 가면 모든 게 행복할 줄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고등학생 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를 굳게 믿어왔습니다. 무엇 하나만 이루면, 내 맘 속에 있는 소원만 이루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마법의 결말. 미련하게도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믿음이 부서졌습니다. 오래오래 행복하려면 또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죠.


동화 속 이야기는 모두 사람들이 말하듯 '개소리'일까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 사람은 없을까요? 책에 미치기 시작했을 때, 저는 성공한 사람들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분명 행복해 보였어요. 그래서 저도 열심히 노력하고 자기계발을 했습니다. 그렇게 속아놓고도 저는 여전히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마법을 믿고 있었나 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영원한 행복이라는 목적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제 인생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언젠가 행복할 거야', '이렇게 열심히 하면 보상을 받을 거야'라는 생각 때문에 저는 바로 여기에 있는 행복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사진작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평생 삶의 결정적 순간을 찍으려 발버둥 쳤으나, 삶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되었습니다. 행복을 찾아다니고,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으로는 행복을 얻을 수 없다. 비단 행복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도 그러했습니다. 대학에서 믿음이 부서지자마자 저는 '그렇다면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하고 물었습니다. 그렇게 4년이 넘도록 찾아다녔고, 그 끝에서 저는 '삶의 의미를 찾아다니는 노력이 의미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깨달음 하나만 손에 쥐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한 사람, 스티브 잡스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정이 보상이다." 그러나 저는 언제나 동화 속 결말만이 보상이라고 생각하며 눈앞의 여정은 무시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동화도 결국 결말 이후의 이야기는 알려주지 않죠. 동화를 읽는 내내 우리는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기 바쁩니다. 독자에겐 분명 여정이 보상입니다. 주인공인 백설공주는 어떨지 몰라도요. 


이야기가 잠깐 다른 길로 샜는데요.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는 존재하느냐입니다. 제가 생각했을 땐 그렇습니다. 만약 고등학생이 대학'만' 가면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다른 말로, 어떤 '목표만' 이룬다면 행복해질 거라고 믿지 않았다면 어떨까요? 그저 공부 자체가 너무 흥미로워서 했다면? 제대'만'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아무런 목표 없이 살아간다면 어떨까요? 


목표를 다르게 표현하면 '지금 욕망하는 것이 없다'를 의미합니다. 욕망하는 것이 없는데 행복할 사람이 있을까요? 목표는 언제나 결핍과 불행을 의미합니다.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우린 지금 당장 있는 곳에서, 여정 속에서 행복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떨까요. '여정이 보상이다'라는 생각. '내 목표는 그저 여정을 즐기는 것이야.'라는 목표. 지금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어떤 조건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겠다는 목표. 목표 때문에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걸 하는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서 하는 것. 아, 이 목표로 우리는 삶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인 순간이 됩니다. 진정,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성공한' 사람이란 목표 없이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그들에게 목표란 그저 '매일 열심히 삶을 즐기기'입니다. 숲 속 어딘가에 숨어 있는 목적지를 향한 목표가 아닙니다. 반대로 성공하지 않은 사람은 여전히 어딘가에 있는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사람입니다. 


만약 이렇게 정의한다면 굳이 이걸 꼭 목적지를 가야만 성공할 수 있을까요? 성공도 결국은 '지금 이 순간의 과정을 즐기며 행복함'이라면 우리는 굳이 우리가 목표했던 그것이 필요 없습니다. 지금 바로 과정을 즐기며 행복을 느끼면 됩니다. 


여기 핵심이 담겨 있습니다. 목표가 가져다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곧바로 성취할 수 있다는 사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느낌이고 감정입니다. 그렇다면 백설공주가 만난 왕자님은 누구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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