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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로미의 김정훈 Apr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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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 김은주

한 직장인이 상담을 받고 있었다. 그녀는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구글'에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무서웠다. 자신이 이곳과 맞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동료들은 모두 재능이 넘치는데, 자기만 평범한 직장인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이런 와중에도 자신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그녀는 그렇게 걱정하면서도 뭔가를 더 하지는 않았다.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고, 할 일은 미뤄둔 채 인터넷만 했다. 그럴수록 자신이 더 미워보였다. 상황이 이러니 끝내 상담이라는 칼을 꺼내 들었다. 그녀는 상담사에게 물었다. 나는 왜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데도 실제로는 이렇게 되냐고. 어떻게 하면 다시 최선을 다할 수 있냐고. 상담사는 말했다. 


“당신 몸이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어서 그렇다. 당신이 완전히 지쳐서 몸이 기능을 유지하려고 당분과 고칼로리 음식을 찾는 것이다. 살아야 하니까. 당신 마음도 쉴 곳을 찾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인터넷을 찾는 거다. 거길 가면 마음이 편해지고 위로받고 안정감을 느끼니까. 마음도 살아야 하니까. 그러니까 당신은 지금 최선을 다해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거다. 스스로에게 조금 관대해져도 괜찮다.” 


그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을 흘렸다. 

'나는 내가 무력감에 빠져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렇게 자신을 채찍질할 때 내 몸은 어떻게든 버텨 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구나. 내 마음도 어떻게든 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구나. 내가 나를 돌아보지 않은 지난 1년 동안 내 몸과 마음은 내가 돌아봐 줄 때까지 그렇게 살아 내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구나…….’ 




살다 보면 그런 시기가 있습니다. 상황이 거지 같은 것도 알겠고, 내가 얼마나 못난 지도 알겠는데,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그럴 땐 힘을 내보려 해도 힘이 나질 않죠. 최선을 다해 상황을 바꿔보고 싶지만, 항상 상황이 나를 이기는 느낌이 듭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는 다시 최악의 습관들을 되풀이하고 있죠. 몸이 마음을 따르지 않는 걸까요? 


세계적인 행동연구전문가 웬디 우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스트레스가 생기는 상황에 사람은 더 습관에 의지하게 된다. 스트레스 때문에 뇌는 '자동 모드', 또 다른 말로 '생존 모드'로 돌입합니다. 이땐 '의식'이 이미 힘을 잃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습관대로 행동하게 됩니다. 


우리는 내 모습이 너무 못나 보일 때 변화를 꾀합니다. 당연히 등에는 어마어마한 자책과 스트레스를 안고 말이죠. 미련하게도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습관은 더 강해지기만 합니다. 다른 말로, 못난 모습이 더 못나 보이게 되고,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러니 인생을 새롭게 전환하고 싶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언가를 시작해보려고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 나를 압도하고 있는 감정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한번 온전히 느껴보세요. 불안하신가요? 불안함을 환영해 보세요. 아무런 저항 없이 불안함을 환영해보면 금방 불안감이 사라짐을 느낍니다. 그리고 경쾌한 가벼움이 들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뭘 하려고 할 필요 없습니다. 뭔가를 더 해보려고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생길 뿐입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끝내지 못한 감정과 습관을 먼저 놓아주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삶에 귀를 기울이면서 먼저 나를 둘러싸고 있는 감정을 먼저 놓아주어야 합니다. 감정을 놓아버리면 자연히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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