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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로미의 김정훈 May 0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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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독, 필 나이트 1편

3년 동안 2일 연속으로 운동을 쉬지 않은 적이 있었다. 운동을 왜 하고 있는지, 왜 멈추지 않는지에 대해 생각 조차 하지 않을 정도였다. 문득 친구들이 '왜 운동을 하느냐'고 물으면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실 마음속에 유일한 대답이 하나 있었다. '지금까지 한 운동이 너무 아까워서.' 그니까, 나는 그저 운동을 그만두는 게 끔찍하기 때문에 운동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걸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내가 생각해도 이게 무슨 멍청한 말일까 싶었다. 하지만 이 구절을 읽은 뒤로 당당하게 이야기하게 됐다. 


'오직 달리는 행위 자체가 목적일 뿐이다. (...) 달리기에 빠진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안다. 이들은 달리기를 계속하지만, 이것을 왜 하는지는 잘 모른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혹은 격렬한 흥분을 느끼기 위해 달린다고 자신에게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대안, 즉 달리기를 그만두는 것이 끔찍하기 때문에 달리고 있을 뿐이다.' 


한참 이 문장에 하이라이트를 칠하고 있을 때, 바로 뒷 문장에 눈길이 갔다. "1962년 그날 새벽에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선언했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올 것이 왔다. 세계적인 대기업의 창업자가 대체 그 젊은 시절에 무엇을 선언한 것이냐. 이 안에 반드시 성공의 비결이 숨어있다. 뭐 이런 생각을 하며, 읽어 내려갔다. 그 선언은 다음과 같다. 


'세상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하더라도 신경 쓰지 말자. 멈추지 않고 계속 가자. 그곳에 도달할 때까지는 멈추는 것을 생각하지도 말자. 그리고 그곳이 어디인지에 관해서도 깊이 생각하지 말자.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멈추지 말자.' 


그는 이 선언이 최선의 - 어쩌면 유일한 - 충고였을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든지 이런 충고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머리에 꽝 하고 맞은 문장은 "그리고 그곳이 어디인지에 관해서도 깊이 생각하지 말자"였다. 성인이 된 후로 난 "그곳"이 어디인지에 관해서만 깊이 생각하기 바빴다. 지금 내가 가는 길은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결승선이 어딜까? 결승선이 정해지기 전까지 쉽게 달리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싶지만, 나는 결승선이 확실해야 달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곳'에 관해 깊이, 또 깊이 생각하느라 20대 초반을 날렸다. 


필 나이트, 그는 24살에 '미친 생각'을 했다. (미친 생각은 책이 시작되자마자 나온다.) 어느덧 나는 그가 미친 생각을 한 그 나이가 되었다. 대학교에 들어간 18살이 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배운 것도 많고, 나에 대해 알게 된 것도 많다. 미래를 고민하며 겪은 시행착오는 한 보따리다. 해줄 이야기가 너무 많다. 하지만 단 한 마디만 해야 한다면, 18살의 나에게 한 마디만 해줄 수 있다면 분명 그것은 "그곳이 어디인지에 관해서 깊이 생각하지 말자."가 될 것이다. 


깊이 생각해서 얻는 건 공허함과 불안함뿐이다. 

깊이 생각해서 얻는 건 몸에 안 좋은 습관들 뿐이다. 

깊이 생각해서 잃는 건 내 삶이다. 


깊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냥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그런 말을 듣기 전에도 그냥 했을 것이다. 그곳이 어디인지 깊이 생각하다보면 그것만 생각하다가 실질적으로 얻는 건 하나도 없다. 인생은 생각만으로 경험이 쌓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건 생각이 아니라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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