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의 안식년
당신은 진심으로 행복하고 만족하는 사람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자신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을.
-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아잔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2022년의 어느 밤, 산책을 하다가 불현듯 깨달음이 내 뇌리를 스쳤다. 깨달음은 굵고 간결했다.
'내 현실과 이상 사이에 괴리가 있다.'
2022년 한 가수의 앨범이 발매된다. 가수는 앨범에 관하여 이렇게 말한다.
'이전 앨범에서 자유와 사랑에 대해 많은 말들을 했는데 내가 당장 죽게 된다면 난 여전히 그걸 최대 가치로 생각할 것인가 고민해 보니 모순이 있더라. 이번 앨범을 통해 그 간극을 줄여보고자 했다.'
그렇게 탄생한 앨범의 제목이 <ERROR>. 가수의 이름은 이찬혁, 악동뮤지션의 멤버다. 그의 '오류'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 있었다. 그는 이전 곡에서 아무것도 가지지 않아도 행복하고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이유는 하나, 그의 이상은 사랑과 자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생각한다. 난 정말 그렇게 살고 있는가? 정말 사랑과 자유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게 미안하지는 않은가? 내가 정말 그 노래처럼 아무것도 가지지 않게 되어도 그렇게 살 수 있는가? 난 당장 내일 죽더라도 후회가 없을까?
누군가 나에게 가치관이 무엇이냐 물었다. 나는 사랑, 통합, 헌신 등 여러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자부심을 가졌다.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과연 그렇게 살고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나는 내 삶의 의미가 '다른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스무 살부터 삶의 의미에 대하여 치열하게 고민했고, 또 그것이 얼마나 힘든 싸움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도움을 준 빅터 프랭클에게 배운 삶의 의미였다.
그러다가 나는 산책 중에 문득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정말 그렇게 살고 있을까?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살고 있을까? 나는 다른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돕고 있는가?'
아니었다. 그리고 내 삶의 방황은 모두 그곳에서 나왔다. 내가 전역 이후에 종종 공허함과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가 모두 여기에 있었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 가치관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라 내가 모르는 인생의 진리를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아는 대로 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답을 찾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또다시 무언가를 찾으러 갔다.
X(구 트위터)의 창업자 잭 도시는 이렇게 말했다.
Q: 다른 사람들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은 맞다고 생각하는 말이 있다면?
"사람은 필요한 것을 전부 가지고 태어난다."
<마흔이 되기 전에>, 팀 페리스
사실 우리는 모든 진실을 알고 있다. 내게 필요한 진리를 모두 알고 있다. 모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아직 내 안에서 지혜가 우러나오도록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진실은 이미 내 안에 있으며,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왔다.
나는 착각 속에 빠져 있었다. 가치관을 정하기만 하면, 진로를 정하기만 하면, 대학에 합격하기만 하면, 아니면 심지어 목표 대학을 정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술술 풀릴 거라는 착각. 내가 모르는 방법만 찾으면 부자가 될 거라는 터무니없는 믿음, 내가 모르는 진실만 깨달으면 삶은 술술 풀릴 거라는 믿음.
안식년은 착각에서 빠져나오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 되는 시작점이 되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