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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로미의 김정훈 Mar 18. 2023

어릴 때 내가 가장 부러워 한 친구들

어릴 때 제가 가장 부러워 한 친구들이 누군지 아시나요?

좋아하는 색이 있는 친구들이었어요.

“넌 무슨 색깔 좋아해?” 라고 물으면 1초 만에 “난 보라색!”이라고 말하는 친구들요.

왜냐면 나는 그런 게 없었거든요.

가만 보면 하늘색도 참 이쁜데, 보라색도 너무 이쁜 거 있죠.

그래서 친구들한테 “나는 하늘색 좋아한다!”라고 말하지 못했어요.

다른 색도 하늘색, 보라색만큼 좋아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항상 “난 잘 모르겠어”라고 말했어요.

근데 그렇다고 좋아하는 색이 없는 건 아니었어요.

그냥 이 색깔도 좋고, 저 색깔도 좋았답니다.

불과 몇 년 전 제가 제일 부러워 한 사람들이 누군지 아시나요?

좋아하는 일이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넌 뭘 할 때 행복해??”라고 물으면 1초 만에 “난 디자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요.

왜냐하면 나는 그런 게 없었거든요.

가만 보면 교육도 나쁘지 않고, 소비자학도 나쁘지 않았어요.

그래서 막상 하나를 골라서 미래로 달려 나가야 할 때면,

그정도로 좋아하는 건 아니라며 주저했어요.

그래서 항상 “난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했어요.

근데 그렇다고 좋아하는 일이 없는 건 아니었어요.

그냥 저는 두루두루 좋아하는 사람인 거죠.

어릴 땐 취미가 없다고 속상해 했지만,

사실 누구보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나는 항상 나한테 너무 높은 기준을 세웠어요.

이 정도 좋아하는 걸로는 내가 즐기는 취미라 말할 수 없어

이 정도 좋아하는 걸로는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라고 말할 수 없어

이 정도 좋아하는 걸로는 내 인생을 걸만큼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없어

나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어요.

저는 그래서 이런 내 모습이 너무 미웠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책이 나에게 이렇게 말해줬어요.

너가 틀린 게 아니라고요.

생각해보면 꼭 하나를 정할 필요가 없었어요.

우리는 왜 항상 하나의 정답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항상 모 아니면 도, 흑 아니면 백으로 생각할까요.

두루두루 좋아할 수 있는 거예요.

그 정도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거예요.

이 작은 깨달음이,

내 모습을 사랑하게 만들었답니다.


저는 하늘 보는 걸 정말 좋아해요. 왜냐하면 하늘엔 모든 색깔이 담겨 있거든요. 


오늘은 칙칙한 회색이네요. 칙칙한 회색 덕분에 제가 이렇게 차분한 글을 쓸 수 있었으니, 정말 완벽한 하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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