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제가 가장 부러워 한 친구들이 누군지 아시나요?
좋아하는 색이 있는 친구들이었어요.
“넌 무슨 색깔 좋아해?” 라고 물으면 1초 만에 “난 보라색!”이라고 말하는 친구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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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나는 그런 게 없었거든요.
가만 보면 하늘색도 참 이쁜데, 보라색도 너무 이쁜 거 있죠.
그래서 친구들한테 “나는 하늘색 좋아한다!”라고 말하지 못했어요.
다른 색도 하늘색, 보라색만큼 좋아하고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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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항상 “난 잘 모르겠어”라고 말했어요.
근데 그렇다고 좋아하는 색이 없는 건 아니었어요.
그냥 이 색깔도 좋고, 저 색깔도 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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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 제가 제일 부러워 한 사람들이 누군지 아시나요?
좋아하는 일이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넌 뭘 할 때 행복해??”라고 물으면 1초 만에 “난 디자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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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나는 그런 게 없었거든요.
가만 보면 교육도 나쁘지 않고, 소비자학도 나쁘지 않았어요.
그래서 막상 하나를 골라서 미래로 달려 나가야 할 때면,
그정도로 좋아하는 건 아니라며 주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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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항상 “난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했어요.
근데 그렇다고 좋아하는 일이 없는 건 아니었어요.
그냥 저는 두루두루 좋아하는 사람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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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취미가 없다고 속상해 했지만,
사실 누구보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나는 항상 나한테 너무 높은 기준을 세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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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좋아하는 걸로는 내가 즐기는 취미라 말할 수 없어
이 정도 좋아하는 걸로는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라고 말할 수 없어
이 정도 좋아하는 걸로는 내 인생을 걸만큼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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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어요.
저는 그래서 이런 내 모습이 너무 미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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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어느 날 책이 나에게 이렇게 말해줬어요.
너가 틀린 게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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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꼭 하나를 정할 필요가 없었어요.
우리는 왜 항상 하나의 정답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항상 모 아니면 도, 흑 아니면 백으로 생각할까요.
두루두루 좋아할 수 있는 거예요.
그 정도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거예요.
이 작은 깨달음이,
내 모습을 사랑하게 만들었답니다.
저는 하늘 보는 걸 정말 좋아해요. 왜냐하면 하늘엔 모든 색깔이 담겨 있거든요.
오늘은 칙칙한 회색이네요. 칙칙한 회색 덕분에 제가 이렇게 차분한 글을 쓸 수 있었으니, 정말 완벽한 하늘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