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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로미의 김정훈 Mar 19. 2023

여덟 단어를 다시 읽으며

“팀장님,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여덟 단어는 흥미로운 후배의 물음으로 시작한다. 세 번째 읽는 책인데, 두 번 읽을 때까지만 해도 이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고, 어물쩡하다가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는 데 만족했다. 좋은 이야기구나 하면서. 하지만 이제는 나도 대답을 할 수 있게 되니, “작가님,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나는 가르치지 않는 것을 행복해지는 법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 내용은 박웅현 작가가 말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교육은 항상 아이 바깥에 기준을 둔다. 특목고, 좋은 대학, 빵빵한 직장. 이런 교육 탓에 아이는 점점 나 스스로는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바깥 어딘가에 ‘진짜 행복’이 있다고 믿게 된다.

세상 물정 모르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아이는 돈을 벌 필요가 없으니까 그런거고 결국 돈을 벌고 스스로 행복을 일궈내려면 사회에서 가치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모든 사회의 조건 덕분에 행복한 사람도 있는 반면, 그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사람도 있다. 세상의 많은 고민이 돈으로 해결된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돈이 곧 행복이고 행복이 곧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취업을 하면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 지금 갖고 있는 고민만 해결되면 행복할 수 있다는 착각, 운명의 직업만 만나면 행복할 수 있다는 오해가 눈 앞에 있는 행복을, 내 안에 있는 진짜 행복을 가리고 있다. 우린 행복하기 위해 뭘 자꾸 더하려고만 하지만, 진짜 행복은 덜어내는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대학생 변화 프로그램에서 강조하는 내용도 이와 비슷하다. 사람들은 인생이 안 풀리면 뭔가를 늘리고 더할 생각만 하는데 오히려 줄이고 끝내야 한다. 인생에서 더하기는 역설적이게도 빼기다.

사실 음식도 뺄수록 깊은 맛이 난다. 매일 술 마시는 인생에서 갓생으로 넘어가려면 책을 읽기 전에 술부터 끊어야 한다. 놀라운 건 누구나 무언가를 ‘시작’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끝낼 수는 없다. 끝과 빼기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미료를 빼고도 음식이 더 맛있기 위해선 음식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다. 욕심을 덜고도 인생이 더 행복하기 위해선 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트위터의 CEO 잭 도시는 “다른 사람들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은 맞다고 생각하는 말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이런 대답을 했다. “사람은 필요한 것을 전부 가지고 태어난다.” 


또한, 생활신조로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답했다. 계속해서 ‘Learn’한 것을 ‘Unlearn’(언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이게 진정 가르치지 않았을 때 필요한 모든 것을 얻는다는 말이 아닐까.


초등학생 때 꾸었던 꿈을 떠올려 보면, 내가 어디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어쩌면 그때의 행복이야말로 진정 가르침 없이 스스로 터득한 행복이다.

그러니, 뭘 더 이상 가르치지 않는 경지. 배운 걸 모두 잊으려고 하는 태도. 오히려 지금까지 배운 것을 하나씩 돌아보며 버릴 건 버리고, 수정할 건 수정하는 덜어냄, 사실 내가 필요한 건 모두 갖고 있다는 믿음이 오히려 행복에 가까워지는 길이 아닐까.


아이에게 가르치려는 욕심을 '덜어내고', 아이에게 이미 가르친 내용을 '빼야 한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아이가 행복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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