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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로미의 김정훈 Apr 10. 2023

꿈은 필요 없다

습관에 대한 기본 이해: 1

1938년 미국 오리건주에서 태어나 육상 선수가 되었지만 한계를 느껴 대학교에 입학했고, 달리기와 스포츠에 대한 열정 하나로 일본으로 날아가 신발을 구해온 남자가 있다. 그는 일본에서 공수한 오니츠가 타이거 신발을 팔기 위해 창업했지만 매번 돈이 부족해 백과사전을 파는 영업사원, 회계사 등 여러 일을 하며 자금을 메웠다. 자신의 상품을 만들기 시작하고 훗날 세계 최고의 브랜드 ‘나이키’를 만든 사람, 필 나이트. 그는 자서전에서 자기 스스로에게 준 유일한, 그리고 최선의 충고를 이렇게 말한다. 



1962년 그날 새벽에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선언했다. ‘세상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하더라도 신경 쓰지 말자. 멈추지 않고 계속 가자. 그곳에 도달할 때까지는 멈추는 것을 생각하지도 말자. 그리고 그곳이 어디인지에 관해서도 깊이 생각하지 말자.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멈추지 말자.



필 나이트는 "그곳이 어디인지에 관해서 깊이 생각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만약 내가 이 충고를 꿈을 찾는 처음부터 알았다면 어땠을까. 


내가 본 대학생들은 자신이 어디로 갈지 너무 깊이 생각하느라 정작 오늘 하루를 살지 않는다. 하루하루를 보내는 방식이 인생을 보내는 방식인데, 정주영 회장이 자서전에서 말한 바, “사람은 흔히 자기 일생은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하루의 중요성은 망각하고 산다.” 


어디로 갈지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 이해를 돕기 위한 나의 경험이 하나 있다. 



2019년 12월, 첫 작전이었다. 나는 입대한 지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신병이었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서 밤늦게까지 깨어있는 걸 정말 힘들어하는데, 첫 작전부터 야간작전이었다. 새벽 1시 즈음까지 작전 공부를 하고 나면, 분대장님과 선임들은 이제 좀 쉬라고 말해줬다. 나는 그럼 공부를 하고 있던 토의실 옆에 놓인 책장에서 책을 꺼냈다.


군대에 들어가면 평생을 시간을 흥청망청 쓰던 사람도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 나도 그랬다. 독서는 하나의 발악이었다. 이 아까운 시간을 절대 낭비하지 말자는. 그래서 나는 책을 전투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첫 책이 아직도 기억난다. <인생이 쓸 때, 모스크바>. 인생이 쓸 때 읽으라는데 안 읽을 수가 있겠나. 내용은 모스크바 여행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할 때 나는 목표랄 게 없었다. 단지 ‘독서를 해야 한다’는 생각뿐. 왜냐면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니까. 하지만 독서를 하다 보니 목표가 생기고 목적이 생겼다.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책에 ‘의미’란 게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만약 독서에 목표를 세우고, 이 독서로 뭘 할지 고민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시작도 하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꿈이나 목표를 생각하지도 않고 일단 시작하다 보니 독서는 습관이 되었다. 


안 믿기겠지만 군생활도 똑같았다. 꿈을 갖고 입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입대할 때부터 군생활에 의미가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몇 개월 지나다 보면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군생활에 어떤 의미가 생긴다. 나의 경우엔, 내게 좋은 대우를 해준 1분대 선임들을 위해, 나도 후임들이 오면 좋은 대우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신병 때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선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중엔 내 밑으로 들어오는 후임들도 그러지 않을까 하여 또래상담병에도 지원했다. 군생활에 작은 의미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꿈. 그런 건 필요 없다. 꿈이 있어야 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문제는 꿈이 없어도 되는 사람들이, 자신도 꿈이나 목표가 있어야만 한다고 착각할 때 생긴다. 


세상은 ‘꿈은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즉, 꿈은 당연히 있는 거고 당신이 열심히 하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꿈이 없는 사람도 많다. 


방송인 유재석은 종종 방송에서 목표와 꿈에 관련해 이렇게 말한다. “저는 목표가 없어요. 목표를 정해놓고 ‘어디까지 가야 된다’에 대한 굉장한 스트레스가 있어요.” 그는 꿈이 없지만 매일 맡은 바를 열심히 하려고 한다. 또한 하이브의 수장 방시혁 의장 역시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들이 꿈에 의한 선택이라기보다 그 당시마다 정말 원하는 것인지, 하고 싶은지가 중요했다고 말한다. “여러분 저는 꿈은 없지만 불만은 엄청 많은 사람입니다.” 이들은 모두 꿈은 없지만 꿈같은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각자의 원동력(책임감, 불만, 사랑, 열정 등)이 있다. 



사람들은 왜 꿈을 찾는가? 좋은 삶을 살고 싶어서, 행복하고 싶어서, 나다운 삶을 살고 싶어서, 나의 잠재력과 재능을 모두 펼치고 싶어서. 내가 누군지 알고 싶어서. 하나씩 생각해 보자면 간단하다. 


오늘하루는 우리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습관의 산물이다. 당신이 습관이 아니라고 믿는 일조차, 거의 대부분 습관이다. 이 말을 믿고 있는 것조차 습관이요, 이 말을 흘려듣는 것마저 습관이다. 즉, 당신의 하루는 습관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인생은 습관의 산물이다. 


좋은 삶은 좋은 습관으로 이루어진 삶이다. 행복도 불행도 습관이다. 내 주변에 놓인 행복을 볼 줄 아는 사람은 모든 일에서 행복을 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불행만 보인다. 모두 습관이다. 나다운 삶을 사는 것 역시 내가 믿는 가치관을 좇는 삶이다. 그런 가치관을 찾기만 했다면 남은 일은 그것을 습관처럼 행하는 일이다. 가치관을 알고만 있는 건 나다운 삶이 아니다. 습관처럼 행하는 것이 진정한 나다운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눈치 챘을 수 있다. 습관에 꿈은 필요 없다. 내가 무심코 시작한 작은 행동이 습관이 되면, 알아서 목표와 꿈이 생기기 마련이다. 꿈은 필요 없다. 꿈을 찾느라 아까운 인생을 낭비하지 말자. 


그래서 혹자는 말한다. 습관은 실행이 중요하다고. 결국 실행해야만 한다고.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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