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야

꺼지지 않은 불꽃

by 공운


숨기고 싶어도,

어느새 발끝을 적시는 마음을 무시할 수 없더라.

나도 모르게 흘러넘쳐,

네가 던진 불씨 하나에 화르륵 타오르더라.


빨간 불꽃과 눈이 처음 마주쳤을 때,

나를 어디까지 이끌지 몰라

덮어버리고, 잊어버리기로 약속했다.


온몸이, 온 마음이.

이대로라면 재가 될 것 같아.

그래서 너를 피한 지 오래다.


그런데도 기다림은 오히려 바람이 되어

마음을 키웠다.


너를 보며 뜨거워지는 마음은

언제쯤 식어갈까.


도저히 내 힘으로 꺼트릴 수 없는 불길인가 싶다가도,

발로 밟으면, 손끝을 비비면,

꺼질게 분명해 보이는데.


그 불꽃이 없는 나를 상상하기 힘들어서,

얕게 일렁이는 불빛과

시야를 까맣게 채우는 잿가루를

빤히 바라볼 수밖에 없더라.


언제쯤 눈이 올까.

낙엽이 다 떨어지기 전,

내 마음 위로 하얗게 내려앉길.


언젠간 너를 향한 이 감정을 잊어버리겠지.

과거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고.

그럼에도 나는,

작은 불씨에 두 손을 내밀고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