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짝사랑러의 일기장
‘사랑해 ‘라는 말을 처음 뱉었던 날은, 아직 ‘사랑’의 의미를 알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언젠가였다.
지금은 잊어버린 그때, 나는 부모님의 말을 따라 하며, 웃는 얼굴로 흉내 내듯 읊조렸겠지.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사랑의 단맛을 느꼈던 것 같다.
그땐 ‘사랑해’, ’ 사랑한다 ‘ 같은 말이 그저 ‘안녕‘이나 ’ 다음에 보자 ‘처럼 가벼운 인사말인 줄 알았지.
나이를 먹어가면서, 학년과 학년의 단계를 밟아가면서 ‘사랑‘이라는 것이 가족에게만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주변 친구들은 서슴없이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했고, 곧 연애의 시작을 알려왔다.
밝은 웃음과 함께, 혹은 부끄러운 표정과 함께
누굴 좋아한다. 누굴 사랑한다.
‘사랑.’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런 일이, 정말 내게도 일어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이런 짝사랑은 내가 비로소 사랑에 눈 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드라마 속에서의 가슴 찢어지는 이별, 피눈물을 흘리는 배신 이야기는 몰라도,
시원한 파란 하늘 아래 비눗방울이 날리는 청춘 사랑 정도는 그릴 수 있을 만큼은.
닿지 못할 마음을 견디며 쓰는 ‘사랑’ 이야기는, 어쩌면 가장 용기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이제야 기억을 헤집어 다시 쓰는 이유는, 그에 대해 잊고 싶지 않아서, 내가 그를 좋아했던 찬란한 청춘빛을 잃고 싶지 않아서이다.
네가 무심코 건넨 말에 설렜고, 내게 보여준 미소에 기대했다.
너에겐 더 잘 보이고 싶었고, 더 멋져 보이고 싶었다.
나 혼자만의 자급자족 짝사랑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등굣길에도, 하굣길에도, 잠들기 전에도 반복해서 들었다.
조금 바보 같았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진심이었다.
혼자 상대를 마음에 품는 일은 외로운 싸움이다.
쉐도우 복싱 같다고 하면 조금 웃기지만,
틀린 말도 아닐걸.
실제 너를 만나서 떨지 않기 위해,
네가 없는 허공에 대고 혼자 연습을 하는 것이니까.
게으른 햇살 아래 운동장 벤치 위,
누가 놓고 간 일기장을 주운 것처럼,
풋풋한 냄새가 남아 있는 이 다이어리를
아무에게도 소문내지 말고 혼자 조용히 읽어주길 바란다.
나의 ‘그‘에게 이 이야기가 들리게 된다면,
진짜 정말 큰일이니까.
초보부터 프로까지,
모든 짝사랑러들에게 전하는 나의 짝사랑 일기장.
오래전에 써 내려간 다이어리 한 장을 참고하며 쓰는 중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꼭 기억해 주길.
짝사랑은 가장 후회되는 일이 아니라,
가장 순수했던 일로 미화된다는 것을.
당신의 짝사랑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