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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인사이동, 양날의 검

[짱무원 10화] 아쉬워도 언젠가는 다시 만나길

by 짱무원




학교에서 일하다 보면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인사이동 발표입니다.


행정실 직원뿐만 아니라

교사나 교육공무직원 등 모두 누가 떠나고

누가 오고, 내가 어디로 가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인사이동이라는 제도 자체는

결국 조직을 위한 것이고

더 나은 균형과 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장치라는 걸 잘 압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이 과정을 매번 겪다 보면

정들었던 분들과 인사하는게 힘들 때가 있습니다.


사실 제가 정이 많은 성격인지라

좋은 동료와 일하다보면 일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존경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갖는데

금방 떠나시면 상당히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교육행정직 공무원은 보통 3년마다

한 번씩 행정실을 옮기게 됩니다.

어느 학교에 배정될지,

어떤 구성원과 함께하게 될지,

실제로 발령이 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저 역시 새로운 행정실에 들어갈 때마다

일은 이제 늘 똑같다보니 긴장되지 않고

어떤 사람을 만날지가 제일 걱정됩니다.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행정실장님

그리고 교사들과 교무행정사님을 비롯한

조리실 여사님들 등등… 모든 것이 다 떨립니다.


낯선 책상, 다른 결재 라인,

서로 각기 다 다른 학교 분위기.


어떤 학교는 매일 아침 티타임을 가졌고

점심 먹으면 운동장 산책을 무조건 했었죠.


어떤 학교에선 교무실과 함께

운동 모임을 결성해서 운동을 했습니다.

배드민턴이랑 등산을 갔고요.


어떤 학교에선 실장님이 친목을 혐오하셔서

행정실에 아무도 찾아오지 않기도 했습니다.


저는 사실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좋아해서

웬만하면 교무실도 일부러 찾아가고

사람들과 인사도 밝게 나누고 스몰토크도

시도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솔직히 실패할 때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사람인지 파악이 안되다보니

여기저기 말을 걸다보면

눈빛에서부터 행정실 직원이 왜 말을 걸지?하는

차가운 눈빛을 보내는 분도 계시긴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신기하게도

어색함은 서서히 사라집니다.

같이 일하면서 서서히 허물이 풀리더라고요.


마치 새로운 반에 들어가 친해지는 학생들처럼,

공무원들도 그렇게 매번 새 학기를 시작하죠.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이렇게

정이 들어갈 때쯤이면

다시 인사이동의 시기가 찾아와서

정들었던 분과 인사를 해야 되는 것입니다.


함께 고생하며 웃던 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쳐도 늘 인사해주던 분,

겹치는 업무가 많아 자주 메신저를 주고받던 분.


이처럼 저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분이

떠나실 때는 이제는 누가 또 새로 올지

불안감이 덮쳐 오기도 합니다.


물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서 또 다른 배움을 얻는 건

분명 저를 성장하게 합니다.

다양한 학교를 경험한다는 건

교육행정직의 장점이고요.


저는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걸

여러 번 느꼈습니다.

맞지 않는 동료를 만나

인사 상담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떠나는 분을 붙잡고 싶을 만큼 아쉬웠고

눈물이 난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거의 대부분 막상 새로운 분이 오시면

그분과 호흡하면서

자연스레 이전 분은 잊혀졌습니다.


결국 저는 떠나보내는 아쉬움과 맞이하는 기대는

늘 한 세트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일하다보면 업무보다는 사람이 더 기억에 남고

특히 고생을 같이 많이 한 분들은

더더욱 제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첫 발령 때 저를 무섭게 혼내시던 실장님이나

저에게 이것저것 잘가르쳐주시던 계장님과

처음 제가 급여할 때 교육청 담당자 등등

이런 사람들은 영원히 못 잊겠죠.


그래서 오늘도 마음속에서 조용히 다짐해 봅니다.


떠나는 분들을 기쁘게 보내드리고

오시는 분들을 따뜻하게 맞이하자.

그것이 인사이동이라는 변화 속에서

제가 균형을 잡는 법입니다.


이번 연재는 여기서 마치며,

저의 시리즈 연재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다음에 다른 시리즈로 다시 만납시다.

모두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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