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Conflict
2021년 4월 20일 (화) / 8일차
2021년 4월 20일, 화요일 (8일차) 갈등 Conflict
성산 휘닉스파크 → 수영장 → 하나로마트 초밥(★★) → 섭지코지 산책
→ 정가네 연탄구이(★) → 성산 휘닉스파크
제주에 오니 맑고 푸른 하늘을 자주 본다.
미세먼지 많은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니 숨이 한결 가벼워진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기분. 아이들에게도 너무 좋은 일이다.
물론 반대급부도 있다.
아이들을 자주 안다보니 손목이 아린다.
손목이 멍든 것처럼 통증이 심해진다.
아이들의 몸무게가 많이 늘었나보다.
벌써 제주살이 여드레째에 들어섰지만, 아직은 제주 살이라기보다는
제주에 오래 관광하는 관광객이라는 기분이 더 강하다.
게다가 오늘은 찐 관광객처럼 오랜만에 종일 리조트에서 보냈다.
수영하고 맛있는 것 먹고, 멋진 관광지 보러 다니고.
코로나 덕분(?)인지 사람이 별로 없는 수영장을 넓게 쓰니 안심이다.
두어 시간 넘게 아이들의 넘치는 흥을 풀어줬다.
갈수록 첫째의 어린양은 늘고 있지만 이제 화를 내기보다는 대화로 풀기로 했다.
시간이 조금 더디더라도 아이와 대화를 통해 아이의 떼의 본질을 들어주고,
조금더 아이의 입장에서 설명하다보니 아이의 떼도 전보다는 조금 줄어드는 느낌이다.
물론 너무 못해줄 이유만 아니면 들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그동안 너무 “안 돼! 하지마! 기다려” 이런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했던 건 아닐까.
아이와의 관계는 부모의 노력으로 충분히 해소가 가능하다는
오은영 박사님의 말이 꽤 설득력 있는 것 같다.
아이와 관계는 그렇게 점차 해소가 돼 다행이다.
아이들과 하루 종일 씨름하다보면 아내와의 대화는 점점 줄어든다.
피곤한 심신은 사소한 갈등에도 서로의 벽을 더욱 두텁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제주에 오기 전부터 부쩍 아내와의 갈등이 잦았다.
물론 신뢰에 금이 갈 정도의 문제가 생기기도 했지만 말이다.
부부는 결혼 전까지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왔고 다른 삶의 지향점을 가졌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상대를 이해해보려는 노력이나 배려가 무척 중요하다.
행동보다는 늘 말이 앞서는 서로의 문제.
그렇게 상대의 밑바닥까지 보고 나서야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결혼이란 무엇일까?
연애는 좋아하는 남녀가 뜨겁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안아주는 과정이라면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다 보면 우리는 ‘가정’을 전제로 한
서로의 모든 것에 대한 간섭과 구속을 하게 된다.
삶의 공백도 줄어든다.
서로의 다른 가치관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 토라지다,
다시 합의하는 과정도 잦아지다보면 서로에게 지치고 힘들어지기 일쑤다.
모든 건 마음가짐의 문제다.
아내는 평생의 동반자다.
하지만 그 평생의 단편은 갈등과 합의의 연속이다.
상대방에 대해 한번 싫어지거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면
가리려고 해도 그 단점이 전체로 번진다.
그리고 그 편견이 너무나 쉽고 단정적으로 일반화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단점만 찾다보니 장점마저 사라지는 것이다.
이 사람은 늘 나에게 이러이러한 불만만 갖고 투정 부리고... 이런 류의 편견!!
그리고 볼멘소리로 늘 내 자아를 짓밟는다.
짓밟힌 자아는 더 큰 화로 부메랑처럼 상대방에게 되돌아간다. 악순환이다.
성격 차이로 갈라진다는 부부에 대해 이해가 안 됐는데
말이 좋아 성격 차이지, 그런 밑바닥을 몇 번쯤 보다보니 이해가 간다.
혼인 유지 관계에서 어떻게 보면 성격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다.
부부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한다는 것.
그렇게 사는 부부들은 정말 대단하다!
그만큼 참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 하면 부부라는 관계가 서로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상대방에 대해 단점이 많이 보이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반복되는 얘기지만,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렸다.
결국은 상대와의 관계는 내 안에 답이 있다.
제주살이 과정 속에서 이 답을 찾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