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4일 (토) / 12일차
2021년 4월 24일, 토요일 (12일차) 아름다운 육아일기란 없다!
우도 숙소 → 우도봉(일출맞이) → 우도일주 → 블랑로쉐(땅콩라떼 ★★★)
→ 파도소리 해녀촌 (보말칼국수 ★★★) → 강정 아파트
깜깜한 새벽 5시. 눈이 저절로 떠졌다.
망설일 틈도 없이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갔다.
오늘이 아니면 제주에서 제일 먼저 뜨는 해를 보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그리고 5시 50분. 가쁘게 숨을 고르며 우도봉 정상에 올랐다.
풍랑주의보에 기상이 좋지 않을거라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운이 좋으면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역시 지나친 기대는 금물 ㅜㅜ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다.
그 새벽, 우도봉 정상에는 나 홀로 있었다.
멀찌감치 불을 밝히는 고깃배 한 척이 해가 떠오르는 수평선에 있었다.
그러나 구름이 가득 낀 동편 하늘에는 해가 올라올 여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5시 54분. 사전에 체크한 일출시간에 해는 구름 위로 불그스름한 빛만 띄었다.
제주의 여신 설문대할망은 결국 내게 일출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쉬움에 내려오는 길에 멋진 우도 경관을 담았다.
그리고 인적 없는 우도의 새벽길을 한 바퀴 돌았다.
관광객들로 붐볐던 장소들마다 들러 고요한 우도 풍경들을 담았다.
바람과 파도가 거셌지만, 배가 못 뜰만큼은 아닌 듯 했다.
혹시나 해서 항구 대합실에 전화하니 오후 네 시까지는 배가 비정기적으로 뜬다고 했다.
다행이다. 오늘 지체 없이 제주로 나갈 수 있다.
그래도 마지막 날이라 아쉬운 마음에 아이들과 우도봉에 다시 올랐다.
멋진 장관과 자유롭게 풀어진 말들을 나 혼자 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람은 좀 드셌지만, 아이들은 말들이 자유롭게 풀어져 먹이를 먹는 모습에 빠져들었다.
역시, 아이들은 동물 먹이주기만 있으면 그곳이 최고의 관광지다.
게다가 이렇게 자유롭게 풀린 말을 언제 또 보겠노.
밤 사이 거센 파도가 오간 해변에는 쓸려 내려온 톳과 미역이 가득하다.
미역 한 줄기를 그대로 들었더니 지음이 키만하다.
조개를 좀 더 줍기 위해 해변을 거닐던 중 예쁜 보라색 빛 생물체가 눈에 띄었다.
자세히 보니 움직인다. 뭘까 뭘까???
컵에 담아 자세히 관찰하니 해파리다!!!
수족관에서 봤던 해파리. 젤리피쉬~♣
지음이에게는 해파리라는 단어보다 젤리피쉬가 더 익숙하다.
유튜브 영어동요 덕분에.
젤리피쉬 ~♬ 젤리피쉬~ 신이 나 노래를 부른다.
일회용 컵에 얕은 모래를 깔고 조개와 해초로 꾸미고
바닷물을 넣으니 작은 수족관 완성!
거기에 해파리를 넣으니 제법 숨을 쉬기 시작한다.
가까이에서 관찰하기는 처음이다.
투명한 보라색 빛을 내뿜는 젤리피쉬의 모양이 저세상 생물 같았다.
바다는 지음이에게 살아있는 학습장이었다.
미역줄기는 크기도 크고, 마땅히 요리해 먹기도 힘들 것 같아 바닷가에 놓고 왔고
해파리는 해로운 생물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살생은 안 될 것 같아
바다에 직접 풀어주라고 했다.
어렸을 적 호숫가에 10년 키운 거북이를 방생한 기억이
있는데 신기한 게 놓아주면 고맙다는 듯
그 자리를 한참 맴돌다 깊은 곳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해파리도 한참을 같은 자리에 맴돌다 사라졌다.
배틀트립 우도 편에서 나온 유명한 보말칼국수 맛집 <파도소리 해녀촌>에 갔다.
보말죽과 보말칼국수. 바다내음이 많이 나긴 했지만 맛은 그저 그랬다.
방송에 나온 맛집들은 그다지 믿고 갈만한 곳이 별로 없다.
아이들도 좋아하지 않아 아침에 싸온 주먹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제주발 배를 탔다.
15분 거리지만 너울성 파도로 배가 심하게 흔들렸다. 마치 바이킹을 타는 느낌이랄까.
풍랑주의보에 왜 이런 큰 배가 못 뜨는 지 실감할 수 있었다.
자칫 풍랑에 뒤집힐 수도 있는 위험이 있으니까.
그렇게 1주일간의 장기간 제주 외박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강정 본거지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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