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3일 (금) / 11일차
2021년 4월 23일, 금요일 (11일차) 고 립 감
우도 숙소 → 놀이터 → 안녕, 육지사람(땅콩아이스크림 ★★★)
→ 하고수동 해수욕장 → 이모네식당 (고등어구이 ★★★★★) → 검멀레
→ 서빈백사(산호)해변 → 우도봉 → 해와 달과 섬(★★★★) → 우도 숙소
힐링에 힐링을 더하는 곳.
바람도 공기도 햇살도 늘 존재하던 곳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다.
아이들은 공기 좋은 곳에서 마음껏 햇살 받으며 뛰어논다.
벌레를 무서워하는 첫째는 점차 벌레에게 말을 붙일 만큼 친숙해졌다.
미끄럼틀을 혼자 못 타는 아이가 이젠 제 발로 트라우마를 극복했다.
아침 볕이 참 좋더라!
그래서 어제 왔던 검멀레 해변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래서 멀리 우도 등대가 보이는 멋진 풍광 속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당나귀 당근주기 체험도 하고,
검멀레(검은 모레) 해변까지 내려와 모래사장을 걸었다.
원없이 풍경을 담았다.
우도의 중턱에는 작은 면사무소와 농협 마트, 성당이 모여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이렇게 멋진 아이들의 놀이터가 있다.
우도에 아이들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훌륭한 시설이었다.
하나하나 자연과 잘 어우러진 놀이 시설물들.
어떤 좋은 관광지보다 아이들은 좋은 볕 아래서 놀이터 환상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게다가, 우도에는 제주 어느 해변 못지 않은 아름다운 해변이 3개나 있다.
맑고 푸른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이국적인 휴양지 같은 느낌이었던 하고수동 해수욕장!
노년에 편히 쉴 곳을 찾아온다면 여기가 어떨까 순간 생각했다.
‘손주가 있다면 1년에 한 번쯤은 오고 싶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해변 앞에 있던 <안녕? 육지사람>이라는 카페 테라스에 앉아
한동안 따뜻한 볕을 쬐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니 그런 기분이 들더라.
여기에 달콤한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과 쫄깃쫄깃 한치빵까지 곁들이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더라.
한참 볕을 쬐고 바람을 즐겼더니
점심때가 또 늦어버렸다.
아이들 점심을 먹이기 위해
생선구이 파는 가게를 한참 찾았지만
네이버 블로그에 나온 맛집들은 다들 간판이 바뀌어 있었다.
나름 맛집이라 블로그에 올라왔을텐데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렇게 네이버 맛집은 포기하고 어제 저녁을 먹었던 집 인근에
LED 간판으로 생선구이라고 써 있는 허름한 식당이 기억났다.
<이모네 식당>이라고 간판 또한 정겨웠다.
아무런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기대 이상의 맛집이었다!!
칼칼한 김치찌개와 푸짐한 크기의 살찐 고등어가 넷이 먹기에 풍족했다.
무엇보다 입맛 까다로운 아이들이 무척 잘 먹었다.
인심 좋아보이는 주인 아저씨가 우도 바다에서 직접 잡은 고등어라며
우도 앞바다 해녀들이 직접 뜯은 미역 반찬에, 직접 텃밭에서 기른 시금치에,
모두 자연산 제철음식이라 더 신선했고, 재로 본연의 맛이 강했다.
열하루 동안 방문했던 그 어떤 식당들보다도 좋았던 최고의 식당 <이모네 식당>
우도 주민들이 자주 찾는 맛집이라고 네이버나 이런 곳엔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아내가 말했다. 정말 친한 지인 아니면 가르쳐주고 싶지 않은
우리만 알고 싶은 가게라고.
그래도 우리만 알고 싶더라도 사람들이 자주 찾아야 나중에 또 올 수 있겠지... ^^
유명 관광지에서 조그만 김밥 세 줄에 전복김밥이라고 8천 원씩 받는
가게보다 백배는 낫다. 이런 집을 찾으려고 꽤 고생한 보람이 있다.
입맛 까다로운 아이들 덕분이다.
우도 앞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떴다.
숙소 주인 아주머니가 내일은 배가 못 뜰지도 모르니
혹시 나가실 거면 오늘 네시 배로 나가셔도 좋다고 직접 연락을 주셨다.
아니, 지척이 제주도인데 이 거리에 배가 끊기다니...
섬에 고립되는 기분은 약간 이상했지만
당장에 급할 것도 없고 별 계획도 없는지라
내일 배가 안 뜰 경우 하루 더 머물겠다고 말씀드렸다.
그 영향인가. 마지막 배가 떠난 네시가 지나자 온 거리가 한산해졌다.
그렇게 붐비던 아기자기한 전기차와 카페마다 북적이던 관광객들이
섬을 다 떠났다. 식당들도 네시가 되자 일찌감치 문을 닫고,
가이드 분들은 일찍부터 술자리를 시작했다.
한산한 우도는 더 매력적이다. 항구에는 마지막 배가 떠난다.
산호바다에 우리 가족 넷밖에 없다. 우도를 통째로 빌린 기분이다.
저기 보이는 지척의 일출봉. 15분밖에 안 되는 거리인데
파도가 불면 배가 멈춘다고 하니,
섬은 그런 단절감이 있다.
PD라는 직업 특성상 계획에 어긋나는 변수를 정말 싫어한다.
그런데 육아휴직 후 선택한 제주살이는 변수가 크게 나쁘지는 않다.
당장의 변수에 유동적으로 마음만 먹으면 바꿀 수 있는 여유가 있어 매력적이다.
벌써 열하루차 제주살이. 너무나 얻는 게 많은 소중한 시간들이다.
지나온, 지나갈 이 시간들이 나와 아내에게도,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도 멋진 추억여행이 되길 또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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