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투어 (모슬포의 돌고래)
2021년 5월 8일 (토) / 26일 차
2021년 5월 8일, 토요일 (26일 차) 잿빛 투어
남원 쉬멍 스파 → 모슬포 돌고래 투어 (★★)
→ 검은 노루 (국수, 수육전문점 ★★★★) → 강정 숙소
남원 → 모슬포 (약 52km)
아침부터 최악의 미세먼지로
하늘이 온통 잿빛이다.
구름이 좋았던 어제 날씨와
180도 다른 모습에 역시 제주의 변화무쌍함을 실감한다.
오늘은 고대하던 돌고래 요트투어를 가는 날이다.
시야가 흐릿해, 돌고래를 못 보더라도
배에서 좋은 경치를 보는 것마저 놓칠까 싶어
예약을 연기해보려고 했는데 불가능하단다.
바다에 나가기에는 비 오는 날보다 더 나쁜 날씨다.
날씨에 따라 기분이 달라진다고
구름이 좋았던 어제는 사람이 많고 피곤해도
그렇게 쨍하게 좋더니, 오늘은 사람도 없고
별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일찍 피로가 쌓인다.
아무래도 호흡기 영향이 크다.
며칠 전 그렇게 절경이었던
산방산은 어디로 갔는지,
산에 근접해도 뿌옇기만 하다.
저 멀리 마라도는커녕 가파도도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고 부지런히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여객선만 요란하다.
오늘 같은 날 가파도 투어를 가도 배표가 아까웠을 듯.
도심에서 황사가 오면 뭐 그러려니 하고
실내에만 있으면 되는데,
제주에서 맞는 황사는 다른 기분이다.
시야가 흐리니 이렇게 답답할 수가 없다.
요트투어 티켓은 중고마켓에서 저렴하게 샀다.
모슬포항 인근에 있는 투어 센터에 가니
꽤 많은 관광객들이 도착해 있었다.
제주에서 그래도 꽤 유명한 관광코스인가 보다.
모처럼 다들 산방산 전망과 돌고래를 기대했을 텐데
우리처럼 아쉬움을 안고 있는 듯하다.
제주에 오는 큰 배, 우도에 가는 중간 크기의 배만
타 본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요트를 타니 신이 났다.
첫째는 혼자 요트에 오를 정도로 용감해졌다.
크기는 작지만 무려 34명이 탑승이 가능하단다.
요트는 나름 선상투어에 맞게 내외부가 깔끔하게 도색됐다.
돌고래가 잘 보이는 갑판 앞은 이미 만석이다.
지음이는 흔들리는 뱃머리가 무서웠는지
꼭 안아달라고 보채기 시작했다.
모슬포항에서 약 20분 정도를 나가면 돌고래 서식지다.
근처에 양식장이 있어 먹이가 풍부해
돌고래 약 160마리가 도처에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배 엔진소리를 좋아해
배 인기척이 들리면 가까이 쫓아 헤엄친다.
돌고래를 자연 속에서 근접해 볼 수 있는 투어라
나름 인기가 많다.
한참을 기다리자 뱃머리에 있던 사람들이
“돌고래다!”하고 외친다.
저 멀리 돌고래 등살이 보인다.
그리고 점점 배를 향해 다가온다.
지음이가 무서워해 2층 갑판에 앉아 있느라
때를 놓쳤다.
쇼타임은 굉장히 짧았다.
야생돌고래들은 체면치레하듯
짧은 시간 뱃머리 인근을 서성이다가 사라졌다.
희뿌연 수평선을 따라 넘실대는 파도만 주야장천 보이고,
모슬포의 야생 돌고래는 존재감만 내비치고 사라졌다.
제대로 된 돌고래 사진 한 장도 못 건지다니.
아쉬움이 크다.
황사만 아니었어도 바닷가 복판에서
멀리 가파도도 볼 수 있고, 한라산도 보고,
가까운 산방산의 절경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여러 가지가 아쉽다.
그래도 아이들은 바다 풍경을 정말 좋아했고,
배의 출렁임을 즐겼다.
신나게 부둣가를 뛰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름의 아쉬움을 달래 본다.
제주에 와서 체력 하나는 정말 단단해진 모습이다.
허기와 피곤에 지친 어른들은
식당에서 고기산적과 국수를 흡입하며
아이들을 돌보기 위한 체력을 보충했다.
6월이 제철이라던 토종 밀감은
달덩이만 한데 맛이 묵직하단다.
한 입 베어 물다 뱉어 버렸지만,
작은 귤만 보던 아이들은 큼지막한 귤이 신기한 모양이다.
어젯밤 12시간 잠을 잔 첫째는
하루 종일 신이 나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의 재생능력은 탁월하다.
아이들은 어버이날을 맞아
12가지 약속을 들어주기로 약속했고,
뒤늦은 어린이날 선물은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이었지만,
어른들에게는 가혹했다.
다음 주에는 마라도나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