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ful Story in Jeju ♥

2021년 5월 9일 (일) 27일 차

by 곤잘레스 파파

2021년 5월 9일, 일요일 (27일 차) Colorful Story in Jeju ♥


강정 숙소 → 협재온다정 (재방문)

→ 협재 해수욕장 → 한림 칠돈가 (흑돼지 삼겹살)

→ 신창 풍차 해안도로 → 강정 숙소


“Colorful Story in Jeju”

서쪽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맑아

오늘은 제대로 일몰을 볼 수 있겠다고 싶어

허겁지겁 저녁을 먹고

노을 맛집인 신창 해안도로를 향해 내달렸다.


한림에 있을 때마다 기회가 되면

아름다운 석양을 보러 갈 생각이었으나

날이 흐려 제대로 본 적이 드물었고,

아이들 저녁 시간이라 늘 겹쳤다.


신창 해안도로 가는 길


그런데 역시 제주의 날씨는 변화무쌍하기에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중천에 떠 있던 해가 수평선을 향해 떨어질 무렵,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구름들이 수평선 위로 빽빽하게 들어섰다.


일몰시간인 7시쯤

해는 가득한 구름 속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더니

자취를 감춰버렸다.

일출, 일몰 운은 지지리도 없지... ㅜㅜ


지난번 우도에서 일출 보러 새벽에 나갔을 때나

어렵게 일몰시간에 맞춰 왔을 때나

태양신은 내게 제대로 된 풍경을 볼 기회를

허락하지 않았다.


석양을 못 본 건 아쉬웠지만,

그나마 구름에 산란된 일몰 빛은

묘하게 보라와 연분홍 사이의 색을 연출하며

환상적인 빛으로 재탄생했다.


아이들이 해안도로 인근 공원에서 뛰놀 때

그 빛을 카메라에 담으니

멋진 풍경 샷이 찍혔지만,

실물보다 더 아름답게 담기지는 않았다.


이런 풍경은 눈을 감고

고이 마음속에 간직해 두는 게 제 격이다.

노을이 빗겨간 자리가 구름에 산란돼 비현실적인 색을 연출
바닥 밑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에메랄드빛 협재 바닷가
파란 하늘과 초록빛 바다의 경계가 사라진 자리에 선 아이
자외선이 강한 태양빛에 구리빛 피부가 되어버린 아이의 다리
무지갯빛 비누방울을 만드는 엄마와 딸들의 알록달록한 색의 향연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닮은 비양도의 주황빛 실루엣


오늘은 제주가 남긴 다양한 색들에 반해

하루에만 500장 가까이 사진을 찍었다.

기회가 있을 때면 놓치지 않고 B컷도 담는다.

제주에서 살아가는 한 달의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스무 일곱 날인 오늘까지 찍은 사진 수만 무려 7천 장을 넘는다.

뭐라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묘하게 어울리는 색상이다.

그 색들이 각기 개성이 있으면서도

편안한 동질감을 갖는다.


참 곱다...


아니, 오늘은 바닷가 갈래!


오늘은 좀 쉴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이에게 물었다.

아니, 오늘은 바닷가 갈래!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외친다.

그... 으래 ㅎㅎㅎㅎ


아침부터 서귀포 지역은 어제처럼 미세먼지가 나빴고,

일요일이라 어딜 가든 사람이 많을 것 같고,

일주일간 신나게 놀았으니

모처럼 집에서 휴식 좀 취할까 했는데

아이는 여전히 부족한가 보다.


이곳에 온 뒤로 아이들이 날이 다르게 건강해졌다.

스무일곱날 동안 하루도 아팠던 적이 없다.

하루를 온전히 뛰어놀다 보니

무엇보다 잘 자고 잘 먹는다.

벌레도 멀미도 운동 기피증도 극복했다.

1시간 내면 코 닿을 데 있는 게

바다며 산이며, 숲이며 해수욕장인데...

어딜 갈지 크게 고민할 것도 없이

그날 마음먹는 곳으로 향한다.

그래서 오늘은 제주에서 가장 좋은 바다로 온 것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는 제주에 산다는 건

아이들에겐, 큰 축복이 아닐까.

서울에 돌아가면, 이런 축복들이 고파서 어쩌지.

벌써 걱정이 된다.


매년 의도적으로라도 이런 시간들을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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