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필요해

2021년 5월 7일 (금) / 25일 차

by 곤잘레스 파파

2021년 5월 7일, 금요일 (25일 차) 변화가 필요해

WHAT I NEED IS A CHANGE

남원 쉬멍 스파 → 스누피 가든 (★★★★)

→ 성산달래식당 (생선구이 ★★★★★)

→ 허니문 하우스 → 서귀포 올레시장 → 남원 쉬멍 스파


제주에 와서 구름이 제일 예뻤던 오느른.

오늘은 스페셜한 날이라,

스페셜한 심벌로 기억되고 싶은 날.


아내와 결혼한 지 5주년이 되는 날이자,

예음이가 태어난 지 600일 되는 날 ♥

그렇다 할 이벤트도 없었고

큰 케이크나 선물을 준비하지는 못했고,

비록 성냥이 없어 촛불을 켜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평생 경험하기 힘든 이벤트를

우리는 24시간, 한 달 가까이 이 아름다운 곳에서

함께하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평생의 가장 큰 이벤트가 아닐까 싶다.


언제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24시간을 함께 붙어 있어 볼까.

가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고,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또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는 아주 값진 시간들이다.


예음이 600일과 우리의 결혼 5주년을 기념하며


오늘은 어디에 갈까?

이제 제주 방방곡곡 웬만한 명소는 많이 다녀본 것 같아

오늘은 인스타 핫플에 가보기로 했다.

많은 셀럽들이 극찬했던 입소문이 많은 곳.

바로 스누피 가든이다.


입장권이 다른 곳보다 조금 비싸긴 한데

가성비가 아주 훌륭하단다.

아이들이 뛰어놀 곳도 많고,

아기자기한 전시장도 좋고,

이 날씨에 둘러보기에도 딱이다.

보통 제주도 관광지를 돌아보기 전

네이버 평점이나, 인스타그램, 블로그 글들을 본다.

그런데 이렇게 나쁜 평판이 없는 곳도 드물다.

제값 내고 가면 목돈이 드는 입장료인데

11시 이전에 가면 20%가 할인된다.

그래서인지 서둘러 11시 전에 도착하니

주차장이 만차일 만큼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다.


스누피 가든


어릴 적 TV에서 봤던 미국 애니메이션 스누피.

내용은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

스누피 캐릭터들은 너무 익숙하다.

귀여운 비글 강아지 스누피가

강아지 집 위에 누워있는 장면과

머리털 하나 있는 찰리 브라운 정도???


워낙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어서

스누피를 모르고 어린 시절을 보낸 또래는 없겠지만,

1970년대부터 이런 철학적인 만화가 있었다니

놀라운 작품세계를 그린 저자가 경이로울 따름이다.

왜 요즘은 어떤 영화나 만화에도

이런 평범한 철학들을 발견하기 힘드니,

인문학이나 철학보다 돈과 연관된

경제학이 판치는 자본주의 세상이니 뭐...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쟁이로서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WHAT I NEED IS A CHANGE


My Life has no Purpose.

No Direction, No Aim, No Meaning

And yet I’m happy. I can’t figure it out.

What am I doing Right?


정말 멋진 문구다.

삶의 목적도 방향도 없지만, 나는 행복하다니...

삶과 일에 대한 태도, 균형을 어떻게 잡고,

어떻게 행복을 추구하며 살 수 있을까?

진부한 사고는 나태한 습관과 관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은근한 체념과 포기.

내 삶에 은근히 배어있었던 나태함과 무력감.

그걸 일깨워주는 문구였다.


오늘이 날인가?

회사에서 모처럼 친한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휴직 기간 중 회사 사람들에게 거의 연락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회사 연락을 받으니 반가웠다.

복직 후에 같이 프로그램을 하자고 했는데

프로그램 방송 날짜가 벌써 잡힌 모양이다.

일찍 복직하길 부탁하는 뉘앙스였다.

이대로 한 달 일찍 복귀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하지만 고민 끝에

지금의 시간들은 다시 잡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휴직은 준비 과정도 시행 과정도

많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고심 끝에 선배에게 거절했다.

어렵게 한 부탁인데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회사 일보다

가족들과의 이 시간이 더 소중한 것 같아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포기할 수 없는 기회비용.

그 기회비용 면에서 지금은 꿈보다 현실이 우선이다.

다시 복직하면 그동안 지내왔던 것처럼

탑다운 식으로 프로그램 배정을 받겠지.

하기 싫은 프로그램이라도

일단 육아휴직이란 시간을 회사에서 받았기 때문에

어디든 가라는 대로 가야 되는 건 인지상정이다.

단, 억지로 맡은 일이 아닌

앞으로는 주도적인 일을 해야겠다.

스누피 가든에서 느꼈던 것처럼

내 나태한 자세부터 바꿔야지.

꾸준한 인내와 창의적 사고를 거듭하는 피디는

결국 기회가 언젠가는 오기 마련이라고.


이 일로 밥벌이를 계속하려면.


갤럭시 폰의 광각렌즈가 빛을 발했던 <구름 사진>


하늘이, 구름이 너무 다채로웠던

결혼 5주년 오느른.


내 삶의 방식도,

내 일에 대한 태도도,

내 가족들과의 삶도,

내 행복도...

부지런하게 다채로운 모양으로 만들어봐야겠다.

찰리 브라운 마을에서 만난

각양각색의 구름들처럼.


5주년,

해먹처럼 편안하면서도

번갯불처럼 볶이기도 쉬운 부부 나이.

앞으로 10년, 20년, 50년...

아웅다웅

예쁜 따님들과 함께

더 행복한 추억들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 싸우지 말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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