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5일 (수) / 23일 차
2021년 5월 5일, 수요일 (23일차) 아이들의 나이테
한림 마중펜션 → 금능 해장국 (★★★) → 금능 해수욕장
→ 협재 온다정 (★★★★) → 카페 이면 (★★★★★)
→ 수월봉 지질공원 트레일 → 강정 아파트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거짓말처럼 날이 갰다.
아내와의 관계도 한결 나아졌다.
그리고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아쉽지만, 오늘은 체크아웃하는 날이다.
햇살 좋은 금능 해변인데 그냥 갈 수 없어
차에 짐을 풀고 무작정 나왔다.
어린이날이라 그런지 아이들을 데리고
바다에 나온 가족들이 꽤 많았고, 주차장이 만차였다.
한참을 돌다 겨우 해변 인근에 자리를 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래놀이 도구를 풀었다.
해변 물색이 참 예뻤다.
아이들이 발을 담그기에 딱 좋은 모래와 바다였다.
신이 난 막내는 옷이 다 젖는지도,
머리가 모래범벅이 되는지도 모른다.
지난 이틀간 집 안에서 바다만 바라보다
이렇게 나오니 얼마나 좋았을까.
아무렴 옷이 더렵혀지면 어때.
날도 좋고, 오늘은 어린이날이니까.
실컷 놀아라!
한참을 아이들과 바닷가에서 물놀이 하다가
낮잠 시간에 맞춰 나왔다.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은데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다가
협재바다 인근에 협재 온다정이라는
곰국집을 찾았다. 따뜻한 놋그릇에 정갈하게 담긴
곰탕 한 그릇이 정말 푸짐했다.
얇고 보드랍게 썰린 흑돼지고기는
아이들이 먹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좌석이 많지 않아 대기가 있음에도
아이들과 함께 오는 가족에게는 4인 테이블을 내주셨다.
아담하고 예쁜 식당에,
푸짐한 식사에,
친절한 주인까지
*3박자가 완벽한 식당이다.
곰탕 큰놈 하나 보통놈 하나
시켜놓고 네 가족이 배불리 먹는다.
재촉하지 않으니 아이들이 다 먹을 때까지
마음 편히 천천히 먹이고 왔다.
기분 좋은 식당이라 협재나 금능바다에
오는 지인들에게 추천해줘야지
협재 온다정 (★★★★)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
한림에 있는 아내 친구 카페에 들렀다.
서울에서 카페를 하다가
아예 제주로 내려온 예쁜 부부가 연 카페.
특별히 뷰가 좋거나,
바닷가 접근성이 좋은 건 아닌데 찾는 손님들이 많았다.
조용한 한림의 한 마을 어귀에 위치했지만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드립커피가 특히 맛있다.
작년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북적이지 않았는데,
이번에 들렀을 때는 맘 편히
얼굴 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입소문 인파에 바빠 보였다.
어렵게 자리잡은 곳인데 이왕 바쁜 게 좋은 거라고
뒤늦게 개업식 화분을 선물하며 마음이 참 좋았다.
제주의 서쪽 해안도로를 달려
강정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가는 길목, 첫날 들렸던 수월봉을
아내와 아이들과 다시 찾았다.
그런데 다시 가보니
수월봉보다 그 중턱에 관광객들이 많이 몰렸고,
뭐가 있을까 궁금해 들어가니
믿기 놀라울 정도의 장관이 펼쳐졌다.
만 팔천 년 전에 생성된
이 화산 지질층은 살아있는 지질학 교과서다.
우도 검멀레 해변에서 봤던
지질층에 비해 사이즈는 작았지만
눈앞에 켜켜이 쌓여있는 층들.
그 시간의 흔적들이
학창 시절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퇴적층 모형같이 해괴하고 멋드러졌다.
특히 이 지질층에는 유난히 일제의 갱도진지가 많다.
100년 전 일제가 지질층 곳곳에
미군의 공격에 대비한 갱도진지를 팠고,
그 안에 자살특공대 보트를 숨겼다고 한다.
겉으로는 멋진 지층이지만 아이러니하게 아픔을 안고 있다.
수월봉은 그 아픈 역사를 지켜보며
수천 개의 지층 한 켠에 그 아픔을 쌓았겠지.
아이가 크면 이런 역사적인 현장들을
같이 걷고, 배우며 다니면 좋겠다.
제주의 서해안은 금능해변과 수월봉이 다했다.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한 가장 어린이날다운 그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