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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Jan 18. 2022

[마흔에세이 9]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오/느/른> 김제로 내려간 PD 동생 이야기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는다"


- 돈키호테 -




 삼십 대 초반의 나와

 사십 대 초반의 나는

 이것이 달라졌다!


 세상에 이룰 수 없는 꿈은 없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은 없으며

 견딜 수 없는 고통은 없다고

 무한 열정과 긍정 에너지가 넘쳤던

 삼십대 초반을 보냈다면


 사십대 초반에 이르는 이제는 

 이룰 수 있는 것보다

 어쩌면 이룰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졌다고

 느끼게 됐다랄까.


 그래서일까.

 나는 가끔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현실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 부럽고 또 좋다!

 그 대리만족 만으로도.


 

죽산면 <오/느/른 하우스>에 들러


대학 시절부터 알던 후배가

MBC PD가 됐다.


다큐를 보는 시선도

굉장히 훌륭하고

무엇보다 추진력이 너무 좋던

꽤나 프로그램을 잘 만들던 후배이자

동생인 별 PD


작년 봄,

아는 후배 사이가 아닌

진정 유튜브 <오/느/른>의

열혈 구독자로서

아이와 함께

별 PD의 오느른 하우스를 찾았다.


오랜만에 

별 PD를 만났을 때 느낌은

<굉장히 밝아졌구나!>였다.


한창 서울에서 바삐 살면서

가끔 만났을 때 느꼈던

약간 2% 채워지지 못했던

후배의 아쉬운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너무나 행복하고

너무나 만족하며

자신이 만든 업(!)을

사랑스럽게 가꿔나가는

열정적인 모습 그대로였다!


"어떻게 이렇게 내려올 생각을 했니?"


그녀의 대답은 심플했다.


"재미가 없었어요"

"퇴사까지 생각할 정도로"


장기간의 파업 후

MBC 구성원들의

내부 갈등과 반목은

심각했고, 그로부터

많은 이들이 상처받고

피폐해졌다.


그녀가 낸 아이템도 번번이

퇴짜를 맞았고,

기획도 엎어지면서

아무 일도 하기 싫었다는 그녀.


무작정 생각 없이 내려온 시골.

그것도 아무 연고도 없는 김제.

그곳에서 그녀는 대뜸

지금의 폐가를 발견한 것이다.


시작은 미약했다.

대뜸 전세금을 빼

거금을 들여 집을 샀지만

매주 주말마다 시간 내서

직접 다 쓰러져가는 집을 고치고,

오랜 시간 끝에

아기자기한 멋진 기와집으로

탈바꿈을 시켰다!


'나는 절대 못 했을 텐데...'


그렇게 내려가더라도

아무 연고도 없는 시골에서

터를 잡기란 홀몸으로 쉽지도 않을 터.


열정적인 그녀는

남자 혼자서도 하기 힘든

어려운 육체노동을 해내며

부지런히 그 과정을

영상에 담아

유튜브에 올렸다.


<오느른>의 시작은

시골살이가 아닌

폐가 고치기였다.  


오느른 오피스 개업 전 (2021.5)


지금은 무려 3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하고

조회수 10만을 넘나드는

셀럽에 되어버린 별 PD


매주 2~3회씩 올려야 되는

콘텐츠에 대한 부담과

회사에서 요구하는

협찬 및 셀럽 유치에 대한

이중 부담이 있지만


어쨌든 성공적인 크리에이티브로

꿈을 이뤘고,

그 꿈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며


생각한 대로

주체적인 꿈을 꾸는

그녀의 현실들이

너무 멋졌고, 부러웠다.


김제는 주목받지 못하는

고령중에도 초고령에 속한

소멸 도시였다.


그런 시골 마을에

30대의 젊은 PD가 들어와

마을 주민들과 동화되는

삶을 살아가며

농촌의 아름다운 사계를

전하며 마을을 숨 쉬게 한다.


그녀의 집에는

펭수도 찾아오고,

유키 구라모토도

직접 찾아와 연주하고,

이이남 작가가

아트 프로젝트도 열었다.


마을 주민들의 공동체 공간인

오느른 오피스를 연 것도 모자라

이제는 폐교와 폐가를 마을호텔로

탈바꿈하기 위한

김제시와의 협업도 추진 중이다.


그녀의 추진력이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이렇게 다채로운 유형자산을

샘솟게 만드는 마법 같은 솜씨.

타사 후배 PD지만

그런 열정과 능력에

거듭 놀라곤 한다.




<우리 아이도 시골에 살면 좋을텐데...>
<리틀 포레스트>



창작자의 콘텐츠를 존중해

딸의 모습만 잔뜩 찍어

사진을 올린다.


시골 들판이

아이와 너무 잘 어울린다.

제주 한 달 살이를 다녀와

까맣게 그을린 피부.

넘치는 체력 덕에

아무리 뛰어도 처지지 않는 딸.

그리고 떠나지 않는 저 미소.


이제 나는 홀몸이 아닌 관계로

내 혼자의 선택으로

귀농을 꿈꾸기는 쉽지 않다.


<리틀 포레스트>는

영화로서 아름답지만

적적한 시골살이가

나와 맞는지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시골살이는 더 건강하고

더 젊은 삶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점.

그런 매력이 있다.


그런 매력을

<오/느/른>에서 찾는다.


오느른onulun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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