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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Jul 29. 2021

감정 싸움

2021년 4월 17일 (토) / 5일차

 2021년 4월 17토요일 (5일차)   감정 싸움 


  강정 아파트 → 다정이네 김밥 → 오설록 티 뮤지엄&이니스프리 (비누만들기 체험)

 → 연탄구이 혜원(흑돼지 자투리 ★★★→ 중문 스타벅스 → 강정 아파트    

 

 손목이 시큰하다

 15kg이 되는 아이를 안고 걷다보면 손목과 허리가 남아나질 않는다

 제주에 유독 많은 벌레들이 한 몫 했다

 벌레만 보면 안겨대는 첫째 덕에     

 

 오늘은 이곳에 와서 처음 맞는 주말이다

 잠깐 차 내부를 청소하러 주차장에 내려오니 따뜻한 햇살과 포근한 바람에 

 기가 막힌 초여름 날씨구나’ 생각하며 시원한 차림으로 준비했다     


 그런데 웬걸??? 

 서귀포 강정 바람과 서귀포 안덕 바람은 달랐다

 맑은 날씨에도 오설록 녹차밭 바람은 정말 매서웠다

 게다가 맑은 공기는 어느덧 미세먼지 나쁨으로 바뀌어 가시거리도 나빠졌다.  

 설상가상으로 주말 여파에 오설록 차 박물관에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렇게 미세먼지 나쁘고 매서운 바람에는 다들 실내로 몰리게 돼 있나보다

 싱그러운 초록빛 녹차밭을 걷는 그림에 바람이 장애물이 될 줄이야



오설록 티뮤지엄 (★★★)     


초록초록한 날

녹차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녹차밭을 찾았다가 비누까지 만들게 된 곳.     

초록초록 다 좋은데 물가 비싼 것 빼곤.

주차 힘든 것 빼곤사람 많은 것 빼곤.     

그래도 싱그러운 느낌이었다.


모처럼 이니스프리하게




 일단 오설록 하면 녹차, 녹차 아이스크림이 떠오른다.

 지음이는 아이스크림보다 케이크에 더 눈길을 보냈다

 결국 만 팔천원이란 거금을 들여 아이스크림과 케이크 세트 하나를 주문했다.  

 게다가 이 세트를 사기 위해 약 30분간 줄을 섰다

 매장 내 음료 순환도와 녹차 관련 기프트 판매량을 고려하면 성수기가 따로 없겠다


17,300원짜리 베스트 세트 (녹차 아이스크림, 케이크, 녹차 오프레드)


 오설록 티뮤지엄과 이니스프리 하우스는 바로 옆에 위치한다

 과연 아모레퍼시픽 선대 회장이 제주 개활지에 차밭을 꾸리고 대대로 관광 상품화해

 이곳 제주 서편에 설록차의 본고장 면모를 과시했다는 게 

 80년대를 주름잡던 기업가의 면모답다     

 

 아내와 지음이는 이니스프리 하우스에서 녹차비누 만들기 체험을 했다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아이도 열심히 만들기에 꽤 괜찮은 체험이다.

 제주에 있는 모든 체험을 시켜주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도 여기에 있는 한 달여의 시간동안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줄 생각이다

 돈이 얼마나 더 들지 모르겠지만시간은 다시 살 수 없을 테니까


아내와 지음이가 만든 회심의 녹차 비누


 녹차 비누를 만들고 나오니 바람이 조금 잦아들었다

 덕분에 녹차밭을 배경으로 가족사진 한 장 남겼다

 또 점심때를 한참 넘기는 바람에 배꼽시계에 맞춰 식당을 찾았다.


초록초록 녹차밭에서 기념사진 한 장은 남겨야지


 제주에서 가성비 좋은 식당을 고르는 건 참 쉽지 않다

 책자에 나와 있는 식당들은 줄도 길고 값도 비싼 곳이 많다

 그래서 알음알음 지인 소개나 현지인 추천 맛집을 찾는 편이다

 오늘 점심은 아내의 지인이 소개해 준 돼지 자투리 맛집이다.

      

 브레이크 타임이라 오픈 전인데도 지인 이름을 대고 겨우 한 자리를 얻었다

 자투리 1인분(200g 기준)에 12,000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지인 찬스 덕에 오겹살에 계란찜 서비스까지 푸짐하다

 첫 날 맛본 흑돈가 흑돼지 맛의 인상이 깊어 약간은 부족했지만

 그래도 역시 제주 돼지 맛은 좋다!


제주 연탄구이 혜원 (★★★) ;;; 가성비 좋은 현지인 맛집


 음식 맛은 너무 좋았으나

 이 식당에서 제주살이 역대급 위기의 순간이 왔다.

 겨우 닷새인데 위기라니... 하겠지만 

 결국 지음이로 인해 그 위기가 폭발하고 말았다


 모든 위기의 시발점은 버섯 한 젓가락계란찜 한 숟가락이었다

 유독 먹는 것에 있어 편식이 심한 첫째였기에

 너무 고기만 먹는 편식증은 아이 발육에도 좋지 않겠다 싶어

 골고루 밑반찬 맛을 들이려다가 사단이 났다

 참다참다 제주에 와서 쌓인 아이에 대한 피로감과 스트레스로  

 결국 큰 소리로 잔소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며칠간 쌓인 인내심이

 그 한계점에 다다랐다     


 첫째날집에 간다고 한바탕


 둘째날벌레 무섭다고 한바탕


 셋째날안 먹는다고 한바탕


 넷째날양보 안 하겠다고 한바탕




 고집이 센 아이며칠째조금은 심각하게 아이 상태를 걱정하고 있다.

 점점 이렇게 말을 안 들으면 앞으로 어떻게 교육을 시킬 것인지

 어떻게 참된 아이로의 인간성을 길들일 수 있을지

 밑반찬 안 먹겠다고 나무란 게 억울했는지 

 아니면 보던 스마트폰 동영상을 가져간 게 억울했는지

 정말 식당에서 한 시간 가까이를 큰소리로 울어 젖혔다

 식당에 손님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손님이 있었다면 쫓겨 났을지도

 식당 주인분이 오셔서 달래줘도 풀리지 않고

 아빠와 딸은 그렇게 앙금이 쌓인 채로 식당 밖으로 나왔다.    

   

 집에 와서도 대놓고 말을 안 듣는다

 아침에 만들어놓은 장난감을 동생이 건드렸다고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댄다.  

 나도 쌓인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아이에게 매를 들고큰소리로 나무랐다

 지음이는 매를 드는 나를 두려워하기보다 악에 받쳐 나를 째려본다

 그 모습에 아내는 화를 삭이라고 나를 내보냈고

 나는 마트에 가서 결국 아이들 간식거리와 장난감을 골랐다

 마음을 진정시키니 내가 다섯 살짜리 애를 데리고 뭘 하는 걸까 순간 부끄러웠고,

 매를 든 나를 자책했다부모 노릇 제대로 하기도 참 쉽지 않다

 쓸데없는 아이와의 감정 싸움아이는 저절로 순화되고기다려주면 될텐데...

 그리고 어차피 자식 이길 부모는 없다

 라는 그 명언을 왜 잊고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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