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8일 (금) / 6일차
2021년 4월 18일, 일요일 (6일차) 용감한 도전
강정 아파트 → 시스터필드(버터플라이, 스콘, 크로와상 ★★★★★) → 새섬&새연교
→ 켄싱턴리조트 → 강정 아파트 → 다바다 마사지 (★★★★★)
일요일 아침 9시 30분. 빵 사러 가는 길.
나는 아침에 맡는 갓 구운 빵 냄새가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서귀포에서 제일 핫하다는 베이커리 <시스터 필드>에 마침내 왔다!
이 빵집은 빵 종류별로 나오는 시간대가 다르다.
줄서서 사간다는 빵집이 숙소 코앞에 있다.
빵을 몇 개 집지도 않았는데 2만 원을 훌쩍 넘긴다. 어디나 빵값은 참 비싸다!
그래도 한 번쯤 먹어보고 싶었기에 집었다.
버터플라이 식빵은 겉은 바삭 속이 촉촉한 식빵이다.
그 유명세만큼, 그 가격만큼이나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맛이다.
오늘은 특별한 계획이 없다.
일요일이라 관광지 어딜 가도 사람들로 북적일테고,
날씨도 따뜻해 오늘은 집 근처 놀이터에서 실컷 놀다올 요량으로
아이들 주먹밥만 싸들고 나갔다.
아이들에게는 어떤 관광지보다 집 앞 놀이터가 최고다!
가성비 좋은 비누방울총 하나를 샀더니 아주 뽕을 뽑는다.
아이들은 두어 시간 가까이 동네 놀이터를 전전하며 실컷 뛰어 놀았다.
그렇게 반나절이 가니 역마살이 하루도 못 참고 스믈스믈 올라온다.
푸른 바다가 지척이니 가까운 바다라도 못 보면 좀이 쑤시는 게
제주 방랑자 심정이다. 그래서 오늘도 결국 바다를 찾았다.
천 원짜리 가성비 좋은 가오리연을 집 앞 문구점에서 두 개 사들고
바람 잘부는 집에서 제일 가깝고 아름다운 서귀포 앞바다 새연교로 나갔다.
서울에 있으면 집 밖에 나가는 일이 쉽지 않을텐데 여기는 마음만 먹으면 실컷 나가고
실컷 뛰어놀 수 있다. 특히 둘째 녀석에게는 이곳이 천국이지 않을까.
서귀포 항구는 나폴리 항구처럼 고깃배들이 금빛 물결에 줄지어 있는 미항이다.
새연교에 오르면 제주의 남쪽 바다를 등지고 서귀포 항구와 저 멀리 한라산 정상까지
완벽한 풍경화 한 폭을 실물로 영접하게 된다.
겁이 많고, 걷는 걸 유난히 싫어하는 지음이가 오늘은 갑자기 다리를 건너
섬 안으로 들어가 걷고 싶다고 한다. 얘가 웬 일이지?
새섬은 작았지만, 그래도 20분 남짓의 둘레길 코스다.
지음이가 걷기에는 아직은 걸어본 적 없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안고 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도전해보기로 했다.
벌레를 무서워하니 또 안아달라고 보채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그래도 이런 곳을 자꾸 노출시켜야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걷게끔 도와줄 생각이다.
지음이와는 서울에 있을때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둘만의 데이트를 했다.
그리고 가족들과 주말마다 수도권 인근에 꽤 많은 곳을 다녔다.
오랜만에 아이와 단둘이 걸으며 사소하지만 알찬 대화를 나눴다.
지음이가 느끼는 낯선 곳에서의 생활은 어떤지, 매일 여행오니 좋은지,
벌레는 왜 무서운지,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등등등...
걷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볕이었다.
숲길도 좋았고 이따금 펼쳐지는 바다 풍경도 좋았다.
숲이다 보니 가끔 벌레도 등장했지만 엄마가 빌려온 곤충 책을 보고나니
조금은 극복할 용기가 생긴 것 같다.
피하지 않고 조금은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하기만 하다.
그리고 사전학습이 이래서 중요한가. 엄마가 훌륭한 게 또한번 입증됐다.
지음이는 한 번도 안아달라고 보채지 않고 섬을 한 바퀴 완주하는데 성공했다.
이따금 다리가 아프다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충분히 쉬면서 천천히 걸었다.
20분 코스였지만 거의 1시간 가까이를 천천히 거닌 듯하다.
지음이의 용감하고 특별한 도전이었다! 새섬 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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