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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묵 양념장

모든 것의 시작

by 곤잘레스 파파

대단원의 시작은 도토리묵 양념장이었다!

말로만 듣던 아빠 육아휴직을 생각하게 해 준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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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휴직을 시작한 게 3월 초.


만 3세, 만 1세

딸 둘을 키우는 아빠다보니

둘째 어린이집 적응시키느라,

첫째 딸 등원 후 밀린 집안일 시작하고,

일찍 하원한 둘째 점심먹이고 씻기고 놀아주랴,

바둥바둥 집안일 하고 나면 첫째 하원시간.

하원하고 데려오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두 아이의 육아전쟁 시작!

놀아주고, 밥 먹이고, 놀아주고, 책 읽다가 씻기고 또 간식 먹이고 -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그 육아 리듬의 반복은 시공간을 막론하고 변함이 없다.

20210313_140809.jpg 육아전쟁, 24시간이 모자라


그래서였나.

육아휴직의 포부는 원대했다.

일과 육아의 양립이 쉽지 않다는 결론 하에

하나를 잠시 내려놓고 육아에 몰두하겠다는 결심과

덧붙여 바쁜 업무로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겠다는 원대한 포부!

나도 유튜브를 열까,

파워 블로거가 되볼까,

못 읽은 책을 읽고, 몸짱 뇌섹남이 되볼까

복직 후 멋진 프로그램을 위한 거창한 기획안이나 한 편 써볼까 등등

정말 하고 싶은 건 너무나도 많았다.


그러나 포부는 포부일 뿐.

과욕은 금물!


그래서 시작한 게 요리였다.


도토리묵이 너무 먹고 싶어 이발 후 시장터에서 한 모 사왔다가,

기어이 먹어보겠다고 인터넷과 앱을 뒤져서 찾은 백종원표 양념장이었다.

얼추 그런대로 따라서 간장 한 큰 술, 고춧가루 한 큰 술... 넣다보니

‘어? 요 놈 맛이 괜찮네~?!’


자기가 한 음식은 맛이 없다는 게 일반적이지만

내가 한 음식이지만 맛이 괜찮아서 생각보다 놀랐고 비주얼 갖춰놓으니

이건 안주거리로 내다 팔아도 욕은 안 얻어먹겠다 싶었다.


그렇게 하나둘 도전하기 시작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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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묵 양념장

카레라이스

허드슨강 털보아저씨표 토스트

굿모닝 사라다

소세지 야채볶음

어묵탕

잡채

계란막대 토스트

모닝 에그브레드

굴전

김치볶음밥

감자전

김치전

차돌박이찜

김치말이 국수

달래장 콩나물 솥밥

CGV 진미채

팬케이크

떡볶이

소시지 콩나물미나리찜

진미채볶음

마약계란장

참치김치볶음

멸치볶음

콩나물무침

달래초무침

......


휴직 후 한 달여 만에 쉰가지 요리를 완성했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해 준 귀한 보물이 만개의 레시피란 앱이었다.

별점 높은 주인의 레시피를 따라하면 실패 확률이 거의 없었다.

물론, 모든 요리에 조미료는 한 번도 쓰지 않았다 ^^


하나둘 냉장고에 채우고,

정성껏 접시에 담아 플레이팅을 하고 식사를 하니,

배달음식과 밖에서 사먹는 식당음식에 익숙했던 입맛이

집밥 입맛으로 돌아왔다.


육휴의 작은 성과라면 성과랄까...


20210314_145847.jpg 완성된 결과물을 보고 맛을 느낄땐 황홀한 보람이 느껴진다!


요리를 할 땐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완성된 결과물을 보고 맛을 느낄 땐 정말 황홀한 보람이 느껴졌다.


예상치도 못한 취미의 발견에

와이프에게

‘자기는 요리에 취미가 없어? 이렇게 재밌는 걸...’이라고

놀렸다가 한 소리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해 준 음식들은 다 뭐였냐며...

괜한 호기와 배짱이었다.


육아휴직?

거창한 목표랄 것도 없다.

좋지 않은 음식들을 먹고

좋지 않은 습관을 가졌던 걸

조금은 다시 되돌려 놓는 것 뿐.


몸도 마음도 좋아지고,

그 안에서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금상첨화 아닐까 싶다.


그래서,

작은 목표가 생겼다.

3개월 후 다시 복직할 무렵에는,,,

백여 개의 음식 정도는 마스터하고,

주말이면 되도록 집밥을 먹고,

아이들과 더 시간을 많이 보내는 습관을 기르는 걸로!


O.K!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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