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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Feb 10. 2022

[마흔에세이 11]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

고인의 명복을 빌며

또 하나의 비보가 들려왔다.


잘못된 극단적인 선택.

그 선택의 원인은

당사자가 아니면

누구도 감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간의 과정에서

얼마나 치열한 내적 갈등과

알 수 없는 외침이 있었을까

그 감내할 수 없는 고통에

마음이 아프다...



코로나로 급증한 우울증


코로나19 여파로 청년층의 우울증이 급증했다.

일명 '코로나 블루'라고도 불린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점차 인간관계도 단절되고

빠져나올 수 없는 현실의 굴레와

자가격리 일상화로 인한

리프레쉬의 어려움,

특히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면서

삶의 만족도는 바닥을 그리고 있다.


이로 인해 2~30대 청년층의 자해는

1년 사이 무려 80% 이상 급증했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고서도 나오고,

우울증 진료 인원도 1년 사이

무려 30%나 폭증했다고 한다.  


이런 우울증의 특징은

특히 청년층과 저소득층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사각지대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마흔에 접어드니

웃는 날이 부쩍 줄었다.

회사와 집으로 이어지는 단조로운 일상과

업무와 육아 사이에 공백이 적고

특히, 집안에 머물기보다

바깥에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성격 탓에

자가격리는 마치 감옥 같기만 했다.


만일, 이런 시기에

취업을 준비하거나

지금 하고 있는 일이라도 없었으면

아마 나쁜 생각을 한 번쯤 하지 않았을까.


자본주의에 물든 SNS에는

멋진 차를 타고, 호캉스를 가고, 골프를 치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돋우는

타인의 생활들이 있는 그대로 노출되고,

주식이나 코인으로 벼락부자가 된

일부 유튜버들의 자극적인 코멘트가

그 박탈감을 가속화시키는 아주 이상한 세상.


심리 방역은 그저 허울 좋은 말뿐,

그 누구도 쉽사리 이런 우울증을

극복해주기 어렵다.



며칠 전 아내와 대화 끝에

"요즘 참 사는 게 재미가 없네"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두 딸의 아빠이자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쳇바퀴 구르듯

돈과 인력이 없다며

"일"이 안 되게 만드는 회사와 싸우느라

생각이 다른 세대갈등에 치여

위아래 선후배들의 눈치를 보느라

한창 고집이 세지기 시작한

딸들의 어린양을 받아주며

신경전을 벌이다 보면

어느새 나가떨어지는

요즘 마흔 아빠의 흔한 고민이

나도 모르게 "재미없다"라고 표현된 것이다.


다음 날 아내에게 너무 미안했다.

아내는 나보다 더 힘들게 육아하고,

그 와중에 뭐라도 해보겠다고

잠을 줄여가며 시간 쪼개 공부하고 있고,

남편이라고 하나 있는데

매일 우울하다는 소리나 하고 있고,

정신력 강한 아내였기에 망정이지

비슷한 성향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


요는,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뻗쳐 나오는

심리적 악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울해질 때 극복하는 3원칙을 세우기로 했다.


하나, 일단 나가자!

(물론, 자가격리 기간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어디든 좋으니 무조건 나가자.

사람 많은 곳도 사람 없는 곳도 좋으니

일단 나가서 숨 한 번 크게 내쉬자.


답답함도 마음 병의 원인이라고

그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뇌도 출구를 찾는다.


날이 좋을 때는 행주산성까지

한 시간 남짓 땀 흘리며 자전거를 탔지만,

추운 날씨라 무리일테고

어느 몰도 좋고, 마트도 좋으니

나가서 이것저것 보고 사람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서 사치를 부려보자.


아주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나가서 뭐든지 하자!


둘, 움직이자!!

이건 집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을 위한

만반의 대비책이다.


최근에 오래된 고전 게임기인 엑스박스를

당근마켓에서 구입했다.

엑스박스나 위 같은 게임기의 장점은

신체활동을 집에서 할 수 있다는 거다.

축구, 탁구, 권투, 볼링에서 댄스까지

내 동작을 인식해주는 센서 덕분에

신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건 딸과도 가능하더라!


나만의 우울증 극복방법


그리고, 내게 과제처럼 주어진 일이

바로 거북이 키우기다!


커먼 머스크라는 작은 거북이 두 마리를

청계천 파충류 가게에서 분양받았다.

그리고 작은 수조 하나를

당근마켓에서 구입해

삼시세끼 거북이 밥을 주고 관찰하고

이틀에 한 번꼴로 수조의 물을 갈아준다.


물론, 집안일 플러스로

해야 될 일이 생겼지만

집안일보다는 재밌는 취미활동이니

나름 몸을 써서 한다는 점에서

만족감이 높다!


셋, 만나자!!!

이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마지막 방법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인간적 유대관계의 단절이다!


코로나19가 만든 가장

최악의 사회악이다.


그래서 일단 만날 수 있다면

정부가 정한 거리두기 인원제한 밑으로는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같이 술을 마셔도 좋고,

맛있는 식사를 해도 좋고,

커피숍에서 수다를 떨어도 좋고,

등산을 해도 좋다!


그리고 만나서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해도 좋으니

각자의 일과 육아에서 벗어난 주제로

실컷 떠들고 풀자.


아니, 아예 대놓고

코로나19를 욕하거나

정부를 비판하거나

현실의 불만을 토로해도 상관없다.


그렇게 내 속의 쌓인 감정들을

털어놓는 게 가장 훌륭한

우울증 해결방법이다.


물론, 아내는

어린 딸들이 있는 관계로

코로나19 염려증이 심해

이 방법을 제일 싫어하긴 한다.


그래도,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라면

우선 나부터 생각해야지.

만나자!!!




이 지긋지긋한 역병이

언제쯤 끝날지 모르겠지만

역병보다 심각한 심리적 역병을

슬기롭게 잘 극복해야

극단적인 선택에서 벗어날 수 있다.


비보가 남일 같지 않은 요즘이지만

한 번쯤 내 주변에 있는

말수가 적어진 동료가 있다면

먼저 가서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건네고

농담도 하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그 안에 잠재된 균들을 꺼내 주는 건

어떨까.


마지막으로,

코로나 블루로 운명을 달리한

많은 청춘들에게

삼가 고인의 위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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