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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Feb 25. 2022

[5] 오리엔탈리즘 끝판왕 돈까스

천 년의 식성을 바꾼 음식

전국 방방곡곡 어디를 가든

웬만해선 실패하지 않는 음식이 있다.


아이들 입맛에도 안성맞춤!

"겉/바/속/촉"의 대명사

한 달 제주살이의 삼분의 일은

아마 이 음식을 먹지 않았을까?


골목식당의 유명세를 타고

무려 일주일 넘게 테이블링 앱의

예약 버튼을 눌러댔던 그 음식

바로 돈. 까. 스 !!!


연돈, 살찐고등어, 영육일삼 (내가 꼽는 제주도 돈까스 3대 천왕)

 

제주도의 수많은 돈까스집을 다녔지만

두 번 이상은 갔던 세 곳이다.

다시 가면 또 가보고 싶은

제주도의 돈까스 3대천왕!!!


스테이크나 파스타처럼 무겁진 않고,

가볍게 칼질할 수 있는 양식이라 하여

경양식으로 알려진 음식이 바로 돈까스다!


어릴 적에는 크리스마스나 설날에

모처럼 모인 가족들과 멋있게 차려입고

칼질하러 나갔던 외식 코스가 바로 경양식집이었다.

나름 수프, 빵, 돈까스, 샐러드, 음료까지

코스로 이뤄진 추억의 경양식집.


지금까지 경양식집의 '양식'이라는

어원에서 추리해 돈까스의 원조는

서양 음식이라고 굳게 확신했다.


그런데 대반전!!!


놀랍게도,

돈까스는 '일본음식'이다!!!


일본에 갈 때마다 빠삭하게 튀겨진 돈까스와

커리, 우동을 심심치 않게 많이 먹었는데

원조가 일본이었다니 꽤 놀라운 사실이다.



 

일본에서 유래한 <돈카츠>


돈카츠는 일본의 오리엔탈리즘에서 탄생한 음식이다!

우람한 서양인들의 체격을 닮고 싶어서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고 그들을 닮고싶어서

메이지 유신 시대, 일본의 야망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음식이 바로 '돈카츠'다!!


일본은 근대 이전,

무려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금육했다.

서기 675년, 일왕이 내린 육식 금지령으로

백성들은 생선과 채소, 해산물이 주식이 됐다.

1687년에는 아예 동물 살생 금지령까지 내려지면서

금육 정신은 천년의 시간 동안

일본인들의 몸에 깊이 체화됐다.


그런 천 년의 습관이  

어떻게 한 순간에 바꿀 수 있을까?

단순히 서양인들의 체구를

닮고 싶다는 목적 만으로??


1872년, 일왕이 육식 금지령을 해제했지만

일본인들은 육식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생긴 고민의 결과가

바로 덴뿌라와 커틀릿의 결합이다.


덴뿌라는 포르투갈에서 유래했고,

커틀릿은 프랑스에서 유래했다.

커틀릿은 일본어로 '가쓰레스'다.

1895년, 돼지에 튀김옷을 입힌

포크 가쓰레스는 도쿄에서 탄생했다!

포크 가쓰레스는 돼지 돈(豚)이 접두어로 붙어

돈가쓰레스, 돈가스로 이름이 바뀌어 간다.




식민지 조선에 돈까스가 들어온 건 1920년 즈음이다.

일본이 서구 문명을 동경해서 돈까스를 먹었듯이

조선 사람들도 일본을 동경해서

돈까스를 먹었다고 한다.


당시의 돈까스는 부유층만 맛볼 수 있는

고급 음식이었다.


지금처럼 대중화된 건

해방 후, 전쟁의 참상이 어느 정도

벗어나는 1960년대 중반 무렵이었다.


자르지 않은 통째로 나오는 돈까스와

적당한 양의 밥과 단무지,

달콤한 소스가 버무러진 양배추와 콩이

우리가 흔히 기억하는 메인 디쉬였다.

 

추억의 경양식 돈까스


1980년대부터

돼지고기 수급이 좋아지면서

돈까스는 양분화된다.


기존의 경양식 집에서

일반 분식집, 기사식당의 메뉴 중 하나로 대중화됐거나

아예 일식 돈까스 전문점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바삭하게 썰어진 돈까스와 찍먹 소스로

메인 디쉬의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지금은 집에서도 쉽게 조리할 수 있는

냉동 돈까스도 일반화됐고,

아예 튀김옷을 입힌 채로

낱장으로 팔기도 한다.

냉동보다는 맛이 좋다!


게다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뚝배기 돈까스, 김치 돈까스, 돈백(돈까스 백반)...

등 다양하게 영역을 확장해 간다.




돈까스는 정말 대단한 음식이다!


천 년의 입맛을 바꿨고,

오리엔탈리즘의 끝판왕이었다!

덴뿌라, 커틀릿, 슈니첼, 돈카츠,

한국의 왕돈까스까지...


수많은 문물의 교집합인 음식이면서

어떤 음식과 혼합해도 어울린다.

게다가 고소하고 느끼하지만

고기의 육질이 씹히는 그 맛이 질리지 않고,

세계 어느 나라의 까다로운 입맛에도

적응이 쉬운 글로벌한 맛이다.


이야기하다보니, 돈까스 예찬론자가 된 것 같다.

그만큼 돈까스를 사랑한다!

다만, 이 모든 것의 시작이

서구인에 대한 맹목적인 존경심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

약간 서글퍼지기도 하면서.


최초로 개발한 셰프에게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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