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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Mar 03. 2022

[6] 청양고추, 한국인의 매운맛?

외국으로 넘어간 청양고추 재산권

얼큰한 우리의 입맛에 안성맞춤인 청양고추!

칼칼한 된장찌개든, 화끈한 라면이든,

알싸한 오징어볶음이든.

어디에 소량만 넣어도 한국인의 입맛을 맞춰주기에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냉장고에

청양고추 한 봉지 씩은 쟁여두고 있을 것이다.


청양고추


고추를 활용한 우리의 매운맛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임진왜란 때 들어왔다는 설이

지금 현재 가장 유력하다.

물론, 이전에도 존재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도, 이렇게 대중적으로 고추가 매운맛을 내는데

쓰인 건 반세기 정도나 됐으려나?


한국인의 대표적인 음식인 빨간 김치 역시

속이 꽉 찬 결구배추도

1950년 이후 산둥지방에서 유래했고,

빨간 맛을 내는 고춧가루도

60년대 이후부터 사용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너무 사랑하는 청양고추는

언제부터 유래한 걸까?

요리에 종종 사용하면서도 늘 궁금했다...




청양고추는 올해로 마흔 살이다.

공교롭게도 내가 태어난 1983년과 일치한다.

당시 한국 최대 종묘회사인 중앙종묘에서 개발한 품종이다.

중앙종묘에서 타이 재래종과 제주도 재래종을

잡종 교배해 신 품종을 만들었는데,

예상보다 캡사이신 추출률이 높지 않아

경제성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품종을 버리기 아까워

시험재배에 참여한 경상북도 청송과 영양 농민들에게

무료로 씨앗을 나눠주었고, 여기서 재배된 풋고추가

인근 횟집의 매운탕에 들어가면서 반응이 좋자

청송의 청과 영양의 양을 따서 '청양고추'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다.    (출처 : 백년식사, 주영하)


참고로 충남 청양군은 청양고추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얻자

청양고추축제를 개최하고 청양군 농촌지도소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청양이 '청양고추'의 원산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청송과 영양의 반발이 심하다.

중앙종묘는 자사 홈페이지의 게시물을 통해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에, 국내 최대 주산지인

경상북도 청송군, 영양군 지역에서 소과종이 주로 재배되어

이 지역에 적합한 품종을 육성하고자 하였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청양고추의 원산지는

어딜지 아직도 단정하기 어렵다.

여전히 청양군청 홈페이지에는

청양이 청양고추 품종의 원산지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청양군청 홈페이지에 소개된 청양고추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청양고추의 재산권은

IMF 위기를 견디지 못한 중앙종묘가

숱한 인수합병을 거치며

미국 종자회사 "몬산토"에게 넘어갔다.

심지어 이제 몬산토는 독일 기업 바이엘에게 인수되었으니

결국, 청양고추의 재산권은 우리에겐 없다 ㅠㅠ

이런 건 좀 지켜주지...

 

청양고추가 들어간 매운탕 한 그릇


우리에겐 너무 익숙한 매운맛이지만

청양고추는 세계적으로 그렇게 매운 고추가 아니라고 한다.

매운맛의 강도는 스코빌 척도로 4,000 ~ 12,000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추 캐롤라이나 리퍼(157만~220만),

부트 졸로키아(85만~107만) 같은

매운 고추보다 훨씬 낮고,

대중적인 매운 고추인 레드 사비나 하바네로(10만~35만),

태국의 프릭끼누(5만~10만), 타바스코 고추(3만~5만)

이탈리아 페페론치노(15,000~30,000)보다도 낮다.


도대체 저 고추들은 얼마나 매운 것인가!


청양고추는 담백한 매운맛에 일품이다.

간혹, 고기를 먹을 때 풋고추보다

청양고추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청양고추에는 비타민C 성분이

일반고추보다 10배가량 많아

체내 혈액순환을 돕고 면역력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다.


간혹, 내가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청양고추 송송 넣어서 얼큰한 라면으로 땀을 빼는

이유가 꽤 과학적인 근거였던 것!


비타민A와 비타민C가 많아

눈 건강에도 좋고, 두뇌활동에도 좋다고 한다.

노화를 방지한다고도 하는데. 이건 얼마나 먹어야 될지

사실 과학적인 근거는 모르겠고.

"작은 고추가 맵다"는 한국 속담의 유래가

청양고추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으니

한국인의 매운맛에 꽤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셈이다.


한국인의 매운맛? 청양고추


매운맛이 화두다!

특히나 핫소스와 불닭볶음, 매운 떡볶이를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마라탕까지 쉽게 받아들였다.

불닭볶음면을 먹는 한 한국 유튜버의 조회수는

무려 6억 회를 기록했을 정도라고 하니...

이미 글로벌 화두가 된 셈이다.


매운맛은 입에서 항문까지

자극적인 통증을 남긴다.

매운 걸 많이 먹고 난 다음 날은

아침부터 화장실 예약을 해야 할 정도니

우리 몸에 그렇게 좋은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눈물 찔끔 흘리게 만드는 매운맛은

가끔 쌓여있는 스트레스를 날려주기도 하니

어쩌면 스트레스 수치가 높은

이 시국의 현대인들에게


가장 안성맞춤으로 자리매김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난 김에 오늘도 집에 가서

청양고추 넣은 순두부 열라면 한 그릇

알싸하게 끓여먹을까 고민 중이다 ^^


비루한 나의 청양고추 활용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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