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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Mar 05. 2022

[7] 만 원 소주 시대

심리적 물가 마지노선의 붕괴

가격 인상의 마지노선이 되는 음식! 


정말 이것마저 오르면

물가 인상이 체감될 정도의

대표적인 <서민음식>의 꼬리표가 붙어 다니는

바로!!!!

'라면'과 '치킨', 그리고 '소주'다.


인플레이션은 본격적으로

올해 초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거의 5천 원대로 오르고,

치킨 한 마리는 이미 2만 원 내외로 오가며,

냉면 한 그릇은 보통 12,000원 정도로 올랐다.

여기에 편의점 수제맥주 4캔에 만 원 공식도

깨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젠 소주 한 병 가격도 식당 판매가가

5,000원 ~ 7,000원대로 오를 전망이라니

살기 무섭네 정말...


월급만 빼고,

정말이지 다 오른다 ㅠㅠ


한때는 담뱃값이 서민들의 필수 소비재

가격 인상에 굉장히 민감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2015년

거의 두 배가 오르면서

서민 연초라는 꼬리표를 어렵게 뗐다.


과거 500원 인상됐을 때와 달리

2,500원 인상은 건강증진법 목적에 걸맞게

실제로 금연에 꽤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기호식품인 담배는

사회적으로 금연 문화가 확산되고,

필수 소비재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의 체감이 덜 한 반면,

소주 한 잔 가격은 인상률에 따라

서민경제에 타격이 꽤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 간 소주 가격 추이 / (사)한국물가협회


위 표만 보더라도 지난 10년간

소주 가격은 물가인상률에 비해 굉장히 미미하게 올랐다.

정부의 물가인상 마지막 보루라 생각할 만큼 소주값은

서민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었고,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퇴근길에 친구 하나 불러

주머니 쌈짓돈 모아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건네면

이것만큼 달콤한 인생도 없으리라던

안도현 시인의 <퇴근길> 시구가 서민경제를 대변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아! 이것마저 없다면


서민들의 마지막 보루였던 소주값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국내 1위 하이트진로가 소주 출고가를

지난달 23일부터 7.9% 인상했다.

2019년이래 2년 9개월 만의 인상이다.


제조사의 출고가 인상으로

식당과 주점에서 판매되는 소주 가격도

병당 5,000원선까지 인상될 전망이다.

강남은 이미 병당 7,000원까지 올랐다고 한다.

대형마트에서는 '소주 대란'이 벌어져

주류 매대가 텅 비는 진풍경까지 펼쳐졌다.


여기서 궁금한 건,

왜 이 시국에 소주값이 오르는 걸까?


바로 재료값 때문이다.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에탄올)과 병뚜껑 값

일제히 올라 출고가가 오른 것!


소주뿐만 아니라 재료값 상승의 여파는

맥주와 막걸리까지 영향을 미쳐

4월에는 맥주 가격도 본격적으로 인상된다고 한다.


소주시장점유율 (2017),  1인당 연간 평균 소비량 84.7병


그래도 이젠, 재료값이 올랐다고

소주를 못 먹는 시대는 아니다.


1963년, 대흉년으로 쌀 수확량이 부족해지자

그렇게 막걸리를 좋아했다던 박 대통령도

결국은 쌀로 막걸리 만드는 걸 금지시켰고,

주요 곡물로 소주 제정도 금지시켰다.


이후로 결국 소주에는 특정한 곡물이 들어가는 게 아닌

잉여 농산물이나 타피오카 등의 재료가 들어갔고

우리의 전통 소주들의 명맥이 사라져 버린 것.

이때부터 소주는 값싼 원료로 만든 값싼 술,

서민 술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식량부족 문제로 증류식 소주 생산이 금지되면서

알코올을 물에 희석시키는

지금 우리가 먹는 희석식 소주가 탄생했다.  

1973년 정해진 소주 25도는 무려 30년간 유지됐다.


30년간 유지됐던 진로 25도의 벽은

1998년 23도 참이슬 출시로 깨졌고,

2019년 말까지 누적판매량 325억 병이란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소주는

곡물을 누룩으로 당화하고

효모로 발효한 후 증류해 술로 만든다.


증류 방법에 따라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로 나뉜다.


증류식 소주 <일품>과  희석식 소주 <참이슬>


우리가 많이 마시는 저렴한

녹색병 <참이슬, 처음처럼>류는 희석식 소주다.


희석식 소주는 알코올 함량을

96도까지 증류시켜 원액을 제조한 후,

제품 도수(보통 18도 내외)까지 희석시킨 제품이다.

증류식 소주는 전통 증류주로 곡물로 담근

알코올 40~50도 증류 원주로 제조된 제품으로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아 맛과 향이 정말 좋다!


2013년 이전에는 '희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가

구분되어 판매됐으나, 주세율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법이 개정되면서 똑같이 소주라는 명칭으로 통일됐다.


2019년 6월, 주류세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개편됐지만,

소주는 '서민 술'이라는 인식으로 세제 개편에서 제외된다.

종가세는 주류 출고가에 일정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고,

종량세는 술의 도수와 양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현재 맥주와 막걸리에만 적용된다.


사실 소주에 종량세가 적용된다면 도수에 비례해

가계경제의 부담이 상당히 높았을 수도 있다.


(번외의 이야기 하나 올리면)

정부가 급작스런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소비자 물가를 통제하는 대상이 늘 있었다.


지금 우리가 먹는 짜장면!!!!

분식장려운동을 펼치던 박 통 시절,

짜장면 가격을 정부 차원에서 통제했고,

중국집 사장님들은 원재료값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돼지고기 양을 줄이고, 감자와 양파를 넣어서

짜장면 단가를 맞췄다고 한다.  


정부의 물가 통제정책이

지금 짜장면에 가득 들어가는 감자와 양파 짜장을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됐다.



괜히 억울해진 맥주와 막걸리!!

우리는 서민 술이 아닌가?


종량세에 덧붙여 설상가상으로

2022년 4월부터 맥주·막걸리에 붙는 세금이

약 2.5% 인상된다.


시중 물가 인상률에 따라

주세도 함께 오르도록 개정된 세법 때문이다.

주류세 인상은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 2.5%를 반영한 조치다.


‘2021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4월부터 내년 3월까지 반출·수입 신고하는

맥주와 막걸리에 대해선 L당 855.2원, 42.9원의 세율이 적용된다.


지난해 인상폭의 5배 수준이라고 하니

맥주와 막걸리 값 역시 소주 못지않게

상당히 부담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소주 도수와 지역별 소주


재료값도 오르고, 물가지수도 올라

이제 소주 한 잔, 맥주 한 캔 마시는 것도

점점 부담이 되기 시작할 것 같다.


재미 삼아 지역별 소주와 도수를 찾아봤지만,

소주값 인상은 업계 1위 하이트진로뿐만 아닌

전국의 지역 소주업계도 마찬가지 입장인 모양이다.


무학은 소주 '좋은데이'의 출고가를 평균 8.84% 인상한다.

한라산 소주도 '한라산21'의 출고가를 8% 올린다.

'처음처럼'의 롯데주류도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란다.


와인은 종류에 따라

짝이 맞는 음식이 다르다.

소주는 대개 안 맞는 음식이 없다.

고급 일식에도 저렴한 분식에도

중국집에도 양식집에도 한식집에도

삼겹살, 감자탕, 짜장면, 떡볶이, 라면, 회..

안 어울리는 음식이 없다.


소주 한 병에 3천 원 하던 때가 그립다.

둘이서 대여섯 병 마셔도 부담 없이 안주값 아껴가며

마셨는데 이제 소주 한 병 만 원 시대가

멀지 않아 보인다.


이참에, 술 끊어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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