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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정환 Mar 26. 2022

무엇이 시간을 존재하게 하는가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삶의 많은 부분이 정해지는 불평등한 세상이지만, 세상 모든 존재에게 공평한 단 한 가지가 있다면 ‘시간’이라는 개념일 것이다. 비록 아인슈타인에 의해 시간이라는 것 마저도 다르게 흐를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우리가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차이가 아니기에 여전히 우리에게 시간이란 꽤나 공평하게 흐르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시간을 “흐른다”고 생각하는가. 그건 우리의 과거는 닫혀있지만 미래는 열려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라는 것은 기억할 수 있지만, 미래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사건’은 과거에서 미래라는 방향으로 발생되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을 ‘흐른다’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지만 카를로 로벨리는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시간이 흐르는게 아니라면 왜 모든 사건의 순서는 과거-현재-미래 순으로만 발생되는 것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가져온다. 

[엔트로피가 낮은]뜨거운 물의 열은 [엔트로피가 높은]차가운 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없는 것처럼, 과거는 엔트로피가 낮고 미래는 높기 때문에 마치 과거에서 미래로의 순서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시간이란 개념은 대체 무엇일까? 그는 시간이 ‘사건’속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상호작용일 뿐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이 세상에 절대적인 시간은 존재하지 않고, 각자가 우주와 어떤 상호작용을 하느냐에 따라 저마다의 시간이라는 개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의 말에 의하면 과거와 미래는 엔트로피의 차이만 있을 뿐, 개념적으로 [마치 영화 Arrival처럼] 그 차이가 없다.



이러한 ‘사실’은 과거에 우주가 매우 독특한 배열 상태에 있지 않았다는 가능성을 뒷받침해준다. 대신 우리와, 우주와 우리의 상호 작용이 아마도 특별한 것이다. 우주의 특별한 거시적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우리다. 우주 초기의 낮은 엔트로피, 즉 시간의 화살은 우주보다는 ‘우리’로 인한 것일 수 있다. 이것이 내 생각이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보다 사실  와닿았던 말은 시간이라는 개념 만드는 것, 더 나아가 우주를 이루는 것은 어떤 사물의 존재 자체가 아닌 사물간의 상호작용, 즉 무수한 ‘사건들이라는 말이었다. 


세상은 앞서 말한 것처럼 태어나는 순간 많은 것들이 정해진다.하지만 존재의 본질이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존재가 행하는 사건속에서 만들어 진다는 이 책의 개념을 빌리자면, 어떤 사람에 대해서 정의할 때에도 그 사람이 무엇과 혹은 누구와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존재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모든 과학적 진보는, 세상을 읽는 최고의 문법이 영속성이 아닌 변화의 문법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존재의 문법이 아니라 되어감의 문법이다.

우리는 세상을 어떠한지가 아니라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로 설명한다. 뉴턴 역학과 맥스웰 방정식, 양자역학 등도 ‘사물’이 어떠한지가 아니라 ‘사건’이 어떻게 벌어지는가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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