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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유현 Feb 04. 2022

<언컷 젬스> 폭발적인 에너지를 지닌 영화

Uncut Gems, 2019 - 사프디형제

*강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한 광산, 다리가 부러져 뼈가 튀어나온 광부에게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사이 두 명의 광부가 광산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들은 곧 아직 가공되지 않은 보석들이 박혀있는 돌덩이를 캐낸다. 보석을 클로즈업으로 잡아주던 화면은 이네 그 영롱한 빛 속으로 빠져들고 오색찬란 아름다운 빛의 흐름과 함께 영화 <언컷 젬스>가 시작한다.

 주인공 '하워드(아담 샌들러)'는 보석상을 운영하는 유대인이다. 하지만 그는 유일신을 믿으며 메시아를 기다리는 유대인이라기보단 돈을 믿으며 한 탕을 기다리는 협잡꾼에 가깝다. 에티오피아에서 캐낸 '언컷 젬스'는 바다를 건너 하워드에게 도달하고 하워드는 이 보석으로 그동안 진 빚들을 갚는 걸 넘어 인생 대박의 꿈을 꾼다. 과연 그는 오색찬란한 보석만큼이나 밝은 미래를 꾸릴 수 있을까?

  


 <언컷 젬스>는 넷플릭스와 저번 글에서도 소개했던 미국의 신흥 제작 강자 A24가 손잡고 만든 영화다. 감독은 '베니 사프디'와 '조쉬 사프디', 일명 사프디 형제다. 사프디 형제는 전작 <굿타임>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트와일라잇의 틴에이저 스타 이미지가 강한 '로버트 패틴슨'의 완벽한 이미지 변신을 도왔으며 텐션을 떨어뜨리지 않는 폭주기관차 같은 연출력을 선보였다. 이런 부분에서 <언컷 젬스>는 전작 <굿타임>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이번엔 코미디 연기로 익숙한 '아담 샌들러'를 기존 배우의 이미지를 싹 지운 채 하워드라는 욕망을 원동력 삼아 달리는 협잡꾼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쉴 틈을 주지 않는, 말 그대로 혼을 쏙 빼놓는 연출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른 생각을 못하고 영화에만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 영화에서 사프디 형제는 의도적으로 혼을 쏙 빼놓는 연출을 했다고 생각한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사건과 다양한 인물들의 개입은 관객이 깊은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일단은 눈앞에 벌어지는 스토리를 이해하며 보기 바쁘기 때문이다. 그러다 마지막에 하워드가 총에 맞아 죽는 순간, 정신이 번뜩 차려진다. 좀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말이다. 영화 내내 하워드는 불안하고 부주의하게 연출이 되었고 카드 돌려막기 하듯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겨왔었다. 그의 죽음은 좌우를 살피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가 트랙을 벗어났을 때처럼 예정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을 쏙 빼놓는 감독의 연출은 하워드가 죽을 거라는 예상 자체를 못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결말 부분에 '나는 어떤 걸 바란 거지? 하워드가 한 탕에서 성공하면 정말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나?' 자문하면서 놀라고 허무한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

 사프디 형제는 <굿타임>에서도 인상적이었던 추격전 롱테이크를 이번 영화에서도 사용한다. 딸의 연극을 구경하러 온 하워드를 찾아온 빚쟁이를 피해 달아나는 장면은 마치 <버드맨>의 롱테이크를 연상시키듯 유려하게 흘러갔고 쫄깃한 긴장감을 전달했다. 또한 클라이맥스 부분의 교차 편집도 인상적이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스릴 있는 농구 경기와 그 경기에 큰돈을 건 하워드와 내연녀 '줄리아(줄리아 폭스)' 그리고 그 돈을 쫓는 빚쟁이들이 번갈아가면서 나오는데 몰입감이 상당했다. 농구 경기와 하워드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주고 하워드에 의해 갇혀있는 빚쟁이들은 차분한 부분에서 오는 대비도 인상적이었다.


 하워드는 한 탕 크게 쳐서 대박 인생을 노리는 사람이었다. 이는 물욕을 쫓는 하워드의 욕망일 수도 있고 대박을 노리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에 중독된 것일 수도 있다. 무엇이 정답이든, 그리고 하워드가 죽음을 맞는 결말이 아니었다 한들 하워드의 삶은 나아지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 혼을 빼놓는 연출처럼 혼이 빠진 채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하워드를 막을 수 있는 게 있을지 나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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