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그 이상의 감동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손꼽히는 <캣츠>가 영화화되었다. 감독은 7년 전, 마찬가지로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레미제라블>을 성공적으로 영화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톰 후퍼'였다.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는 조합이었다. 그런데 국내보다 먼저 공개된 해외에서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주된 이유는 기괴한 CG분장 때문이었다. 많은 혹평을 접하고 떨어질 때로 떨어진 기대감으로 영화를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캣츠>는 CG분장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재미가 없었다. 얼마나 재미가 없던지 바닥을 친 기대감조차 충족시켜 줄 수 없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뮤지컬을 실제와 거의 흡사하게 영화로 옮겼다는데 왜 혹평이 쏟아지고 필자도 재미없게 보았을까? 나름대로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첫 번째, 원작과 관계없이 영화 자체로만 보았을 때 서사가 불친절하다. <캣츠>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더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캣츠>에는 꽤 많은 고양이들이 등장하고 이들은 각자 하나 이상의 넘버(뮤지컬에서 노래를 일컫는)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넘버를 통해 각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서사 진행을 함께 진행한다. 그리고 큰 줄기의 줄거리를 보자면 1년에 한 번 선택받은 고양이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는데, '맥커버티'라는 악한 고양이가 자신이 선택받고자 경쟁자 고양이들에게 몹쓸 짓을 하지만 결국엔 정의 구현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악이 무너지고 선이 세워지는 일련의 과정이 그다지 카타르시스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런 서사 구조는 뮤지컬도 동일하다. 원작인 T.S 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가 애초에 여러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우화시집이었고 그걸 스토리로 엮어내다 보니 캐릭터별 서사가 뚝뚝 끊기고 전체를 아우르는 서사도 엉성해졌다고 생각한다. 이런 서사를 가지고도 <캣츠>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사를 뛰어넘는 뮤지컬의 새로운 매력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것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두 번째, 영화화시켰을 때의 장점이 살아나지 않았다. 이점이 가장 치명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뮤지컬을 영화로 옮긴다면 한정된 무대가 아닌 무궁무진하게 활용 가능한 배경, 완벽하게 합을 맞춘 인물들의 안무, 그리고 오직 영화에서만 가능한 장면을 연출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먼저 배경은 뮤지컬 무대를 보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딱히 배경이 아름다웠던 씬이 없었다. 대자연의 모습과 당시 프랑스의 광장과 거리에서 웅장함이 느껴졌던 <레미제라블>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안무는 <캣츠>의 가장 큰 매력이다. <캣츠>의 안무는 서사의 부족함을 메우고도 남는다. 고양이의 행동양식을 따라 하고 안무에 접목시켜 보는 이로 하여금 충격을 선사한다. 필자는 뮤지컬로 <캣츠>를 보진 못했지만 공연 사진과 클립 영상으로 몇 번 봤었다. 확실히 뮤지컬에서 나타나는 안무는 임팩트가 강했다. 하지만 영화에선 어딘가 이상했다. 안무가 이상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완벽하게 합이 맞은 장면만 사용하는 영화이기에 더욱 정확했다. 그럼에도 뮤지컬과 차이가 느껴졌다. 이 차이는 영화에서 더 그럴싸한 고양이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CG분장 때문에 생긴 것 같다. 뮤지컬은 고양이 의상을 입은 배우들로 느껴졌다면 영화에선 인간인지 고양이인지 알 수 없는 생명체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기괴하고 아니고를 떠나, 사람 같지는 않았다. 사람이 멋지게 노래하고 춤추는 게 아니라 웬 반인 반묘가 안무를 하고 노래하는 거 같으니 몰입도 잘 안되고 멋도 없었던 것 같다. 차라리 덜 현실감 있더라도 조금 더 인간에 가까운 보이게 분장을 했다면 필자가 영화를 보며 느낀 느낌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스킴블샹스' 고양이의 탭댄스 장면과 '테일러 스위프트' 고양이가 '캐트 닙(catnip,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허브 풀) 뿌리면서 등장하는 장면이 그래도 가장 괜찮았다.
마지막으로 딱히 영화적인 연출도 느껴지지 않았다. <레미제라블>에서 죄수들이 쏟아지는 물속에서 쓰러진 배를 세우며 'Look Down'을 부르던 압도적인 장면도 <라라랜드>에서 '세바스찬'과 '미아'가 시공간 속을 유영하듯 춤추는 황홀한 장면도 존재하지 않았다.
굳이 영화라서 연출 가능했던 장면을 생각해보자면 초반부에 뚱뚱한 고양이 '제니에닷'의 넘버에 등장한 생쥐의 노래와 벌레 군악대의 행진이 있겠다. 그러나 반인 반묘로도 모자라 인간의 얼굴을 한 생쥐와 벌레를 보는 일은 썩 유쾌하진 않았다. 또 악한 고양이 맥커버티가 갑자기 나타났다 가루처럼 사라지는 연출이나 마지막 고양이 천국으로 올라가는 '그리자벨라' 씬이 영화라서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뮤지컬 영화들과 비교해 보면 정말 퀄리티 낮은 영화적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캣츠>는 아무래도 같은 감독에 같은 뮤지컬 장르를 다룬 <레미제라블>과의 비교를 피할 수가 없다. 뮤지컬을 그대로 옮기는 감독의 연출 의도는 흡사했다. 다만 서사에 강점이 있는 뮤지컬과 안무와 분위기에 강점이 있는 뮤지컬을 각각 영화화할 때는 다른 시도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는 영화를 통해 거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표현은 가능하지만 전부 성공적으로 나타낼 수는 없다. 때로는 영화가 아닌 본모습 그대로 나 두었을 때가 더 아름다운 법이다. 영화 포스터에서 언급된 뮤지컬 그 이상의 감동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