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유현 Mar 06. 2022

<나의 집은 어디인가>-만감이 교차하는 좋은 작품

Flee, 2021 -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나의 집은 어디인가>는 신원보호를 위해 아민이라고 불리길 원하는 남자의 실화 이야기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다큐멘터리이다. 또한 대부분의 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 연출했기에 애니메이션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이런 특이점 때문에 <나의 집은 어디인가>는 이번 아카데미에서 장편 다큐멘터리/ 장편 애니메이션 두 부문에 모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주인공 '아민'의 사연은 매우 기구하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살던 소년의 인생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건 탈레반에 의해 내전이 시작된 때였다. 이 시기 아민의 아버지는 반군에 끌려가 아무도 행방을 모르게 실종처리가 되어버렸고 남은 가족들, 엄마와 두 명의 누나 그리고 형과 아민은 카불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내전이 일어나기 전 소련과의 전쟁 때 징집을 피해 스웨덴으로 망명한 큰 형의 도움을 받아 남은 아민의 가족은 러시아에서 난민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이 시기 러시아는 공산주의가 막 붕괴돼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고 국민의 생활은 힘들고 공권력은 부패했기에 난민인 아민 가족은 갖가지 고초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부터 영화는 아민 가족이 어떻게 러시아를 탈출하는지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컨테이너에 갇힌 채 기약 없는 항해를 한 끝에 두 누나가 정신적 충격을 입은 채 스웨덴에 도착하고 남은 가족들은 작은 배 안에 옹기종기 모여 밀입국을 시도하다 경찰에 잡혀 환송되는 이야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비인간적인 방식에 끔찍함이 배가 된다. 몇몇 경험을 토대로 아민은 홀로 더 가격이 비싼 밀입국자를 통해 덴마크로 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그는 밀입국자가 짠 각본대로만 행동했어야 했다. 그중 중요한 것은 '가족들이 모두 죽었다'라고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야 이민국 사람들이 돌려보낼 때 없는 아민을 수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밀입국자의 각본은 아민의 삶을 크게 바꿔놓았고 25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족들이 살아있음에도 죽었던 것처럼 행동하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아민은 아프가니스탄 같은 이슬람 국가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성소수자였다. 자신이 어딘가 이상한 거라 생각하며 가족들이 알면 충격받을까 봐 남자를 안 좋아하는 약을 처방받으려 하는 아민의 모습은 꽤 슬프다. 시간이 흘러 흩어진 가족과 감격의 상봉을 하게 된 날, 아민은 커밍아웃을 한다. 이때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큰 형이 아민을 데리고 스톡홀름의 게이 클럽을 데리고 가는 장면은 내내 어둡고 슬픈 이 영화에서 제일 밝고 희망적인 장면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난민과 성소수자라는 지금도 세계적인 현안을 다 대표할 수 있는 아민은 관객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전해줄 수 있는 완벽한 주인공이다.

  



   이런 아민의 이야기는 영화의 감독이자 주인공의 오랜 친구인 덴마크 사람의 인터뷰를 통해 펼쳐진다. 따라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후시녹음을 한 게 아니라 인터뷰 영상을 먼저 찍고 그것을 토대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고 보면 될 거 같다. 영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민을 비롯한 주인공들의 신원을 모자이크보다도 확실하게 가려준다. 뿐만 아니라 아민의 인터뷰 내레이션을 바탕으로 구성된 과거 이야기는 단순히 말만 들었을 때보다 애니메이션으로 재현되었을 때 더 깊게 체감이 됐다. 끔찍함을 너무 과시하려 하지 않고 최대한 아민의 말 그대로를 재현하려고 노력한 애니메이션 연출은 관객이 아민의 삶을 단순히 동정하려고 하기보단 짧게나마 이해 내지 체험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인터뷰어인 친구의 따뜻하고 배려심 넘치는 인터뷰 방식도 힘든 이야기를 덜 불편하게 볼 수 있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한다. 보는 내내 만감이 교차하는 아민의 삶 이야기를 너무도 잘 담아낸 <나의 집은 어디인가>는 주위에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을 만한 괜찮은 작품이다. 아마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며 다시 전진한 힘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