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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유현 Mar 19. 2022

어쨌든 시간은 흐른다, Life goes on

대학원생 에세이 1

 기존에 수기로 에세이를 간혹 썼지만 개인적인 글이기에 브런치에 올리진 않았다. 하지만 대학원 생활을 담은 에세이만큼은 브런치에 올려보고 싶었다. 이 역시 개인적인 글이지만 '내가 이렇게 살고 있다'라는 존재감을 미약하게나마 알리고 싶은 바람과 공개적인 장소에 글을 남김으로써 스스로 더 성장의 동력을 얻고 싶은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3개월 전에 내가 쓴 에세이를 봤다. 많이 불안했나 보다. 하긴 그동안 내가 펜을 든 이유는 외로움 아니면 불안감이 동력이긴 했다. 3개월 전의 나의 불안은 새롭게 시작할 대학원 생활에 대한 은근한 부담과 압박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불안은 지금 와서 보니 거의 다 해결이 됐다.(물론 그 자리를 새로운 불안들이 채우긴 했지만 말이다) 문득 대학원 들어가면 종종 내 삶을 간단한 일기 형식으로라도 글로 남겨야지라고 결심했던 게 생각이 났다. 생각이 났을 때 행동으로 옮겨야 결과를 낼 수 있는 법! 이 글은 합격통지를 받은 후부터 3개월가량 나에게 일어난 일을 담은 대학원 입학 초기 에세이가 될 것이다.


 합격을 통지받고 다양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비싼 등록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공부를 해가면 좋을지 등등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혼자 뭐라도 읽고 공부해보자는 마음에 고등학교 때 한번 봤던 '루이스 자네티'의 <영화의 이해>를 다시 꺼내 들었다. 아는 게 없으니 '대충 이런 거 배우겠지'라고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한 달가량의 시간이 흐르고 새해가 밝은 지 얼마 안 됐을 때 같은 과 3학차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다. '신입생 기초 세미나'가 있는데 하실 생각 있냐고 물어보셨다. 당연히 한다고 했다. 뭘 할지 막막하던 차에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았다. 또 초초하고 막막한 새 환경 적응에 도움이 될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도움에 포인트를 맞추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거 같아 확실하게 말하면 누군가 함께 이 길을 걷는다는 존재만으로 위안이 되고 도움이 될 거 같았기에 나는 사람이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세미나에서 나는 기대한 만큼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앞으로 수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발제는 어떻게 준비할지, 어떤 걸 배우게 될지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여러모로 큰 수확이었다.


 또 하나 아직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건 비싼 등록금이었다. 이미 학부 때 부모님께 도움을 받았기에 대학원 등록금만큼은 내가 해결하고 싶었다. 퇴사한 후 1년 동안 책 쓰느라 수입이 없었던 내가 등록금을 마련하는 길은 많지 않았다. 매우 부담이 컸다. 따라서 등록금을 면제해주는 조교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고백하자면 나는 대학원 가면 조교는 디폴트 값인 줄 알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1학차부터 조교를 할 수 있는 루트는 많지 않아 보였다. 세미나도 비대면으로 진행되었기에 학교 한번 가본 적 없는 신입생인데 어떻게 조교를 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조언을 얻기 위해 대학원을 졸업한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쉽지 않을 거라며 일단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매일 확인하고 모집 공고가 올라오면 지원하라고 알려줬다. 공지사항에 모집공고가 올라온다는 것도 몰랐던 나에겐 큰 도움이 됐다. 공지사항에 들어가 보니 1월 말에 교육조교 TO가 났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보자마자 지원했다. 조교 지원에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필요하다는 걸 이때 처음 알았다. 내가 공지글을 확인한 건 2월 초라 지원할 때 이미 TO가 채워졌을까 봐 내심 불안했다. 다음 주,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그 이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나는 교육조교로 임용되었다. 1학차부터 조교를 할 수 있게 되어 마음속 큰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왕복 4시간 거리라 수업만 들을 때는 어찌어찌 몇 번 갈 수 있겠는데 조교 근무를 하면 매일 오고 가는 게 상당히 버거울 거 같았다. 마침 기숙사 신청이 내가 조교 면접을 통과한 다음 주에 있었다. 면접이 늦어졌거나 발표가 늦어졌다면 기숙사 신청도 못할뻔했다. 대학원생은 또 1학차 때 신청 안 하면 쭉 신청 못하는 시스템이었다. 만약 기숙사 신청 못했으면 꼼짝없이 비싼 월세 내며 자취하거나 목돈을 빌려 전셋집 알아볼 뻔했다. 아니면 4시간의 출퇴근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방법도 있었겠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기숙사 신청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고 제대 이후로 가족이 아닌 타인과 처음 같이 살게 되었다. 그리고 3주 정도 시간이 흘러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는 기숙사 생활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조교 근무도 적응되고 있으며 수업도 몇 번 들었다. 앞에서도 감사한 일들이 많았지만 더더 감사한 것은 대학원에 와서 좋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다는 것이다. 덕분에 하루하루 잘 살아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수업에 대한 부분이다. 이게 앞서 말한 새로운 불안에 해당한다. 아직까지는 따라갈만하다. 하지만 솔직히 나의 부족함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알기에 어느 부분을 공부해야 할지 눈에 보인다. 다만 그 숫자가 절대적으로 많아 모든 걸 다 하는 건 욕심이고 불가능이다. 지금은 선택과 집중을 해서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게 맞는 선택인 거 같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느낀 건 어쨌든 시간은 흐른다는 것이다. Life goes on. 내 걱정, 불안과 관계 없이 삶은 계속된다. 내가 3개월 전에 했던 많은 고민들이 전부 해결된 지금은 그때 했던 고민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흐르고 다음 에세이를 쓸 마음이 생길 때엔 내가 얼마만큼 성장을 하고 현재의 고민을 작게 여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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