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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유현 Jan 07. 2020

스투키 관계

무관심 속에 피어나는 사랑

 사람 간의 관계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관계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힘들고 지친다.
 사랑을 주는 사람은 본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지만 결과가 시원찮다.
 사랑을 받는 사람은 분명 받고 싶던 사랑인데 왠지 모르게 잠시 혼자 있고 싶다.
 사랑을 주는 사람은 자신에게 무언가 부족함이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다음 단계를 준비한다.
 사랑을 받는 사람에겐 이런 열정이 더 과하게만 느껴진다.


 혹시 스투키라고 들어보았는가? 스투키는 다육식물 중에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다육식물이기에 아마 많이 알거라 생각한다.  

다육식물 : 사막이나 높은 산과 같이 건조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줄기, 잎 그리고 뿌리에 많은 양의 수분을 저장할 수 있는 식물을 말한다. (출처: 네이버 식물학 백과)

 건조한 환경에서 잘 살도록 태어난 스투키는 물을 많이 줄 필요가 없다.

 한 달에 한번 정도만 물을 줘도 된다. 오히려 많이 주면 죽는다.  

 무관심해야 오히려 잘 자라는 스투키다.

 키우던 스투키에 대해 생각하던 중에 불현듯 생각이 떠올랐다.

 사람도, 아니 사람 간의 관계도 스투키와 같을 수 있겠구나


 무조건 격하게, 또 끊임없이 사랑을 고백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물을 너무 과하게 주면 오히려 식물은 죽는다. 이건 스투키뿐 아니라 모든 식물이 그렇다.

 무관심해야 더 피어오를 수 있는 사랑이 있다는 걸 왜 알지 못했을까?

 스투키에게 물을 한 달에 한번 준다고 그것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그 자체로, 오고 가던 시선 속에 바라보기만 해도 기쁨이 된다.

 스투키 또한 묵묵히 방의 공기를 정화하며 자신의 몫을 다한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물을 줄 때는 더 정성 어린 손길로 애정을 쏟게 된다.

 그동안 관심=사랑 /무관심=안사랑이라는 이분법에 빠져있었다.

 이제 나는 새로운 관계를 발견했다.

 무관심 속에서도 사랑이 피어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이 무관심이 모든 걸 내버린다는 뜻은 아니다.

 퉁명스럽고 시큰둥한 반응을 비친다는 뜻도 아니다.

 딱히 표현하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된다는 것.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다는 것.

 급할수록 돌아갈 수 있는 여유를 익히는 것.

 적절한 무관심을 유지하는 태도는 아직 내가 더 연구해야 하는 부분이다.

    

영감을 준 내 방 스투키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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