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그럴듯하게 포장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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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모아야 할 거 같다.
34살 통장 탈탈 털어 300만 원밖에 없는 건 아무래도 좀 창피하다. 오늘 류나가 1,500원짜리 커피를 주문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회사 옆 작은 카페, 옆에 카페라테를 들고 가는 남자를 힐끗 쳐다본다. 겨우 1,000원을 더 내면 아메리카노에 우유를 부어 더 부드러운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그건 위장에 지방과 단백질 칠을 좀 더 하느냐 마느냐 차이이기 전에 출근 전 달콤함으로 나의 혀를 즐겁게 하느냐 마느냐 차이다.
하지만 나는 늘 달콤함 대신 쌉싸름함을 택했다.
34살, 이제는 정말 돈을 모아야 할 거 같기 때문이다.
픽업대에 있는 커피에 시럽 두 번 쭉 짜놓고 휘휘 저어서 한 모금 쭈욱 들이켠다. 출근 스트레스로 부글부글한 속을 가라앉히는 데 이만한 게 없다. 이 가격에 이 정도면 갓성비다.
하지만 그 편안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바로 맞은편에 스타벅스가 있기 때문이다. 멀리서 보고 슬쩍 흘겨봐도 뭐라고 쓰여있는지 알 거 같은 커다란 간판을 보는 순간, 나의 커피는 갓성비에서 그냥 회사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제일 싼 커피로 전락하고 만다.
류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건너편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본다. 왠지 그들이 들고 있는 컵에 담긴 커피가 더 맛있을 거 같다. 그리고 그들은 왠지 나보다 월급이 2배는 더 많을 거 같다. 스타일도 좀 더 좋아 보이는 거 같고...
‘나는 언제쯤 저기로 출근하려나. 호로록.’
작은 카페 뷰가 대형 카페라니.
사장님 안목이 의심스럽다.
커피 맛이 오늘따라 밍밍하다.
사장님이 물 조절을 잘 못 했나...?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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