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아솔 Sep 13. 2023

늦깎이 영화학교 학생의 2023 토론토국제영화제 후기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제를 가봤다. 한국에서 기껏 연예인을 본 것은 뮤직콘서트 때나 멀리서 만났봤던 게 전부인데 유명한 배우들도 보고 감독들도 보는 게 굉장히 신기했다. 거리에는 각종 푸드트럭 그리고 콘서트가 이어지고 5개 정도 되는 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영화가 상영이 된다. 그리고 한 홀에서는 각종 콘퍼런스가 이루어졌는데 굉장히 유익했다. 엄밀히 말하면 유익하다는 지식적인 측면보다,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을 실제로 보고 만나는 게 인상적이었다. 패스권도 다양해서 신기했다. 프리미엄, 인더스트리, 콘퍼런스 등의 패스권이 있고, 일반 낱개 표를 팔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었는데 가격별로 누리는 혜택이 다르다. 캐나다라는 나라는 친절하기는 하지만, 정서적으로 자본주의가 확실히 자리 잡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앗, 그렇지만 봉사활동 문화가 잘 되어 있는 것도 신기했다. TIFF 이 사설 영화제인데 봉사활동 인력을 받는 게 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알고 보니 봉사활동도 꽤 많은 혜택이 주는 거라서 그렇게 노동착취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영화를 볼 때 영화제라 그런지 시작 전 광고가 없고, 자연을 사랑하자는 뭐 그런 내용의 캠페인 영상만 있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화들도 좋고, 운이 좋으면 감독과 Q&A 시간도 갖지만, 영화관들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할리우드의 어느 영화관이 훨씬 좋지 않을까 상상을 해 보았다.

캐나다의 장점이 협업하는 문화가 잘 자리 잡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서로 하는 일이 다르면 솔직히 자기가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을 서로 존중해 주는 게 있어서 그러지 않나?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2023년 현재 미국에서 시나리오 작가 협회 데모로 많은 배우들이 참석하지 않아, 작년만 못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대단한 영화제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더 좋다. 보고 싶은 영화 마음껏 볼 수 있으니깐.


좋았던 점.

1. 콘퍼런스

다양한 콘퍼런스가 있어서 이제 막 데뷔한 신인장편영화감독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한국 영화 제작자들 이야기도 들어보기도 하고, 정보를 찾는 나 같은 사람들과 만나 교류하기도 했다.

2. 영화들

정말 좋은 영화들 많았다. 누구보다 빨리 본다는 괜한 자부심도 생기더라. 간혹  운이 좋아 감독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으면 너무 좋더라. 나 같은 경우는 내 인생 연예인 Richard Linklater를 만나서 너무 행복했다. 그분은 날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난 아주 오래도록 기억할 듯싶다. 게다가 나 같은 경우는 단편영화를 만들고 있는데 어떤 단편들이 TIFF에서 상영되고 있는지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다.

3. 국제행사

국제행사가 어떻게 치러지는지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고, 전 세계에서 오는 사람들을 통해 TIFF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4. 네트워킹

영화 줄 서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 콘퍼런스에서 오고 가고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연락처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 학과학생, 단편영화제작자, 프로덕션 회사 대표, 시나리오작가, 영화제 유투버, 연기지망생, 영화산업관계자 등을 만났다. 정말 영화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아쉬운 점

학교 생활과 병행하면서 TIFF에 참여해서 몸이 금방 피곤하고, 토론토 음식값이 비싸다. ㅜㅜ  


작가의 이전글 단편영화감독들을 존중하는 토론토인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