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고 있을 땐 몰랐구나.
뭔가 싶었다. 왜 자꾸 불안함과 두려움이 있는 걸까. 내가 볼 때는 내가 현재 두려움과 불암함의 스트레스 정도가 평소에도 다른 사람들보다 높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내 주변 사람들은 담배를 하거나, 와인을 자주 마시거나 술을 자주 마시거나 하는 형태로 나름의 긴장도를 풀어가는 방법이 있고, 누가 더 높다 낮다고 재단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히 나는 한국에 있을 때보다 평소 긴장도가 높은 것 같다.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이고, 이게 정말 필요한 감정인지 필요 없는 감정인지 참 헷갈렸다.
1. 언어
이게 이유가 되기도 하고 되지 않기도 한다. 늦깎이 유학생으로서 언어가 나를 약간 주눅 들게 하는 순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천성이 주접이고 교사 출신이라 외국인들에게도 내가 가진 의사소통능력으로 나름 잘 되고 있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많은 찰나의 순간이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에서 불어 선호 문화 때문인지 프랑스인들은 영어를 못 해도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주도해 나가는 것이 내가 볼 때는 부럽다. 한편으로는 그러니까 저 친구들은 영어가 안 느는 게 아닐까 하는 이중적인 생각도 든다.
2. 졸업 후 진로 불확실
많은 예술학교 학생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이다. 하고 싶은 분야들, 재미있는 분야들은 찾았는데 이걸로 먹고 살걸 생각하면 걱정부터 앞선다. 나 같은 경우는 교직이 있지만 나 역시도 어떻게 하면 교직을 하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분야를 계속해볼 수 있을까 하는 그런 한국에서 억눌렸던 그런 감정과 고민들이 터져 나와서 그러지 않나 싶다.
3. 나이
내가 무엇을 하기 주저하는 나이는 아니라고는 생각하지만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고, 내 가정에 책임을 질려면 일정 부분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하고 싶다. 내가 지금 좋아하는 분야를 탐구하는 것은 정말 행복하고 좋지만 학교 20대 초반 친구들처럼 맛있다고 버블티 사 먹을 수는 없더라. 불필요한 지출도 줄이면서도 건강도 신경 써야 하니깐.
4. 평가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이 부분도 생각보다 큰 것 같다. 한국에서 직장 경험을 비추어 보면 이 정도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여겨지는 것들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아직 새로운 문화이고 지금 뭔가를 하지 않는 게 뭔가를 확인하지 않는 내 잘못이 아닐까? 그로 인해 팀 전체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나를 항상 긴장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렇게 오고 싶어서 거의 6개월을 준비해서 캐나다토론토에 와서 학교를 다니며 지내고 있고, 정말 즐겁고 짜릿하고 재밌으면서도 불안하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그래도 또 좋은 것은 스트레스 조절하려고 잠도 일찍 자고, 저녁에 컴퓨터도 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노력들은 하고 있다. 이렇게 글을 적어서 감정들을 나열해보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내가 지금 거의 매일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일들 혹은 해왔던 일들이지만 다른 방식(협업 혹은 영어로 의사소통)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아직 친숙해지지 않은 것에서 오는 두려움이 큰 것 같다. 이 글을 읽은 독자분들도 이런 경험이나 감정들을 느끼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