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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지만 정말 가고 싶은 곳. 촬영현장.

by 김아솔

캐나다 토론토에 도착한 후, 내가 주목했던 요소 중 하나는 촬영 현장이었다. 그토록 갈망하고 설레던 곳이었지만, 의사소통이 영어로 진행되고 다국적 친구들이 있는 데다 지난 유학이후로 벌써 5년동안 프로덕션 규모로 협업을 해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선생님 오늘 체육 뭐해요?”

“선생님 OO가 저한테 이렇게 했어요.”

“저희 아이가 요새 사춘기인지 통 말을 안 해요.”

등의 수업관련이나 생활과 관련해서 아이들이나 학부모님들과 상담과 대화를 해봤지, 어떤 스크립트를 기반으로 프로덕션을 운영하는 것은 경험해보지 못 했다. 예를 들어, 촬영을 이렇게 하고 조명을 이런식으로 준비하고 그러면 사람들의 스케줄은 이렇게 저런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하고 준비해보지 못 했다. 그래도 아예 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광주광역시 교사영상모임인 참네모에서 홍보영상, 단편영화, 뮤직비디오 등의 영상들을 제작해왔기 때문에 영상제작과정은 잘 알고 있었다. 무엇을 어떻게 찍으려고 하는구나, 혹은 구도와 질감, 빛 등에 관해서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다른 촬영장비들과 영어를 사용하는 촬영 현장에 들어가서도 편안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 물론 바로 연출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지금 막 토론토에 온 나에게 당장은 기회도 오지 않고, 딱 한 한 번 할 수 있는 졸업작품을 연습없이 그냥 맨땅에 헤딩 하기에는 출혈이 너무 커 보였다.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는건가?'


그래도 조금 막막했다. 나 좀 아는데. 나 좀 해봤는데. 오만함이라기보다는 나름의 자긍심이 있었는데 내가 이곳에서 어디까지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 지 모르니 마음이 갈팡질팡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본 포지션부터 시작해서 영화현장을 편안하게 접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무조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어렵고 힘든 것만 도전도전 하면, 결국 긴장만 하다가 한국 걸거냐 아솔아. 어차피 촬영현장들 좋아하니까 소풍간다고 생각하고 이래저래 구경도 하고 친구들도 사귀면 나중에 졸업영화할 때 마음에 드는 친구들이랑 더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난 영화현장에 틈만 나면 가기 시작했다.

영화 촬영에는 주요 포지션들이 있다. 이야기의 톤과 매너를 대화 연출하는 감독, 여러 제작진을 모으고 캐스팅에 관여하며 연출을 제외한 거의 모든 행정 일을 다루는 프로듀서, 촬영 스케줄을 관리하며 현장에서 배우, 제작진들과 소통하는 조연출, 무거운 카메라 및 각종 장비들을 기획하고 책임지는 촬영 감독, 그리고 프레임 안의 소품과 장소 등을 담당하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등이다. 물론 조명도 큰 역할이지만 학생들 작품에서는 촬영 여건상 조명을 심도있게 다루지는 못 하더라. 나도 이러한 역할들을 수행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타이틀을 다는게 영화학교 학생들에게 자부심이었더라. 그리고 그런 것들은 이미 관계가 형성된 그룹안에서 이루어지더라. 중간에 복학한 나에게 그런 기회들은 1도 않왔다.

그래서 학교에서 처음 시작한 것은 BTS였다. BTS는 전 지구적으로 유명한 전설속의 K-POP 그룹이름이 아니고 비하인드 더 씬(behind-the-scenes), 즉 촬영장 장면들을 의미한다. 나는 선배들의 단편 영화 촬영 현장에서 촬영하는 제작진들의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다. 그 시간들이 참 좋았다. 각 포지션의 역할을 카메라로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었고, 잠시 시간이 남을 때 그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해외촬영현장에 대해서 막연히 가지고 있는 촬영장 언어사용, 영화촬영방식 두려움과 불안함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막상 해보니 나름 재밌었다. 교사가 몸쓸 일이 많이 없는데 장비들도 많이 나르고, 토론토에서 트럭 운전도 많이 해봤다. 나는 머지 않아 친구들 영화제작현장에서 BTS Photorgapher, 운전자, 그립(조명설치기구 및 전원보급담당), 개퍼(조명담당), 음향 등 다양한 파트들을 했다. 그리고 조연출, 촬영감독 등 주요 파트들도 고루 해볼 수 있는 기회들을 가졌다.


내가 말했듯이 난 2017년에 영화학교를 다녔다가 휴학하고 다시 2023년도에 학교를 다녔던 건데, 예전에 만났던 친구 Dennis 덕분에 꽤 큰 프로젝트들의 BTS 포토그래퍼를 하면서 현장들을 많이 구경할 수 있어서 정말 설레고 재미있었다. 그러면서 나도 내 영화를 만들어볼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을 서서히 채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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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촬영장에서 사진들. 촬영 장 가기 전에는 항상 떨렸는데 그래도 그 순간을 기억하고 긴장도 풀겸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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