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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가져올 것인가?

by 김아솔


교직생활을 오랫동안 대한민국 광주에서 하다가 캐나다 토론토에 살기 시작하니 몇가지 분명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내가 누릴 수 있는 것들과 없는 것들이 선명해졌다. 한국에서는 내 집과 차, 일상 문제를 해결해줄 동료들이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쉽게 묻고 해결할 수 있었다.반면, 내가 살고 있는 광주라는 도시에서는 내가 해보고 싶고 알아보고 싶고 공부해 보고 싶은 것들을 알아보는데 시간과 물리적 인프라, 환경적 요소가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반면에 토론토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영화제작과 관련해서 인프라가 촘촘하게 갖춰져 있다. 이곳에서는 가르치는 일을 하지 않고 오로지 영화 제작에 고민하고 필요한 부분을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 어떤 것도 질문할 수 있었고, 어떤 것도 작은규모로라도 실험해 볼 수 있었다. 그런 아이디어들을 말하면 함께 하자는 친구들이 많았다. 이렇게 응원받고 격려받고 축하받았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 내가 하는 일을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격려받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집, 차, 일상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구들이 없었다. 아니, 적었다. 생활면에서는 아주 작은 방에서 살고, 룸메이트와 부엌을 함께 사용했으며 요리하는 시간을 신경 쓰고 요리할 때 냄새를 고려하고 같이 살고 있는 룸메이트의 상황을 확인해야 했다. 왜냐하면 공동생활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가 없기 때문에 장을 볼 때 항상 조금만 사야 했다. 10여분 정도 거리지만 장을 꽤 보는 날이면 비닐봉투를 들고 오는 것이 무거웠고, 양손 가득 장보고 집에 올 때 비가 온다거나 겨울 눈 올 때는 손이 새빨게 지기도 했다. 덕분에 장을 조금씩 보는 습관이 생기고 눈이 올 때는 장갑을 챙기는 등 예전보다 더 계획적이고 준비성이 있는 사람이 되어갔다. 또 룸메이트가 프랑스인이라 프랑스 친구들을 초대해서 식사할 때면 나도 같이 초대해주곤 했는데 덕분에 프랑스 가정문화도 많이 배웠다. 대체적으로 프랑스사람들은 사교적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한 번 대화를 시작하면 최소 30분은 대화하는 이 친구들을 보면서 참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나같은 경우는 친구가 이야기를 길게 이야기하려고 하면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라고 딱잘라서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야기를 듣는 행위 자체로 서로 교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사람 사는 것 다 비슷하구나 하면서도 이런건 좀 다르네 하는 것들이 느껴질 때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룸메가 프랑스인이라 룸메로부터 초대받은 낯선 프랑스인들이 많고 내가 중간에 들어갈 때면 간이 콩알만해지며 의기소침해지는 것을 느꼈는데 한국에서는 보통 느끼지 못한 감정들이었다. 이렇게 한국에서 누리던 것들은 이곳에 없고, 한국에서 해보고 싶지만 할 수 없었던 것들은 이곳에서는 아주 편안하게 응원과 격려를 받으면서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토론토로 가져올 것은 뭐고, 토론토에서 한국으로 가져갈 것은 무엇일까?

내 생각에 한국에서 토론토에 가져올 것은 끈기와 근면함, 그리고 토론토에서 한국으로 가져올 것은 수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가 아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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