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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기억한다는 것

by 김아솔

캐나다 퀘벡을 혼자 여행한 적이 있다. 예술 관련 공부를 하다 보면 퀘벡주에서 다양한 예술가들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타이타닉 Sound Track을 부른 팝가수 셀린디온(Celine Dion), 영화감독 드니 뵐뇌브(Denis Villeneuve), 자비에 돌란(Zavier Dolan) 감독도 퀘벡 출신이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퀘벡 예술가들은 독특한 예술품을 만드는지 알고 싶었다. 실제로 내가 인터넷 검색을 해서 자비에 감독에게 메시지를 보내 혹시 만날 수 있는지 회사 측에 연락을 했지만 예상대로 만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올드퀘벡 둘러보니 곳곳에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길거리에서 노숙자가 대충 음악을 하고 돈을 요구하는 게 아닌, 거리라는 무대에서 준비된 연주자가 공연을 하고 그 수익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자기가 하는 일에 진심을 가지고 즐기고 책임감을 느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독특한 것을 하나 발견했는데, 거리 곳곳에 '나는 기억한다(Je me souviens)'라는 문구가 있었다. 퀘벡 사람들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퀘벡에 사는 친구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퀘벡 사람들은 예전에 영국군이 퀘벡을 침략했을 때 퀘벡을 버리고 도망가지 않고 그것을 끝까지 지켜낸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문득, 독특한 창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과거로부터 오는 것이고, 그 과거가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집합적 경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게 과거 경험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 과거를 기반으로 지금을 바라보는 것, 혹은 지금의 시선으로 과거를 바라보는 것.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누구보다 존중하고 지켜내는 것, 그것이 퀘벡 사람들, 퀘벡 아티스트들을 독특하게 만드는 점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여행으로 3일 방문한 곳은 '올드 퀘벡'이라고 하는 퀘벡주 안의 작은 마을이었다. 그곳 사람들은 서로를 잘 알고 지내는 것처럼 보였다. 예술하는 것이 독특한 무엇인가가 아니라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 남자는 자신을 가수라고 소개했으며, 저녁에는 거리에서 노래를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가수라고 하면 특정 앨범을 내거나 소속사에 있거나 방송에 출연하는 경우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 친구는 자신의 행위로써 가수를 규정했고, 현재 상황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러웠다. 이런 문화, 이런 생각, 이런 환경이 창작을 하는 데 주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했다.


나를 돌이켜 보았다. 어디에서 태어나고, 어디에서 살았고, 어 어떤 학교를 다녔고, 어떤 일들을 겪었고, 어떻게 교사가 되었으며, 어떤 교사 생활을 했는지, 어떤 학생들을 만났는지. 그런 경험들을, 토론토에 처음 와서는 굳이 말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퀘벡여행을 한 뒤 나의 실수와 실패들을 감추고 잊으려 하기보다는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동안 노력했던 나의 태도와 노력을 더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토론토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한국 초등교사출신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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