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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독하는 캔버스 Oct 20. 2022

일러스트레이터 신기루 작가님 인터뷰

2022.10월 신기루의 답변

추구하고자 하는 작품 방향성이 무엇인가


보시면 알기 쉬울 것 같다.

슬쩍 보기에 작품이 전반적으로 연인 간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메인 이미지를 새로 그렸다.

저 그림을 보내고 갤러리 대표님이 해주신 말이 있었는데 ‘평소 그림이랑 다르다’였다.


주로 인물을 작업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풍경 작업들도 많이 있다. 가능하다면 계속 주제를 확장하면서 작업을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다.  사랑에 대한 표현이 사람 간의 사랑으로만 한정이 되어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어느 날 깨달았고 반려동물을 향한 사랑이나 추억이 깃든 공간, 또는 시간 등 모든 사랑을 담고 기록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경계 없이 사랑의 다양한 형태의 요소들을 함께 어울러서 이야기를 쓰고 그것에서 나오는 이미지들을 오래오래 그려나가고 싶은 게 앞으로의 방향성이다.



작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고등학교 때부터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 하게 될 회사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컸다 보니 실망도 컸고 나의 일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회사에 애정이 생기지 않아 한 곳을 오래 다니기 힘들었다. 동기들은 연차도 쌓이고 경력도 쌓이고 연봉도 올라가곤 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내가 많이 뒤처진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한동안 우울감에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살아가던 중에 플립이라는 영화를 추천하며 이 영화를 꼭 봤으면 좋겠다는 친구의 말에 솔깃해 영화를 감상하게 됐다.
기대 없이 본 이 영화에서 나는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


조건 없이, 고민 없이 둘이 그저 좋아서 알콩달콩 하는 모습이 감동적이고 사랑스러웠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너무 큰 감동을 받았는데 그 장면을 잊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가지고 있던 힘든 마음을 중화하고 작업을 통해 승화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그 마지막 장면을 그리게 되었는 데 그때부터 이 그림 스타일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행복하게 감상했던 영화의 한 장면들을 그리면서 모으기 시작하면서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플립의 한 장면을 그리고 행복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나의 행복을 위해 즐겁게 봤던 영화 장면들을 그리면서 작품이 시작되었다.



작품 인지도가 급격하게 높아진 것 같은

작가님이 기억하는 순간이 있는가


앞서 말했듯 영화 일러스트로 그림을 시작을 했다. 그림을 몇 개 올리지 않았었던 시기에 영화 김종욱 찾기의 공항 키스신을 그리게 되었다. 그 극적인 순간을 그려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를 했는데 그때 알람이 계속 울려 화면이 꺼지지 않을 정도였다. 하루에 팔로워가 만 오천 명 정도가 올랐다. 상승세에 너무 놀랐고 이 일을 본격적으로 해봐도 되겠다 생각했다.

한 동안 묘한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내가 드디어 내 것을 찾은 건가? ‘누가 봐도 내 것’이라는 그 무언가를 지금 찾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색감 선정 이유에 대해 물어보아도 되는가


푸른 색감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감정으로부터 영감을 받아서 파란색을 사용한 게 아니고 좋아하는 색감이어서 그림을 그릴 때 주로 사용하게 된 것 같다. 고등학교 때 입시를 준비할 때부터 많이 사용해서 현재 작품의 메인 색감까지 이어진 것 같다.
지금 스타일이 나오기 전에는 더 다양한 컬러를 사용했었다.
당시에 누가 봐도 이 사람이 그렸다는 아이덴티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 정체성에 대해 색감으로 드러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브랜딩 요소를 반영해 확립된 것 같다.



구 캔 갤러리 전시 관람에 대한 제안을 해준다면?


작품 캡션에 보면 글이 생각보다 많아서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글을 통해 다양한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고 싶고 누구나 경험하고 겪을 수 있는 일상의 순간들을 통해 공감을 하기 바란다. 과거 회상이나 시간들을 상기시킬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면서 꼭 글을 같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그림에 표정이 없다. 이유는 그 표정에 본인을 이입해서 그림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 사용되길 바라서 그렇다. 그림에 본인을 대입해서 감상하며 지나 보낸 잊지 못할 시간들 중 어느 하나라도 떠오르기를, 그렇게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본인 작품의 약점과 강점?


색감을 파란색만 사용하니까 얼핏 보면 그림들이 비슷한 것 같다. 보는 사람들이 하나하나 세세하게 보지 않으니까, 지나가다 보면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이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부분이 내 그림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 있는 요소가 될까 고민도 된다.

그래서 전시나 팬미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스타일을 고집하는 부분이 강박으로 비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여러 의견을 듣고자 한다. 다행히도 아직 팬분들께서는 내 지금 스타일을 계속 유지해주기를 바라신다. 그 부분이 감사하다.


가끔은 색감이 강한 이유로 인지도에 비해 외주 제의가 적게 들어오는 것에 대해 회의감이 느껴질 때도 있다. 햇수로 4-5년 차가 되었는데 보여줄 수 있는 색감이 하나여서 외주작업도 수월하지 않다고 느껴져서 고민이다 (웃음)

그리고 피드 컬러감이 블루로 자리 잡았는데 내가 작업을 한 후 업로드할 때 다른 컬러가 들어오는 게 어느 면에서는 용납이 안 되는 내 고집이 있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첫 번째 장에는 원래 색감인 블루, 두 번째 장에는 다른 색감을 섞어서 넘기면 보일 수 있도록 작업해보고 있다. 작업량이 두 배로 늘어 시간이나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낄 때도 있지만 이런 시도들을 하는 게 롱런을 위해 본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인전이 끝나고 난 뒤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날 수 있는 작품 계획이 있는지


전시로는 계획이 없다. 12월 말에 진행하는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 참가할 예정이다.

굿즈도 신경 써서 준비 중이고 그림들도 다양하게 모았다. 그곳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많이 읽으셨는지?


책을 싫어했다(웃음). 글도 원래 안 쓰는 사람이었는데 그림을 보고 책을 출간하자는 제안이 왔다. 그동안 올린 그림 스타일이 영화 일러스트였기 때문에 대사를 가져와 인용해서 사용했고 완성도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책을 내느냐고 생각했다. 결국 글을 써보려고 하니 첫 글자부터 쓰기가 어려웠다. 내가 느끼고 경험했던 다양한 감정들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몰랐었다,


그래서 시집을 많이 읽어서 공감하려고 했고 함축된 의미들에 대해 도움을 받고 아직도 산문이나 수필보다는 시집을 좋아하고 많이 영감을 얻곤 한다.



작가 지망생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면?


얼마 전 모교에 다녀왔다. 내가 하는 이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지에 대한 강연을 했다. 이 인터뷰에 대한 대답이 그 강연의 연장선 같다.


나는 꾸준함이 제일 중요하고 무엇보다 체력이 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유명한 사람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림으로만 성공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작품 활동만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는 살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고정수입을 만들면서 내 작업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되어야 하고 의지도 강해야 한다. 단단한 각오가 되어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또한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찾기 위해 여기에 쏟는 시간이 많이 있어야 한다 생각한다. 요즘 비슷한 그림이 많기 때문에 어떤 점에서 차별점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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