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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독하는 캔버스 Dec 26. 2022

일러스트레이터 하나비 작가님 인터뷰

구캔갤러리 1월 단체전 <새로운 시작> 참여 작가



작업을 하며 추구하는 방향성을 말해줄 수 있나

내 그림이 누군가의 곁에 함께하길 바란다. 간혹 살면서 힘들 때마다 되새기는 말이나 이야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작은 사례로 작업을 하다 무기력해질 때면 나는 아빠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린다. 전에 아빠와 어떤 자선단체에 후원을 하자는 얘길 했었다. 우리가 머나먼 땅에 있는 존재 모를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듯 내가 모르는 곳에서도 나의 행복을 바라주는 누군가가 있으리란 얘기를 나누며. 이따금 아무도 내가 그린 그림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 사랑받지 못하고 있단 느낌을 받을 때가 온다. 그럴 때면 이 대화는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는 내 그림을 좋아해 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자리 잡아 다시 기력을 충전해 준다. 이렇듯 내 그림도 누군가가 종종 떠올리며 스스로를 충전할 수 있는, 마음 속 애착 인형과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 덧붙여,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는 그림이라면 존재에 대한 사랑 같은 가치를 담고 있어야 된다 생각하기에 이러한 것들을 그림 속에 자연스레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하나비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 마지막 학기에서 들었던 전공 수업이 나만의 1인 미디어 채널을 만드는 것이었다. 살면서 꾸준히 한 것이라곤 그림과 낙서밖에 없었기 때문에, 내가 꾸준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건 그림이겠거니 싶어 그림을 그리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그때 처음 지어진 유튜브 채널의 이름이 [하나비]였다. 일본어로 ‘불꽃’을 뜻하는 ‘하나비’와 내 실명 ‘한비’를 합친 이름. 수업 때 발표를 위해 붙인 의미는 불꽃처럼 은은하게 세상을 데우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없어진 그림 유튜브를 작게 운영할 당시에 주변 친구들이 많이 응원해 줬다. 친구들의 캐리커처를 많이 그려주었는데, 이때 내 그림이 누군가의 곁을 따스하게 지킨다는 것이 참 즐겁고 보람찬 추억으로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대학교를 졸업한 후 나름 작품 활동을 지속해 보려 했으나, 생계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취업을 하고 2년 정도 작품 활동을 중단했다. 취업한 뒤의 삶은 조금 힘들었다. 생계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으나, 매일 밤 이유 모를 불안감에 수면 질이 엉망이었고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내 감정을 쏟아내기 일쑤였다. 바삭바삭 말라가는 딸의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엄마는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때는 당연한 일들에 적응 못하는 내가 이상한 것 같다는 생각에 매일이 불안했다. 그런 내게 자신을 믿으라며 응원해 준 엄마와 비합리적인 한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해준 어느 한 사람 덕분에, 난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하고 후회했던 것은 잠시 취업을 위해 그림을 접었던 2년이었다. 지금은 나를 응원해 준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자고, 아주 오랜 시간 그림을 그리자는 다짐을 계속 되뇌고 있다.


또한, 곁에서 받은 말들로 채워낸 용기를 나도 그림으로써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작품 인지도가 급격하게 높아진 것 같은 작가님이 기억하는 순간이 있는가 



구캔 갤러리 측에서 단체전 제안을 주었을 때? (웃음)

아직 인지도가 많이 높지 않아서 내가 기억하는 순간들을 얘기하기엔 많이 부끄럽다! 



그렇다면, 작가로서 본인이 작가라는 사실이 와닿았던 순간이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내가 꿈꿔 왔던 일들을 함께 하자는 기회가 다가왔을 때 매번 가슴이 뛰어서 기억하는 순간이 너무 많다. 최근 12월에 꼴라보하우스 문래에서 열린 RAF(Rising Artist Festival) 단체전에 참가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당시 전시회장 건물 외관의 파사드에 들어갈 일러스트 작업을 맡게 되었는데, 내 그림에 이런 기회가 찾아왔다 는 것이 너무 감사했고, 크게 그려진 내 그림이 하늘 아래 놓일 걸 생각하니 가슴이 뛰어 밤에 잠을 못 잤다. 여기에 내게 더 큰 의미로 남았던 것은 전시회에서 내 그림을 새로이 발견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신 분들이다. 그때 응원의 말씀들은 모두 일기에 적었다. 언젠가 또 내게 힘든 날이 다가왔을 때 그 응원의 말들을 보고 다시 기운 내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색감 선정 이유에 대해 물어보아도 되는가 


색감은 지극히 내 취향이다. 다홍색, 노란색, 파란색이 섞인 저녁 하늘을 좋아해서 그 시간대의 색깔을 그림에 많이 넣는 것 같다.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가장 먼저 ‘오늘은 어느 시간대를 그릴까?’라는 물음으로 스케치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차가운 어스름이 걷히는 새벽을 그릴지, 쾌청하고 파란 오후를 그릴지, 뜨겁게 태양이 지는 저녁을 그릴지, 은은하게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릴지 정하면서 캔버스를 채우는 색깔들이 달라진다. 하늘을 그려낸다는 생각으로 색을 정하는 편이다. 






작품을 하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있다면? 


한 장의 그림 안에 이야기를 담고 싶고, 보는 사람들이 저마다 그 이야기를 각자의 것으로 만들어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 최근 인상 깊게 들었던 이야기가 하나 있다. 밴드 LUCY의 베이시스트 조원상이 했던 얘긴데, “사는 게 힘들어서 현실 세계에서 게임이나 이야기 세계로 도망치기 보다 그 세계를 현실로 가져오면 된다"라는 말이었다. 누군가의 곁에 함께하는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순간들을 그리고자 하는 내게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작업하면 좋을지를 일러주는 말이었다. 내 그림 속에 펼쳐진 순간의 장면들이, 내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 각자의 가슴속에 남아 하루에 생기를 더해주는 벗 같은 존재로 남길 바란다.





구캔 갤러리 전시 관람에 대한 제안을 해준다면? 


이번 1월에 구캔 갤러리에서 진행하는 전시 <새로운 시작>은 총 15명의 작가님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각자의 개성과 이야기를 맘껏 펼쳐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흔히 접하는 단체전과는 달리 다양한 스타일로 하나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작가님들의 작품들을 영상과 작품 전시, 포토존, 굿즈 등 다양한 형태로 만나볼 수 있다. 이에 와주신 관람객분들은 우리들이 담아내는 이야기와 작품들을 마주하는 순간들을 통해 마음껏 보고 즐기며, 각자의 가슴에 남은 좋은 이야기만을 오롯이 안고 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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