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il Name

by 구찬우

연일 끝나지 않는 반알터 화제 테러와 사망자가 발생하자 결국 계엄령이 선포되었다. 나는 지유에게 테러진압을 위한 계엄의 정당성에 대한 긴급모임을 제안하였다. 하지만 지유는 처음으로 나의 제안을 거절했다. 테러와 관련된 어떠한 집회의 자유가 차단된 상황에서 긴급모임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나는 결국 지유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계엄령 선포가 있고 30분이 채 지나지 않았던 그때 무장 군인들이 New Flux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그들은 닥치는 대로 사무실내에 있는 자료들과 컴퓨터들을 가져갔다. 그리고 나를 연행해 갔다. 나는 계엄사에 끌려갔고 많은 기자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포트라이트, 나는 오늘에서야 정말 바이런이 말한 것처럼 하루아침에 유명해져 버렸다. 당시에 나는 어떤 죄목으로 연행되었는지 어떻게 보도가 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하얀 방에 갇혀 끝없는 취조를 당할 뿐이었다. 지유가 급하게 연락하여 변호사가 나를 접견신청했지만 이틀 동안 접견 거부 되었다고 했다. 하얀 방, 그곳은 춥지도 덥지도 않았고 건조했었다. 하루에 세 번 식사가 제공되었고 취조는 정확하게 아침 9시에 시작하여 저녁 6시까지 8시간이 진행되었다. 저녁 6시가 되면 나는 계엄사 내부의 구치소에 들어가 있어야 했다. 그곳마저 하얀 방이었다. 나는 재판에서 내란죄 30년형을 구형받았다. 그리고 교도소에 수감되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유명해져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교도소의 모든 수감자들은 나를 알고 있었다.


나는 독방에 수감되었는데 이것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독방은 생각보다 컸고 저녁 8시면 강제로 꺼져버렸지만 티브이까지 있었다. 지유는 매일 변호단과 함께 접견 신청을 하여 방문하였고 나는 일과 시간을 접견실에서 보낼 수 있었다. 변호사는 New Flux 회원이었고 일체 비용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너무 빨리 모든 것이 변해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다. 연행된 이후의 시간들이 콤마처럼 느껴졌다. 마치 내가 이곳에 그저 옮겨져 있는 착각의 들 때가 많았다. 가장 두렵고 불편한 것은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는 것에 있었다. 수감된 독방과 모든 것이 불편하지 않았다. 나는 점점 피폐해져 갔다.


테러가 시작되었을때 매체에서는 이를 '네오KKK'의 소행이라고 보도했었다. 그리고 나는 네오KKK의 수장이 되어 있었다. 우리에게는 New Flux라는 이름이 있었고 그동안 소개했던 사회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의견은 모두 무시당한고 그저 반알터 단체가 되어버렸다. 계엄이 선포되고 단 한번도 사용되었던 적 없는 개인사찰 드론인 아누비스 프로젝트로 내가 검거되었다고 발표되었지만 난 그저 내가 있어야할 곳 New Flux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을 뿐이었다.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만들어 놓은 퍼즐판의 마지막 조각이 내가 되어버린 건 절대 우연이 아니었다.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접견 변호사도 믿을 수 없었다. 그 변호사 마저 김민미가 보낸 sobriety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지유마저 믿을 수 없었다. 나와 지유는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 여태까지 붙어 있었다. 사회적 정의로 가장 친구라고 하기에 가장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었다. 지유는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윤우, 노아, 지후, 수빈이 보고 싶었다. 아무런 목적 없이 나를 항상 불러냈던, 나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그들이 보고 싶었다.


이곳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나는 티브이를 자주 보게 되었는데 종종 나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얼마나 유명해졌는지, 아니 유명한 테러리스트가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라면 중학생 때 나의 목표는 달성한 것 같았다. 나의 이름을 심도이 그 아이가 모를 리 없었다. 심도이는 티브이에 나오는 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했다.


New Flux는 해체가 되었고 지유의 접견방문이 뜸해졌다. 어느새 나도 이곳에 수감된 지 1년이 지나고 있었다. 지유의 접견이 뜸해지면서 부모님께서 나를 자주 면회 요청을 하셨다. 아마 한동안 나의 접견 스케줄 때문에 면회를 오지 않으셨던 것 같았다. 부모님께서 면회를 오시지 않았다면 어쩌면 나는 이 교도소에 적응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부모님을 만날 때면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내 가슴속에서 불씨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내가 이 교도소에서 나간다면’이라는 가정법으로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나는 교도소를 나가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했다. 누군가의 알지 못하는 힘에 이끌려 테러리스트가 되고 싶진 않았다. 나는 나의 생각을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 맹세했다. 내 안에서 피어난 작은 불씨는 독이 되었다. 그 독이 온몸에 퍼지고 나를 장악했다.


잠들기 전에는 보고 싶은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심도이, 그 아이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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