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emption

by 구찬우

나를 교도소로 인도한 아누비스는 나를 구원하였다. 나는 티브이를 통해 나의 가석방 소식을 알게 되었다. 계엄령 때 처음 범죄인 개인사찰을 위해 사용되었던 드론이 앞으로 가석방자들을 감시하게 되었고, 나는 이곳에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붉은 분노의 화염이 나를 삼켜버릴 것 같았다. 매일을 ‘이곳에서 나가게 된다면’이라는 가정법으로 생각을 시작했던 나는 그 생각은 ‘이곳에서 나가서’로 바뀌었다. 나는 그저 태풍에 해변으로 밀려온 고래 사체 같았다.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은 나의 의지도 내가 저지른 행동의 결과가 아니었다. 그 파도가 sobriety 일수도 있고, New Flux 일수도 있다. 매체에서는 나의 이른 가석방을 비난했다. 억울함은 그저 응축된 에너지로 전환될 뿐이었다. 나는 나의 선택을 원망한 적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가석방이 되던 날, 많은 카메라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이미 티브이를 통해 알고 있었던 것처럼 사람들은 센텐이라고 부르는 서울 10구 안으로 내가 돌아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유는 나의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 나는 처음으로 장외지구에 가게 되었다. 지유가 준비한 차량을 타고 지유와 함께 거처로 이동하는 동안 우리는 말이 없었다.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창 밖만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저 내 눈앞엔 붉은 불길이 일렁이고 있었다.


“다시 시작하자.”


지유는 나를 바라보지 않고 말했다.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잠깐이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고 제안하는 리더들이라고 각각하고 살았다. 하지만 세상에서 우리는 그저 사회적 부적응자이자 테러리스트일 뿐이었다. 무엇을 다시 시작해야 할까 생각했다. 우리가 해왔던 일들을 답습하는 것이 맞을까 생각했다. 김민미 그녀가 말했던 ‘입속의 검은 말’이 생각났다. 교도소 침상에서도 등에 배겨 잠 못 들게 했던 그 말, 바로 ‘입속의 검은 말’이었다. 연가시같은 김민미 그녀는 나를 결국 물가로 끌고 가버렸다.


지유가 마련한 거처는 장외지구의 사무실이었다. 이미 이곳에 함께해 왔던 New Flux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모두 내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했다. 그들에게 나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나는 어떤 존재인가 궁금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진짜 테러리스트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테러리스트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정말 나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원하는 것이 그것이라면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눈앞에 일렁이는 붉은 불길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유는 나에게 휴대폰을 가져다주었다. 사무실은 너무나 바빠 보였다. 그들이 기다린 나는 누구인가 생각했다. 나는 사무실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만 누구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 필요이상의 배려가 불편했지만 나는 받아들였다.


며칠이 지나 윤우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를 보고 싶다고 했다. 나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몇 안 되는 사람, 나는 그를 친구라 생각하지 못했다. 나에겐 친구가 있었지만 나는 그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교도소에서 그리워했던 윤우가 보고 싶었다. 윤우, 노아, 지후, 수빈 모두 보고 싶었다. 그 아이들은 나를 예전처럼 받아줄까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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