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동창들 윤우, 노아, 지후, 수빈과 계속 만나왔던 건 심도이 그 아이의 소식을 듣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내가 그들을 목적이 없는 친구라는 관계의 그리움으로 대했을 때 마침내 심도이 그 아이가 나에게 나타났다.
그녀가 대체신체에 이식된 알터라는 것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나는 윤우의 여자친구, 심사하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녀는 의심할 수 없는 심도이, 바로 그 아이였다.
“심도이. 축하해.”
나는 평생을 추앙한 그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웃었다.
“대단하네. 태오, 날 알아 보구나.”
심도이이며 심사하인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내 생애 첫 기억이었던 그 웃음, 엄마를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던 하얀 아이, 갈색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리던 그 아이, 심도이의 웃음이었다.
“근데, 뭘 축하한다는 거지?”
윤우의 표정은 당혹스러움을 넘어 있었다. 그 표정은 분명 책망이었다.
“도이는 이해했을 텐데?”
심도이이며 심사하인 그녀는 또 웃었다.
그 아이, 그녀에게서 나의 쓰임은 이미 끝나있었다. 나는 그 아이의 비밀을 담아두는 용기 없는 용기, 그 쓰임을 나는 마치 성배의 수호자처럼 명예롭게 생각했었다. 나의 임무가 종료된 줄도 모르고 나는 그 비밀을 우직하게 지키고 있었다.
식사가 마치고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또 볼 수 있는 거지?”
심도이이며 심사하인 그녀는 나에게 물었다.
“살아있다면 아마도?”
나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네가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 영원히’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어릴 적 심도이의 일기장을 주워 와서 읽었다. 그 원죄가 나를 평생 괴롭혔는지도 모르겠다. 신은 나의 원죄에 영원히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는 날개를 달아주었다. 드디어 오늘 태양 같은 그녀를 다시 찾았지만 내 날개를 붙인 밀랍은 녹아버렸고 나는 추락하고 있었다.
장외지구의 사무실로 돌아가며 그 아이를 그리워한 시간들을 떠올렸다. 그녀가 바란 나의 역할, 내가 자청한 임무는 끝났지만 아름다운 그녀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을 생각했다. 그녀와 내가 알터를 사랑한 반알터테러리스트라는 클리셰가 되어서는 안 되었다.
사람들은 나를 ‘큰 까마귀’라고 불렀다. 나는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 그녀를 위한 마지막 임무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아이가 그녀임에 충분한 세상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렇게 나의 새로운 임무는 시작되었다. 더 이상 숙주가 아닌 내가 누구인지 이 세상에 보여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나를 버리신 신에게 기도했다.
‘신이시여, 자비를 베푸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