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하는 XX에게>의 1부 <나의 사랑하는 사하에게>, 그리고 2부 <나의 사랑하는 도이에게>의 연재가 끝났다. 나는 못내 에필로그를 쓰는 것을 미루고 있었다. 에필로그를 쓰면 정말 끝이라고 생각이 됐다. 나는 심도이이며 심사하인 그녀, 정윤우, 반태오와 헤어지기 싫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과 정말 헤어질 때가 되었다.
소설에서 배경으로 나오는 곳은 모두 내가 실제로 갔었던 곳이다. <나의 사랑하는 사하에게>에서 심도이가 대체신체로 이식된 이후 심사하로의 삶을 시작한 곳인 일본 도쿄의 시나가와는 그 부분을 쓰기 전 혼자 떠난 도쿄여행의 숙소가 있던 곳이었다. 도쿄 겐다이 아트페어 2024에 가기 위해 요코하마로 이동하기 편한 시나가와에 숙소를 정했는데 그곳에서 4일간의 경험들이 글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호텔은 시나가와역 맞은편에 있었는데 나는 매일 시나가와 근처를 돌아다녔다. 시나가와역을 돌아 시나가와 아트 콤플렉스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다가 길거리에서 엄청나게 큰 까마귀를 만났었다. 그 큰 까마귀를 보며 태오(太烏)라는 인물의 이름을 생각했다. 그리고 소설을 마무리하고 도쿄아트페어 2025 관람을 위해 혼자 떠난 도쿄 여행 중에 버스를 타고 다시 시나가와를 찾아갔다. 사하와 윤우가 바다를 향해 갔던 그 길을 따라 걸어가 보고 싶었다.
태오의 첫 여행의 목적지는 파리였지만 열차 환승을 위해 잠시 머문 중국 창춘이 그의 진짜 첫 여행지이다. 창춘은 나의 첫 해외여행지이기도 했다. 나는 대학생 때 중국 창춘의 동북사범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갔었다. 나에게 창춘은 태어나 처음으로 대한민국을 벗어난 설렘의 도시이다. 내가 20대에 창춘을 걸어 다니며 느꼈던 감정들을 소설에 담았다. 태오가 식사를 위해 방문했던 한국 음식을 파는 식당은 당시 자주 갔었던 식당을 생각하며 썼다. 그 식당의 돌솥비빔밥이 참 맛있었다.
그리고 태오의 여행 목적지가 파리였던 이유는 그 부분을 썼던 당시가 내가 파리-런던 여행을 마치고 난 직후여서 그랬다. 당시 도저히 이 소설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태오의 성장, 변화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생기기 시작한 계기를 마련해야 했고, 도저히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던 그때 파리-런던을 여행하며 태오에게도 파리 여행을 통한 변화의 계기를 구성할 수 있었다. 소설에서 태오가 묶었던 호텔은 실제로 우리 가족이 묶었던 호텔이다. 노트르담 다리 바로 앞에 있는 그 호텔은 어디로 가던지 시테섬을 지나치게 되어 있었다. 노트르담 다리 위에서 만난 조지아 소녀 소피카의 이름은 세르게이 파라자노프의 영화 <석류의 빛깔>의 주연인 '소피코 치아우레리'에서 차용하였다. 소피카의 얼굴은 영화에서 아역을 맡았던 배우의 얼굴을 생각하며 글을 썼다. 소설 속에 '아이는 석류 같은 웃음을 지었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세르게이 파라자노프 감독의 영상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기도 하다.
사하와 윤우의 집이 있는 곳, 그리고 태오가 심도이이자 심사하가된 그녀를 재회하는 곳의 배경은 용산구 후암동이다. 윤우의 직장 위치는 서울역 맞은편 서울스퀘어빌딩인데 실제 내가 7년간 근무했던 곳이다. 이곳에 근무하면서 점심식사를 위해 후암동을 정말 자주 갔었는데 그 기억들이 소설에 담겨 있다.
소설의 많은 부분이 서울남산도서관에서 작성되었다. 이 에필로그도 서울남산도서관에서 쓰고 있다. 지금까지 쓴 글들은 이제야 하나의 대리석 덩어리 같은 존재이다. 미켈란젤로는 큰 대리석 덩어리 속에서 피에타를 볼 수 있었을까? 이제 남은 교정작업을 감히 미켈란젤로의 작업에 비할 수는 없지만 난 이 글들을 다듬어 나갈 것이다. 교정이 끝나고 나면 나의 소설은 과연 출간될 수 있을까?
나의 소설을 읽어주신 몇 안 되는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당신이 있어 조악한 나의 글들이 생명을 가졌습니다.
2025년 3월 21일 금요일, 서울남산도서관에서 구찬우 씀
내가 사랑한 사하, 도이, 윤우, 태오 모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