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한국 미술을 소비하지 않는 세계인
당신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면 국장과 미장의 포트폴리오가 어떤지 궁금하다. 과연 당신이 한국인이 아니었다면 한국 주식에 투자를 하였을까? 나라면 분명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한국 주식에 투자를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단 하나 '익숙해서'이다. 나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투자한 회사에 대한 소식과 주가 변동은 뉴스를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내가 경제와 투자에 무지해서 그저 나에게 익숙한 기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
어쩌면 한국 미술시장도 비슷해 보인다. 우선 한국 미술계의 블루칩작가 중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작가는 누구일까? 내 생각에는 '없다'가 맞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없다.
한국계 작가 중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작가는 백남준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는 비디오 아트의 상징으로 미술사에 기록된 작가이다. 하지만 백남준 작가는 한국 출생의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한국 미술계에서 활동을 하지 않았던 그를 한국 미술계에 억지 편입시킬 필요는 없다.
다음은 김환기 작가이다. 대한민국 미술 경매의 역대 낙찰가 10위 기록 대부분이 김환기 작가의 작품 기록이다. 2019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작가 최초로 100억 이상의 낙찰이 된 사실은 너무나 유명하다. 낙찰자에 대한 소문은 분분했으나 결국 세아그룹 김웅기 회장으로 밝혀졌다. 혹자는 한국인 미술품이 홍콩 크리스티 경매라도 결국 한국인이 낙찰받았다는 것은 세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증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김웅기 회장보다 낮은 비딩을 한 사람의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한국 작가의 글로벌 영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로는 부족하다.
해외 미술 경매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한국작가는 단연코 이우환 작가이다. 물론 대부분 일본 시장에 국한되긴 하지만, 일본 SBI 미술 경매 때마다 이우환 작가의 작품이 출품과 낙찰이 되고 있다. 이우환은 1970년대 일본의 모노파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로 미술사에 기록되어 있으며, 한국 국적 작가 중에서 글로벌 인지도는 가장 높다고 생각된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베트남의 국민화가 부샹파이를 알고 계신지 모르겠다. 냉정하게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샹파이를 모르는 것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대한민국 작가를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몇 년 간 글로벌 유명 갤러리가 서울에 들어오면서 한국 작가들의 글로벌 소개가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선망하는 한국작가가 많아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자국 수요만으로도 글로벌 확장의 의미가 없는 중국 미술시장은 논외로 하고 일본 미술시장과 비교해 보면, 일본인들이 일본 미술을 소비하는 건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쿠사마 야오이, 요시토모 나라, 무라카미 다카시를 모를 리 없을 테고 컬렉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팬 넥스트 big 3를 어느 작가라고 생각하냐라는 질문에는 저마다의 의견이 있을 것이다. 주로 이즈미 카토, 아야코 로카쿠, 시오타 치하루 작가 등이 거론되기도 하고, 심지어 KYNE 작가가 거론되기도 한다. 논외의 얘기지만 넥스트라는 표현을 쓰지만 쿠사마 야오이, 요시토모 나라, 무라카미 다카시 작가의 수요 손바뀜은 절대 없을 것이고, 이즈미 카토 정도가 추후에 추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야야코 로카쿠와 시오타 치하루는 언젠가부터 새로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들 스스로의 세계가 확장되지 못하고 있음에 사람들의 관심과 수요도 감소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너무나 개인적인 팬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현 MZ컬렉터들이 시장의 메인 고객층으로 성장할 시점까지 KYNE의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KYNE가 어떤 작품들을 보여줄 수 있냐의 문제가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 수요와 공급을 철저히 관리한 결과 KYNE에 대한 선망성과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있기에 긍정적인 미래가 기대된다.
2025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단 한 편의 대한민국 장편영화가 초대받지 못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내가 한국 미술을 사랑하고 한국의 신진작가를 사랑하는 것은 애국심과는 전혀 무관하다. 대한민국이라는 문화적 갈라파고스에서 동시대인으로 그들의 철학을 가장 잘 수용할 수 있는 수요자이기 때문이다.
작가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컬렉터도 성장을 해야 하고, 컬렉터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작가도 성장을 해야 한다. 나도 컬렉터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센스를 더 유연하게 수용하고 갈라파고스에서 탈출해야 한다. 작가와 컬렉터가 모두 성장하여 대한민국의 미술이 세계 속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덧) 브런치에 연재한 2058년을 배경으로 한 나의 소설 '사랑하는 나의 XX에게'의 1부 '사랑하는 나의 사하에게'에는「 AI의 예술 개입에 저항하는 예술가 집단 '뉴 레지스탕스 파'가 단색화 이후에 한국미술을 세계시장에 소개하게 되었다 」라는 내용이 있다. 내가 쓴 소설 보다 더 빨리 한국 미술이 세계로 확장되길 바란다.